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유니온 400억 증자안', KBS 이사회 통과야권 이사 전원 '퇴장'…여권 이사들만으로 의결야권 이사들 "부실경영 회사에 거액 투자 반대""CFO 겸 COO직 신설…'前국장 위한 안배' 소문""몬스터유니온, '존속불확실' 기업에 30억 투자"
  • ▲ 몬스터유니온 회사 전경. ⓒ몬스터유니온 홈페이지
    ▲ 몬스터유니온 회사 전경. ⓒ몬스터유니온 홈페이지
    KBS 이사회가 경영 악화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자회사에 400억원을 증자하는 안을 의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KBS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드라마 제작사 '몬스터유니온'에 400억원을 증자하고, 보유하고 있던 몬스터유니온 지분 25%(100억원)를 자회사인 e-KBS로 넘기는 계획을 승인했다.

    이날 몬스터유니온에 대한 증자안을 의결한 7명의 이사들(남영진 이사장, 김찬태·이상요·정재권·류일형·조숙현·윤석년 이사)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천한 이사들이었다.

    나머지 4명의 야권 이사들(권순범·김종민·이석래·이은수)은 의결에 반대하는 뜻으로 전원 퇴장해 이날 표결은 여권 이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소수 이사들이 반대한 이유는 120억원대 적자에 허덕이는 몬스터유니온의 경영 실적 때문이다.

    몬스터유니온은 2016년 KBS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고 우수 제작 인력의 외부 유출을 막는다는 목표로 자본금 400억원으로 설립된 드라마 제작사. KBS미디어가 50%의 지분을 갖고, 나머지 50%를 KBS와 KBSN이 절반씩 나눠 갖는 구조다.

    그러나 이런 목표가 무색하게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많은 우수인력들이 자리를 옮겼고,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 자본금 280여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게 소수 이사들의 주장이다.

    "'CFO 겸 COO직 신설은 K모 전직 국장 위한 안배' 소문"

    지난달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다수 이사들이 '일방통행식 의결'로 몬스터유니온 증자안을 처리한 것을 문제삼은 소수 이사들은 "과거 경영에 대한 검증과 미래 사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선행돼야 비로소 투자 의결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자기 반성이나 실질적인 책임경영의 장치도 만들지 않고 400억원만 증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경영진과 이사 7명의 상식이냐"고 되물었다.

    소수 이사들은 "몬스터유니온과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스튜디오S, JTBC 스튜디오, 스튜디오 드래곤이 수배 혹은 수십 배로 몸집을 불리고 흑자를 구가하는 동안 KBS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느냐"며 "그동안 일부 임직원의 '먹튀' 논란이 불거지고, 몬스터유니온은 부실경영의 괴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엄혹한 결과에 대해 누가 언제 어떤 책임을 졌는지, 제대로 된 본사 차원의 실사나 감사를 해 본 적이 있는지를 캐물은 소수 이사들은 120억원대 적자를 낸 회사에 과거 경영 방식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없이 무턱대고 증자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소수 이사들은 "우리가 몬스터유니온에 대한 증자 결정에 앞서 책임·윤리·안전경영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KBS 경영진은 몬스터유니온의 지분을 e-KBS에 넘겨 KBS의 손자회사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만 거듭하다가 27일에 와서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CFO 겸 COO직을 신설하겠다는 안 하나만 달랑 던져놨다"며 "최소한 본사가 감사할 수 있는 경영계약을 체결하거나 본사 감사실장이나 감사부장이 몬스터유니온의 감사를 겸직하게 하는 등 책임·윤리·안전 경영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핀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사 국장들이 이름만 걸어놓은 허울뿐인 몬스터유니온 이사회를 구성과 운영방안에서 정상으로 돌려나야 한다"고 요구한 소수 이사들은 "피같은 돈 400억원을 추가로 넣겠다는 회사에 이 정도 대책 마련은 상식이다. CFO 겸 COO직 신설은 K모 전직 국장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존속 여부 불확실' 감사보고 받은 엔터사에 30억 투자

    소수 이사들은 "몬스터유니온이 3년 전 한 엔터테인먼트사에 30억원을 투자한 것과 관련, 이 투자금에 대한 회수 가능성을 질의하자, KBS 경영진이 '허위 자료'를 제출하며 의결을 요구했다"고도 주장했다.

    소수 이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몬스터유니온은 2019년 11월 C사의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30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한 달 뒤 "C사가 기업으로서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감사보고서가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감사보고서에도 동일한 지적이 제기됐었다는 게 소수 이사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C사 감사보고서에 "2019년 12월 31일로 종료되는 보고 기간의 순손실이 52억8600만원이며 보고 기간 종료일 현재 총부채가 총자산을 34억7400만원만큼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는 분석이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소수 이사들은 "감사보고서에서도 앞으로 존속할지 의문시된다는 기업에 30억원을 투자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느냐"며 "투자를 하려면 최소한 이 기업의 향후 비전과 재무 상황에 대해서는 미리 치밀하게 조사를 했어야 한다. 그게 경영의 기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소수 이사들은 "이에 이 투자에 대한 회수 가능성을 수차례 질의하자 몬스터유니온은 30억원 가운데 7억여원을 올 3월에 긴급 회수했다고 밝혔고, KBS 경영진은 '투자만기일(2022년 11월 18일)을 고려했을 때 향후 투자금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을 올해 5월 또는 8월 두 차례 행사할 수 있다'고 이사회 제출 자료를 통해 설명했으나 이것은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소수 이사들은 "금감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발행일 후 18개월이 되는 날부터 매 3개월 해당일마다 해당 전환사채 전액에 대해 조기상환청구가 가능하다"며 "몬스터유니온이 2019년 11월에 투자했으니, 올해가 아닌 지난해 5월부터 투자금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소수 이사들은 "지난해에 이미 회수에 들어갈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올해 5월부터 회수 가능'이라고 자료에 적시하고 증자안 의결을 요구한 것은 현 경영진의 도덕성에 큰 흠결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정이 이러한데도 경영진을 관리 감독하고 감시 견제해야 할 이사들이 경영진에 역성을 들며 일방적으로 증자안을 의결한 것은 숫자를 믿고 횡포를 부린 폭거에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투자에 앞서 '경쟁력 하락' 원인부터 분석해야"


    소수 이사들은 김의철 사장 등 KBS 경영진이 SBS의 스튜디오S, CJ의 스튜디오드래곤을 벤치마킹하며 증자 후 성공 가능성을 역설한 것도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SBS와 CJ는 모기업에 드라마 제작 기능이 없고, 물적분할을 통해 드라마 제작 업무를 완전히 모기업에서 자회사로 넘긴 것이기 때문에 동등한 비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수 이사들은 "SBS와 CJ는 자회사에 성장을 위한 책임과 권한을 함께 준 것인데, KBS는 그렇지 않다"며 "본사와 건전한 경쟁을 통해 질 높은 드라마를 제작하라는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몬스터유니온은 그저 KBS 드라마센터의 본사 외 제작거점으로 운영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KBS 드라마가 왜 다른 방송사나 글로벌 OTT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하고 시장에서 외면받게 됐는지 원인을 분석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 소수 이사들은 "단순한 제작비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인적자원의 문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젊은 인재들이 역량을 펼칠 수 없게 만드는 관료적 제작시스템의 문제인지 충분히 검토해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수 이사들은 "본사 드라마센터와 몬스터유니온을 포함해 향후 KBS 드라마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세우고 이를 실행한 액션 플랜의 하나로서 몬스터유니온에 대한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면서 "이번 증자 결정은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데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해 몸을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값은 비싸지만 효능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영양제를 주사해달라고 떼쓰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