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G NK '북한인권침해 조사 보고서' 발표…"살인, 고문, 영아살해에 北당국 연루"文, 지난달 타임 인터뷰서 김정은 칭찬… 보고서엔 北 반인륜 범죄에 "文정부 책임"
  • ▲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APPG NK 화상회의 장면.ⓒAPPG NK 홈페이지 캡처
    ▲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APPG NK 화상회의 장면.ⓒAPPG NK 홈페이지 캡처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실태 관련 보고서를 통해 주민을 대상으로 한 북한 당국의 잔혹행위의 심각성이 과거에 비해 변한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은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를 막지 못한 사례로 대북전단금지법 제정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연속 불참 등 문재인정부의 책임에 주목했다.

    英 APPG 보고서 "北 잔혹행위, 대량학살로도 판단"

    영국 의회의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적 의원모임(APPG NK)'은 지난 20일(현지시간) 2014~20년 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조사·분석한 '북한 인권침해 조사 보고서(Inquiry into Human Rights Violations in North Korea 2014~2020)'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 보고서는 2014년 발간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와 탈북민들의 증언, 북한인권단체 보고서 등을 총망라해 작성한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지성호 의원이 21일 분석한 APPG NK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유엔 COI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잔혹행위의 본질과 심각성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유엔의 권고사항 중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 7년 동안 이행된 것이 없다"고 파악했다.

    즉, 유엔 COI가 북한정권이 관여했다고 밝힌 반인륜적 범죄행위가 여전히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행된다는 것이다.

    APPG NK 보고서는 "살인, 고문, 비인간적 대우 및 처벌, 성적 또는 젠더 기반 폭력(강간 및 성폭력 포함), 성매매, 강제낙태, 영아살해, 현대판 노예, 그리고 종교나 신념에 기반한 박해 등에 북한 당국이 연루됐다는 증거를 청취·수집했다"며 "이러한 잔혹행위는 반인륜적 범죄로, 기독교·중국혼혈인 등 적대계층에 대한 잔혹행위는 '대량학살'로도 보일 만하다"고 판단했다.

    "北 잔혹행위 저지 실패 사례로 文정부 책임"

    주목할 점은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해 발언에 신중함을 기했던 커비 전 유엔 COI 위원장이 이 같은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를 막지 못한 이유로 문재인정부의 책임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커비 전 위원장은 APPG NK 보고서의 서문에서 "COI 보고서에 명시된 여러 반인륜적 범죄를 막기 위한 후속조치의 실패 사례"를 나열하면서 "문재인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2년 연속(2019~20) 불참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을 제정한 것"을 언급했다.

    또한 APPG NK 보고서는 중국 내 탈북민 문제를 거론 "영국은 한국정부와 협력하여 현재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의 상황에 대해 중국대사와 외교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사실상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도 요구했다.

    보고서는 "영국은 세계인권선언 제19조에 명시된 정보의 자유권을 포함하여 북한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증진하고 지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강행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과 반대되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매우 솔직(honest)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 "국제적 감각도 있다"고 평가해 논란이 일었다.

    보고서는 영국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관여'를 촉구하면서 "영국정부는 유엔을 통한 직접적 방법 또는 다른 국가(특히 한국)와 협력하는 간접적 방법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북한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세계인권선언(UDHR) 제18조와 종교 또는 신앙의 자유 권리 및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제18조를 포함한 모든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북한정권이 여전히 자행하는 잔혹행위를 해결 및 억제하기 위해 ▲조기경보와 지속적인 위험 평가 ▲인도적 지원의 계속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국제형사재판소(ICC) 임시재판소 설립 또는 국가들의 보편적 관할권 행사 등 옵션을 통한 정의·책임 구현 ▲동결된 북한 자산을 이용한 배상 절차 확보 구축 등 구체적 행동 방안도 촉구했다.

    지성호 "文, 심각한 北 인권유린 실태 외면 말아야"

    탈북민 출신 지성호 의원은 "북한의 처참한 인권유린 실태를 파악한 의미 있는 국제적인 북한인권 보고서가 발간되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지 의원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감사하다"며 "문재인정부는 더 이상 국제사회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이 북한 생존자의 이익을 위해 심각한 국제 인권법 위반으로 인한 동결자산의 용도변경을 위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밝힌 지 의원은 "지난 5월28일 발의한 '북한의 인권침해피해배상특별법'도 같은 맥락에서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APPG 발표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됐다. APPG의 초청으로 지성호·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 의회의 피오나 브루스 하원의원, 로드 앨턴 상원의원, 데이비드 버로 전 의원 및 10여 명의 APPG 상·하원 의원,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 등 전 세계 150여 명의 북한인권 관련 인사들이 옵서버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