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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탈북자 단체 수사하면서… 후원자 525명 통신기록 무차별 조회

서울경찰청·중앙지검, 대북전단 보내는 북한인권단체들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수사경찰, 단체 후원계좌 압수수색과 함께 통신자료 조회…일일이 전화해 기부 이유 캐물어

입력 2022-01-04 17:28 | 수정 2022-01-04 17:37

▲ 경찰의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후원자 조사 사례. 서울경찰청은 두 단체의 후원자 전원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를 한 뒤 이를 토대로 후원 이유, 면식 여부 등을 캐물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검찰과 경찰이 북한에 김정은 비판 전단과 달러, 쌀을 보내는 인권단체들을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단체에 기부한 후원자 525명의 통신자료를 무차별 조회한 사실이 알려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경찰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가 논란이 되고 있어 이 또한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인다.

2020년 6월 김여정 협박하자 통일부 수사 의뢰…검찰 같은해 12월 ‘기부금품법 위반’ 기소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2020년 12월 23일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와 큰샘의 박영학 대표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연간 1000만원 넘게 모금하려는 단체는 행정안전부나 지자체에 모금단체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더 많은 액수의 기부금을 받았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박상학 대표와 자유북한운동연합이 2015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1억7700만원을, 박영학 대표와 큰샘은 총 9500만원을 후원계좌로 받았다.

이 기소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2020년 6월 4일 북한 김여정의 대남협박과 이후 통일부의 수사 의뢰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당시 김여정은 “반공화국 삐라를 살포하는 망동 짓”이라며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뒤 한국 정부를 위협했다. 그러자 통일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 큰샘의 쌀 보내기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경찰청은 이후 두 단체의 후원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토대로 두 단체 대표자들을 기소했다.

후원계좌 압수수색한 경찰, 525명 기부자 통신자료 조회한 뒤 “왜 기부했냐”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이헌 변호사에 따르면, 경찰은 단체 후원계좌를 압수수색한 뒤 자유북한운동연합 후원자 470명과 큰샘 후원자 55명 등 525명 전원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경찰은 후원자 전원을 상대로 대면 또는 이메일, 문자, 전화 등 비대면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경찰이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부 규모와 관계없이 후원자 전원의 통신자료를 조회해 개인정보를 파악하고 연락해 “기부를 왜 했느냐” “단체 대표와 아는 사이냐” “금전거래가 있었냐”며 묻는 것은 너무도 이례적이라는 게 이헌 변호사의 지적이다.

이헌 변호사는 “경찰의 후원계좌 영장집행에다 후원자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후원 내역과 경위 조사는 대북인권활동 후원을 위축시키고, 북한인권활동을 탄압하려는 반헌법적 사찰행위에 해당되는 것”이라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측의 입장도 전했다.

박상학 대표, 지난해 1심 공판서 “기부금품법 따라 등록했는데 위반이라니”

현재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 중이다. 박상학 대표는 지난해 4월 6일 열린 1심 공판에서 “지난 18년 동안 단체를 운영하면서 공익기부단체(기부금품법에 따른 등록단체)로 인정받았다”면서 “매년 2억원 한도 내에서 기부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는데 갑자기 기부금품법 위반이라고 하니 터무니 없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 시민사회단체 가운데 기부금품법에 따라 행정안전부나 지자체에 등록한 단체는 많지 않다. 조국 수호 운동을 벌였던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회장 또한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후원자 전원이 경찰 조사를 받은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이헌 변호사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나 큰샘에 하듯이 법을 적용하면 국내 시민사회단체, 특히 좌파진영단체 가운데 범법을 안 한 곳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경찰이 후원자 전원의 통신자료를 조회해서 연락해 “왜 기부했느냐”고 묻는 건 사실상 사찰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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