'2세 일감 몰아주기 의혹' 보도한 KBS에‥ 10억 손배소'비판기사 50여건 삭제' 건 다룬 방송에도 5억 손배소기자 월급 가압류 신청까지… '전략적 봉쇄 소송' 비판
  • 호반건설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다룬 KBS 기사 방송 화면 캡처(2022년 3월 31일자).
    ▲ 호반건설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다룬 KBS 기사 방송 화면 캡처(2022년 3월 31일자).
    호반건설이 자사에 불리한 내용을 보도한 기자와 기자가 속한 방송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기자의 월급에 가압류까지 거는 강경 대응에 나서 주목된다.

    KBS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 3월 30일 <공정위, 호반건설 2세 '일감몰아주기 의혹' 곧 제재>라는 리포트를 방영한 KBS와 KBS A기자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함께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나아가 A기자에게는 손해배상액에 대한 재산 채권 가압류도 신청했다.

    이와 동시에 호반건설은 지난 4월 5일 방영된 <KBS 시사기획 창 – '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편을 제작한 KBS 제작진과 KBS B기자를 상대로도 정정보도 및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KBS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해 자사의 명예가 실추되는 등 유·무형적 피해를 입었다는 게 호반건설이 법적 대응에 나선 이유다.

    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소송 등으로 언론사에 정정보도나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의 경우 취재기자를 배상 청구의 대상으로 삼고, 기자의 급여에까지 가압류 신청을 했다는 점에서 정당한 반론권 행사 차원을 넘어 '전략적 봉쇄 소송'의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 보도에, 호반건설 "허위기사" 반박


    KBS '뉴스9'은 지난 3월 30일 <공정위, 호반건설 2세 '일감 몰아주기 의혹' 곧 제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재계 순위 37위인 호반건설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조사해온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제재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승계 목적의 부당 지원을 했다는 건데 상반기 안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할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김대헌 호반건설 기획부문 사장이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김 사장이 소유한 분양대행업체가 호반건설로부터 분양물건 등을 공급받는 등 부당 지원이 이뤄진 의혹이 있다는 게 KBS 보도의 골자. 김 사장은 호반건설을 창업한 김상열 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다.

    이 같은 리포트가 방영되자 공정위는 이튿날 보도자료를 통해 "호반건설의 법 위반행위에 대해 현재 심사 중이나 제재 여부나 처리 시점 등을 결정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호반건설도 반박에 나섰다. 호반건설은 "해당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민원을 냈다. 아울러 법원에 손배소까지 제기하고 해당 기자에게는 월급 가압류를 걸었다.

    호반건설은 "호반건설이 2008년부터 10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신도시 용지 입찰 물량 가운데 10% 가까이를 낙찰받았는데, 그 물량 중 '일부를' 김상열 전 회장의 자녀들이 '법령이 정한 가격'으로 되팔은 것"이라며 보도 내용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한 호반건설은 자사가 서울신문의 대주주가 된 뒤 서울신문에서 호반 관련 비판 기사들이 대량 삭제된 사건을 다룬 <KBS 시사기획 창 – '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편에 대해서도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호반건설은 지난 4월 5일 KBS '시사기획 창' 제작진이 호반건설 창업주 일가 의혹을 다룬 '호반건설 대해부 시리즈' 기사 57건이 올해 초 서울신문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사건을 파헤친 프로그램 방영을 예고하자 즉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호반건설은 "호반건설이 기사 삭제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해당 프로그램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은 "방송 내용은 공적 영역에 해당한다"며 호반건설의 방송금지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프로그램이 정상 방영되자, 호반건설과 김상열 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은 제작진과 취재기자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취재기자 급여까지 가압류… 언론단체 "폭압적 대응"

    호반건설이 KBS와 기자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현업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KBS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 등 4개 단체는 지난달 30일 '호반건설은 KBS 기자들에 대한 폭압을 당장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호반건설을 향해 '폭압적 행태'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사의 대주주가 된 뒤 호반에 관한 비판 기사가 무더기 삭제되더니, 서울신문 지면에서 대주주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찾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며 "주요 신문사의 대주주가 된 건설자본에 대해 언론이 확인, 검증 보도를 하는 것은 공익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건만, 호반건설은 자사에 대한 언론의 취재 보도에 대해 폭압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호반건설과 김상열 회장도 언론 보도의 대상이었던 당사자인 만큼,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나 소송 등의 구제 수단을 통해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자사의 권익 보호를 주장할 수 있다"면서도 "5억원에서 10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취재기자를 피고로 삼고, 취재기자의 급여에까지 가압류 신청을 하는 것은 양식을 의심하게 하는 폭압적 행태라고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호반건설은 서울신문은 물론 전자신문, EBN의 지분을 사들이며 여러 언론사의 대주주가 됐다"며 "언론을 사익 실현의 도구로 삼지 않고, 언론사 대주주에 걸맞는 인식과 행동을 보여줘야 하건만, 일련의 행태는 과연 호반건설이 자격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민과 독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호반건설은 KBS 취재기자들에 대한 거액의 소송 제기와 재산 가압류 신청을 즉각 거둬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4개 언론현업단체들의 공동성명 전문.

    <호반건설은 KBS 기자들에 대한 폭압을 당장 중단하라!>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사의 대주주가 된 뒤 호반에 관한 비판 기사가 무더기 삭제되더니, 서울신문 지면에서 대주주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찾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주요 신문사의 대주주가 된 건설자본에 대해 언론이 확인, 검증 보도를 하는 것은 공익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건만, 호반건설은 자사에 대한 언론의 취재 보도에 대해 폭압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관한 공정위 조사 과정을 보도한 KBS <뉴스9>에 대해 정정보도와 함께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면서, KBS는 물론 취재기자를 배상 청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게다가 취재기자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 신청까지 냈다. 호반건설과 김상열 회장은 비판 기사 삭제 사건을 조명한 KBS <시사기획 창–‘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 편에 대해서도 5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면서 역시 취재기자를 피고에 포함시켰다. 호반건설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방송의 핵심은 언론 자유에 관한 것인 바, 공적인 영역에 해당한다”며 신청을 기각했던 프로그램이다.

    호반건설과 김상열 회장도 언론 보도의 대상이었던 당사자인 만큼,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나 소송 등의 구제 수단을 통해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자사의 권익 보호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5억 원에서 10억 원이나 되는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취재기자를 피고로 삼고, 취재기자의 급여에까지 가압류 신청을 하는 것은 양식을 의심하게 하는 폭압적 행태라고 비판 받아 마땅하다. 호반건설의 대응은 KBS와 취재기자를 본보기 삼아 자사를 향한 언론들의 후속 취재를 막아보려는 ‘전략적 봉쇄 소송’의 의도가 다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거대 자본 권력인 호반건설이 기자 개인의 급여까지 가압류하려 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

    호반건설은 서울신문은 물론 전자신문, EBN의 지분을 사들이며 여러 언론사의 대주주가 되었다. 언론을 사익 실현의 도구로 삼지 않고, 언론사 대주주에 걸맞는 인식과 행동을 보여줘야 하건만, 일련의 행태는 과연 호반건설이 자격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시민과 독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호반건설은 KBS 취재기자들에 대한 거액의 소송 제기와 재산 가압류 신청을 즉각 거둬들여야 한다. 언론 보도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저열한 행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호반건설은 과연 언론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언론인과 언론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문제 제기에 계속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2022년 5월 30일
    KBS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