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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다' 된 故 강수연 영결식…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탄식 이어져

11일 오전 '원조 한류스타' 강수연 발인‥ 눈물 속 '영면'김동호·임권택·문소리·설경구, 가슴 먹먹한 추도사 남겨

입력 2022-05-11 17:02 | 수정 2022-05-11 17:02

▲ 지난 7일 오후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배우 강수연. ⓒ사진=강수연배우장례위

대외적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았던 시절,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전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던 '원조 한류스타' 강수연이 향년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1일 오전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인의 발인식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건강한 모습이었다"며 저마다 황망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정이'를 촬영하며 연기 복귀를 눈 앞에 둔 상황에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한 '대배우'의 마지막 길에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좋겠다"는 배우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고인이 '정이'를 촬영할 당시 몸이 좀 안 좋아 병원에 다닌다는 이야기는 간간히 들렸으나, 이렇게 위중한 상황으로까지 발전할 지는 전혀 몰랐다는 게 선·후배 영화인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김동호 "강수연, 강한 리더십과 포용력으로 후배들 잘 이끌어"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오늘 우리 영화인들은 참으로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며 "배우 강수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믿기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는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을 떠나 보내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수연 씨 이게 어찌된 일인가. 우리가 자주 다니던 만둣집에서 만난지 채 한 달도 안됐는데, 건강하게 보였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라고 탄식하며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처음 만난지 33년이 지났다. 그동안 아버지와 딸처럼, 오빠와 동생처럼 지냈는데 나보다 먼저 떠날 수 있나"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당신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늘 명예롭게 잘 견디며 살아왔다"고 고인을 추어올린 김 이사장은 "당신은 지혜롭고 강한 가장이었고, 어려움 속에서도 내색하지 않고 부모님과 큰오빠를 지극 정성으로 모셔왔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고인은 범접할 수 없는 미모와 위용을 갖고 강한 리더십과 포용력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었다"며 "오랜 침묵 끝에 새로운 영화로 새롭게 도약하는 강수연의 모습을 믿었는데, 그 영화가 유작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 그리고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누워 있는 당신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고 말한 김 이사장은 "부디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설경구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나의 사부님, 함께해서 행복했다"

1986년 영화 '씨받이'로 고인에게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겼던 임권택 감독도 말문을 열었다.

임 감독은 "수연아, 친구처럼 동생처럼 네가 곁에 있어 늘 든든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 서둘러 떠났니. 편히 쉬어라"는 짧은 추도사로 애통한 심정을 전했다.

고인과 영화 '송어'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는 배우 설경구는 "곧 있으면 선배를 봐야할 날인데, 지금 이렇게 선배의 추도사를 하고 있으니 너무 서럽고 비통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비현실적이고 이 자리가 너무 잔인하다"며 "영화 속 한 장면이라도 찍기 싫은 한 장면"이라고 토로한 그는 "선배의 조수였던 것이 너무 행복했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설경구는 "막내부터 버스기사님까지 모든 스태프를 챙겨주던 선배가 기억난다"면서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에게 앞으로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셨고, 모든 배우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주신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설경구는 "너무 당당해서 너무 외로웠던 선배, 아직도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너무 안타깝다"며 "거인같은 대장이었던 분,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나의 사부님, 함께해서 행복했다. 너무 보고 싶다. 당신의 영원한 조수 설경구"라고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연상호 "영어 몰라 쩔쩔맬 때 강수연 선배가 통역"

고인의 유작이 된 SF영화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2011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때 기꺼이 통역을 해줬던 고인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하나의 의문만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며 "어쩌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이자 배우가 해외관계자(칸영화제 관계자) 앞에서 쩔쩔매는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의 통역을 자처했는가 하는 것"이라고 떠올렸다.

"이처럼 고인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이라면 마치 자신의 일처럼 나서셨던 분"이라고 추켜세운 연 감독은 "'정이'를 준비할 당시 두려움이 컸는데 강수연밖에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며 "용기를 내 제안했고, '한 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뛸 듯이 기뻤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영결식이 끝나면 다시 편집실로 돌아가 강수연 선배의 얼굴과 마주할 것"이라며 "선배의 마지막 영화를 동행하게 됐다.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유족을 대표해 단상에 오른 고인의 동생 강수경 씨는 "모든 영화인과 임권택 감독님, 김동호 위원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여러분 덕분에 이별의 시간을 추억으로 채울 수 있었다. 영화와 일상을 함께했던 강수연 배우가 영원히 기억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오전 자택에서 두통을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고인은 이틀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공식 활동을 중단했던 고인은 지난해 10월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며 건재함을 과시한 바 있다.

고인은 최근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는 넷플릭스 영화 '정이'를 촬영하며 연기 재개를 준비 중이었다.

이날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한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용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영화인장으로 치러진 고인의 장례식에는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장례위원장'으로 ▲김지미, 박정자, 박중훈, 손숙, 신영균, 안성기, 이우석, 임권택, 정지영, 정진우, 황기성 등이 '장례고문'으로 ▲강우석, 강제규, 강혜정, 권영락, 김난숙, 김종원, 김호정, 류경수, 류승완, 명계남, 문성근, 문소리, 민규동, 박광수, 박기용, 박정범, 방은진, 배창호, 변영주, 봉준호, 설경구, 신철, 심재명, 양윤호, 양익준, 연상호, 예지원, 오세일, 원동연, 유인택, 유지태, 윤제균, 이광국, 이병헌, 이용관, 이은, 이장호, 이준동, 이창동, 이현승, 장선우, 전도연, 정상진, 정우성, 주희, 차승재, 채윤희, 최동훈, 최병환, 최재원, 최정화, 허문영, 허민회, 홍정인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해외영화제 여우주연상

4살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해 KBS 드라마 '고교생 일기'로 하이틴 스타가 된 고인은 '거장' 임권택 감독을 만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핏줄(1976)'이 영화 데뷔작.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2년 후 임 감독이 연출한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다.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감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경마장 가는 길(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그대만의 블루(청룡영화상 인기스타상)' 등 다양한 작품에 족적을 남긴 고인은 2001년 TV브라운관으로 무대를 옮겨, 또 한 번 '강수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정난정 역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고인은 그해 'S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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