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민주필버 중지법에 '위헌' 논란 내란청산법 강행성추행 의혹 장경태 감싸다 2차 가해 논란
  • ▲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종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규정하고 나섰지만, 국회에서는 이러한 상징성 선언과 배치되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지법이 강행되면서 '야당 탄압' 비판이 거세지고 있고, 사법부 독립 훼손 및 위헌 논란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이 집권여당 주도로 처리된 것이다.

    집권여당의 입법 폭주에 이어 국회 법사위에서는 민주당 의원이 자당 동료의 성추행 의혹을 감싸다 '2차 가해성 발언'을 하는 등의 논란도 벌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두고 야권에서는 겉과 속이 다른 민주당의 이중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께서 약속하신 것처럼 12월 3일을 법정 민주화운동 기념일 '국민주권의 날'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12월 3일을 민주화운동으로 지정하고 기념하는 내용을 담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대통령도 비상계엄 1주기를 맞은 전날 특별성명을 통해 "'빛의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며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이 이른바 '내란 청산'과 '국민주권'을 강조한 이날 국회에서는 도리어 쟁점 법안을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하는 일이 줄줄이 벌어지며 '입법 독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필리버스터를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국회의원 60명 이상이 본회의장에 출석하지 않으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민주당은 과거에는 필리버스터에 대해 '다수당의 횡포를 막을 야당의 최후 권리'라고 강조했지만 집권여당이 되자 소수 야당의 유일한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마저 사실상 무력화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에게 유일하게 남은 필리버스터 권한을 박탈하려는 법"이라며 "민주당의 포악스러운 행위를 분명히 후대가 평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헌 논란에 휩싸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과 판·검사 처벌 근거를 마련한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고위공수처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공수처법 개정안도 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에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사건을 전담할 재판부를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서울중앙지법에는 별도의 영장전담법관도 두도록 했으며, 전담 판사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법무부 장관·판사회의 추천 인사 등 9명으로 구성된다.

    또한 법안에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의 구속 기간을 형사소송법상 최대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했고, 내란범에 대한 사면·복권·감형을 제한하는 규정도 담겼다.

    법왜곡죄는 판사·검사·수사기관 종사자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거나 사실 관계를 현저히 잘못 판단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자격정지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민주당의 헌법 파괴에 들러리를 설 수 없기 때문에 파행을 선언한다"며 "내란 사건은 무조건 유죄로 하겠다는 것이다. 나치 시대의 특별재판부"라고 비판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된 논란에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은 평소 정의를 내세우면서 선명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정치의 맥락을 보면 반헌법적이거나 자신들의 장기 집권을 위한 수단인 경우가 많다"며 "이것이 잘못된 이중성이자 민주당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 ▲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집권여당의 입법 폭주에 이어 법사위에서는 민주당 의원이 자당 동료의 성추행 의혹을 감싸다 '2차 가해성 발언'을 하는 등의 논란도 벌어졌다.

    준강제추행 혐의로 피소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여성 비서관의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는 지적에 "그럼 잡아당기는데 손을 안 짚느냐"고 맞섰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도 "그 여자가 (장 의원) 어깨에 손 올리고 있는 것 못 봤느냐"고 항변했고, 김기표 의원은 "1년이 지나 고소된 사건이고 당사자(장 의원)는 (보도 영상이) 모자이크돼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민 주권'을 강조한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내세워 입법 독주를 자행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2차 가해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자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사위에서 나는 경찰청장 대행에게 장경태 성폭력 2차 가해에 대한 현안 질의를 했다"며 "성추행 혐의자인 장경태가 중간에 끼어들어 질의를 방해했다. 이렇게 직접적인 이해충돌을 해도 되나"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 수사관 앞에서 피의자로서 해야 할 변명을, 장경태는 법사위원이라는 감투를 쓰고 늘어놓았다"고 덧붙였다.

    주 의원은 또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피해 여성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왜 늦게 고소했냐며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피해 여성이 먼저 만졌다며 피해자 책임론을 펼쳤다"며 "심각한 성폭력 2차 가해"라고 지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제 여성 인권, 피해자 보호, 2차 가해 방지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말라. 위선이 역겹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