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해체·개방에 이미 1400억원 들인 정부… 9000억 추가 투입취·양수장 이전에만 9150억원 소요 예상… 내년 예산으로 800억원 편성김성원 "차기 정부에 세금 떠넘기기"… 박석순 교수 "멀쩡한 취수장을 옮겨, 참 웃기는 일"
  • ▲ 해체가 결정된 금강 세종보가 상시개방된 탓에 보의 바닥이 드러나 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
    ▲ 해체가 결정된 금강 세종보가 상시개방된 탓에 보의 바닥이 드러나 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
    문재인정부가 4대강 보 해체 및 개방을 위해 지금까지 14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들인 데 이어 내년부터는 9000억원을 투입해 취수·양수장 이전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금강·영산강에 더해 한강·낙동강 보 개방을 위해 취수시설을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정부가 문제가 없는 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세금을 퍼붓는다"고 지적했다.

    7일 조선일보는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4대강 보 개방 비용으로만 1조원이 넘게 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4대강 모니터링 477억원 △보 개방에 따른 피해 보상 및 지하수 대책 869억원 △4대강 조사·평가단 운영 214억원 △취·양수장 개선사업 9150억원 등이다.

    文정부, 4대강 '보 개방' 비용으로만 1조원 이상

    9000억원이 넘는 취·양수장 개선 비용 가운데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액은 8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정부가 그동안 수질 악화와 농업용수 공급 불안 등 부작용을 무시하고 보 해체를 밀어붙인 데 이어, 보 개방에 드는 막대한 세금을 차기 정부에까지 떠넘기고 있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현 정부 이후에도 4~5년간 8000억원을 더 들여야 하는 사업예산을 문재인정부 마지막 예산에 포함한 것은 '보 개방 대못질'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4대강 보를 개방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정부는 같은 해 6월1일부터 전국 16개 보 가운데 낙동강·금강에 설치된 6개 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남한강 여주보와 낙동강 칠곡보를 제외한 14곳의 수문을 잇따라 개방했다. 이 중 일부 보의 경우 수문이 상시 개방돼 물을 담는 보 본연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변에 있던 멀쩡한 취·양수구, 강 중앙으로 다시 옮겨

    보 개방 이후 물 부족 사태가 일자 문재인정부는 취·양수구 이전을 계획했다. 강 유역에는 수돗물이나 공장에서 쓰기 위해 강물을 정수장으로 보내는 취수장, 농업용수를 퍼올리는 양수장 등이 자리잡고 있다.

    4대강의 취·양수장은 이명박정부 당시 높이 10m 안팎의 보를 쌓으면서 취·양수구 위치를 대부분 강 중앙에서 강변으로 옮겼다. 하지만 보를 열어 수위를 낮추면 물을 끌어올 수 없기 때문에 취·양수구를 다시 강 중앙 등 수심이 깊은 곳으로 옮기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올해까지 들어간 세금은 231억원이라고 한다.

    4대강조사·평가단은 2018년 11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3개월이 지난 2019년 2월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완전 해체하라는 결론을 냈다. 위원회는 금강 공주보는 부분해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라는 의견도 냈다. 

    지난 1월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해당 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5개 보 기능을 폐기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결국 금강은 312억, 영산강은 145억원가량의 세금을 들여 대대적인 취·양수장 이전 공사에 들어가게 됐다.

    여기에 정부는 보 처리 방안이 결정되지 않은 낙동강과 한강을 대상으로도 보 완전 개방에 대비해 취·양수장 이전을 추진 중이라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지난 2월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낙동강 수계 취수시설 개선안'을 의결하고 지자체와 수자원공사·농어촌공사 등에 '강의 수위가 저하되는 비상시를 대비해 시설 개선 방안과 예산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양수장 개선에 낙동강 7697억원, 한강 764억원 들 듯

    지난 4월 환경부는 녹조현상 등 수질 문제가 없는 한강 보와 관련해서도 취·양수장 운영 개선 방안을 내라는 지시를 이미 내렸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낙동강의 경우 영남 1300만 명의 식수원이자 대규모 농경지와 산업단지의 농·공업용수로 쓰이는 데다 취·양수장도 많아 관련 사업에만 7697억원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강 3개 보 취·양수장 개선에는 764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보 개방으로 하천 수위가 낮아지면 주변 지하수 수위 역시 덩달아 낮아져 이에 따른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물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사를 짓는 농가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농민들에게 지급한 보상과 새로 더 깊은 우물을 뚫는 사업에만 내년까지 869억원이 들 전망이다.

    2018년 8월 출범한 4대강조사·평가단의 인건비와 홍보에도 내년까지 214억원의 예산이 든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은 처음부터 4대강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고 보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주변 생태계와 수질·수량 상태를 평가해왔다.

    민간기업은 자비로 이전해야… 환경부 "극한 가뭄 대비"

    보 개방으로 민간기업들의 피해도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민간이 운영하는 취·양수장은 세금으로 지원해 줄 법적 근거가 없다며 업무협약(MOU) 방식으로 직접 이전하거나 개선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보 개방에 써야 하는 비용은 한강 6곳에 577억원, 낙동강 3곳에 94억원 등 67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취·양수장 개선사업은 기후위기나 수질오염 사고 등 재해에 대비한 것으로, 보 해체와 무관하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 신문에 "강의 상류에서 녹조가 생기거나 수질오염 물질이 유입되는 경우 보를 열어 물을 빨리 바다로 흘려보내야 할 수도 있다"며 "기후위기로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보를 닫아 놓더라도 수위가 낮아져 취수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강·낙동강, 댐으로 수위 조절하면 돼… 가뭄 대비는 핑계일 뿐"

    이와 관련,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문재인정부가 자신들이 주장해온 보 해체를 밀어붙이기 위해 취·하수장 이전이라는 밑작업에 세금을 퍼붓고 있다"며 "환경문제를 학문적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판단하니 이런 웃기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 교수는 '가뭄 대비용'이라는 환경부의 설명과 관련해서도 "한강·북한강·남한강·낙동강 등은 댐으로 조절이 가능한 강으로, 자연하천으로 보기 힘들다"며 "결국 가뭄 때문에 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취·양수장을 옮기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