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원심 뒤집고 2노조 측에 "강규형에게 200만원 배상하라" 판결재판부 "피고들이 강규형 KBS 이사회 참석 막아… 업무방해 맞다"
  • 4년 전 자신의 KBS 이사회 출석을 물리적으로 방해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노조·2노조) 조합원 7명을 상대로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강규형(사진) 명지대 교수가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제4-1 민사부(부장판사 오연정)는 지난달 26일 강 교수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피고 6명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1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같은 이유로 피소된 2노조 조합원 이OO 씨에 대해서도 강 교수에게 1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선고했다.

    法, 업무방해는 인정… 상해 피해는 불인정

    재판부는 "본부노조 임원인 피고 성OO, 오OO 등은 2017년 9월 20일 오후 4시 30분경 KBS 이사였던 원고가 그 무렵 개최되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을 방해하고 원고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한 '집단행동'을 기획했다"며 "이들의 지시를 받은 피고 조OO, 강OO, 임OO, 이OO 등은 승강기 운행을 지연시키거나 승강기에 탑승하려는 원고 앞을 막아서는 행동으로 원고의 이사회 출석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피고들의 집단행동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원고에 대한 업무방해로 볼 수 있다"며 "이에 이 사건 집단행동을 기획·지시·감독한 본부노조 임원들은 원고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고, 이 사건 집단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조합원들도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를 입힌 것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같은 이유로 재판에 회부된 이OO 씨 역시 당시 강 교수 주위를 둘러싸고 진로를 방해하는 등의 행동으로 강 교수가 이사회에 출석하려는 것을 방해했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들의 집단행동으로 2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부염좌 등의 상해를 입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앞서 원고가 피고들을 특수상해죄로 고소한 사건이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감안해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들이 원고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것을 전제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강규형 "내가 퇴출된 후 與·언론노조가 KBS 주도권 잡아"

    이 같은 판결에 강 교수는 "제가 이사회에 참석할 때 성OO, 이OO 등이 집단린치한 건이 형사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는데, 악명 높은 박OO으로 담당 검사가 바뀌면서 추가 조사도 없이 기소유예됐다"며 "반면 민사에서는 언론노조(본부노조·2노조)원들을 상대로 2심에서 부분 승소했다. 이 건도 4년 이상 끌었다"는 소감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강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언론노조에서 '해임'이라는 극약처방까지 써가며 저를 쫓아냈던 이유는 KBS 이사진 가운데 저만 나가면 이사진 구도를 바꿔, 여권과 언론노조가 KBS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KBS 이사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주로 언론노조와 소송전이 붙어, 도합 30건가량 송사가 진행됐는데, 이 중 20건은 정리됐고 10건 정도 자잘한 사건들이 남았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당시 여권의 방송장악 시도를 수차례 지적했던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강규형 KBS 전 이사가 외로운 싸움에서 또 승리했다"며 강 교수의 연이은 소송 승소를 페이스북 게시글로 축하했다.

    박 의원은 "(강 교수의 민사소송 일부 승소는)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 무효 취소 소송에 이어 두 번째 사필귀정"이라며 "재판부가 강 전 이사의 KBS 이사회 참석을 방해한 KBS 본부노조 조합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업무방해 사실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전 이사를 무리하게 끌어내리고 명예를 훼손한 KBS와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사과하라"고 촉구한 박 의원은 "문 대통령은 강 전 이사를 상대로 상고심까지 재판을 끌어갔지만 패소한 데 대해서도 아직 사과 한마디 없다. 정권이 바뀌면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통위 "부적절한 처신으로 KBS 명예실추"… 강규형 해임 건의


    강 교수는 2015년 9월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KBS 이사에 임명됐으나 ▲업무추진비 320여만원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대를 조롱했으며 ▲도그쇼에서 애견 동호회원을 폭행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KBS의 명예실추와 국민의 신뢰저하를 초래했다는 2노조와 감사원 등의 지적을 받고 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회부됐다.

    이에 2017년 12월 27일 청문회를 연 방통위는 강 교수의 KBS 이사직 해임건의안을 의결했다. 이튿날 문 대통령은 방통위와 인사혁신처를 거쳐 올라온 강 교수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재가했다. 강 교수의 KBS 이사 임기는 2018년 8월까지였다.

    이와 관련, 강 교수는 2노조 측이 자신에게 폭행·협박죄 등을 뒤집어씌웠고, 방통위가 절차 및 내용상 문제가 많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며 행정법원에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재판부 "'이사 적격' 상실 아냐‥ 해임처분 부당" 원고승소 판결

    소송을 심리한 1심(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과 2심(서울고법 행정11부) 재판부는 ▲원고의 부당집행 액수가 여타 이사들에 비해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시위자에게 취한 언동에 욕설이나 모욕적인 행동이 없었으며 ▲원고는 폭행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됐다는 점을 들어 "이런 사유 등으로 KBS의 명예실추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지난 9월 "이 사건 기록과 원심 판결 및 상고 이유를 모두 살펴봤으나, 상고인(문재인 대통령)의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심리의 불속행)에 해당한다"며 강 교수에 대한 해임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