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합의대로 후보 요청 땐 협조… 당대표가 해야 할 당무는 성실하게 하겠다"이준석 "조수진 어떤 형태로 사과해도 받아들일 생각 없어… 김종인 만류도 거절"조수진 "제 나이가 몇 살 더 위… 정권교체를 열망 국민께 이유 막론하고 송구"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겸 상임선대위원장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겸 상임선대위원장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이종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것은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 어떤 미련도 없다"면서 다만 "당대표로서 해야 할 당무는 성실하게 하겠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에서 당대표 당연직인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을 겸임해왔다.

    이 대표는 이달 초 '당대표 패싱' 논란을 겪은 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울산에서 극적인 합의를 이루며 한 차례 갈등을 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조수진 최고위원과 마찰을 겪은 뒤에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내 선대위 직책의 사임을 결단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선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 등을 두고 조수진 공보단장에게 기민한 대응을 요구했으나 조 공보단장이 "윤 후보의 지시만 듣겠다"는 취지로 답하며 충돌했다. 이에 이 대표가 책상을 강하게 내리치고 회의장을 퇴장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이 표면화했다.

    그러자 조 공보단장이 이 대표를 비방하는 유튜브 영상을 일부 기자들에게 공유하면서 내홍이 격화했다. 이에 이 대표가 조 공보단장의 사과와 거취 표명을 요구했으나 조 공보단장은 같은 날 저녁 페이스북에 "유튜브 링크를 받고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계속 통화를 요청하는 출입기자 세 분에게 전달했다"라고만 해명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21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라며 재차 조 공보단장의 당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휘체계 문제로 갈등이 불거진 조수진 공보단장을 겨냥한 듯 "바로잡는 적극적 행위가 없고, 오히려 여유가 없어서 당 대표를 조롱하는 유튜브 방송 링크를 취재하는 언론인들에게 보냈다는 해명 아닌 해명을 하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에서 준비했던 것들은 승계해서 진행해도 좋고 기획을 모두 폐기해도 좋다"며 "울산에서의 합의대로 당 관련 사무에 있어서 후보가 요청하는 사안이 있다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 뒤 취재진과 만나 '당 대표실에서 조수진 공보단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질문에 "관심 없다. 조수진 최고위원이 어떤 형태로 사과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공보단장으로서는 해선 안 될 논란 있는 유튜브 영상을 본인이 직접 전달한 행위에 대해서는 징계 대상"이라며 "정말 본인의 뜻으로는 사퇴조차 할 수 없는 인물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김종인 위원장이 사태 수습을 위해 이 대표의 선대위 직책 사임을 '만류'한 것과 관련해선 "김종인 위원장이 만류했지만 저는 사퇴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말씀드렸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도 "조수진 공보단장이 본인은 '후보 뜻을 따른다'고 했는데, 이렇게 사태가 커질 때가지 후보에게 상의는 한 건지, 후보가 어떤 취지로 명 내린 건지 궁금해진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선대위 슬림화' 조치가 이뤄진다면 복귀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복귀할 생각 없다"며 "공보단장은 후보 이름을 거론하며 부적절한 행위를 했고,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듣지 않겠다고 공개 발언했다. 어떤 책임 있는 자세도 보이지 않았다. 제 의지와 다르게 역할이 없어서 선대위직을 사퇴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 대표실에서 이 대표를 기다리던 조수진 공보단장은 취재진과 만나 "제가 나이가 몇 살 더 위지 않나. 나이 먹으면 지혜가 많아져야 하는데 이유를 막론하고 제가 정말 송구하게 됐다"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과 당원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면서도 조 공보단장은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여러분이 알겠지만 저는 단 한번도 어떤 자리를 요구하거나 욕심 낸 적이 없다. 그 말을 하겠다"면서 즉답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