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에 부정적 연구, 종료 앞두고 느닷없이 중단… "문서에 이재명 결재 직인"대신 연구 맡은 한경연 "SPC 통한 민관 합작 개발 타당하다"… 다른 결론한경연, 유동규 시절 6건 수의계약… "성남도공 설립, 전략사업팀 신설 근거 제공해"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성남시청. ⓒ뉴데일리DB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성남시청. ⓒ뉴데일리DB
    성남시가 '성남의뜰' 설립에 부정적 결과를 내려고 한 연구용역을 수개월 동안 중단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연구용역은 성남시가 시비(市費) 5억4900만여 원을 들여 발주한 것으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내려 하자 성남시는 연구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성남시는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 같은 연구용역을 맡겼는데, 해당 연구원은 22일 만에 SPC 설립이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한경연의 잇따른 용역 결과가 대장동 사업의 근거로 작용하자 일각에서는 한경연이 '대장동 일당'과 유착관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공공성 고려해 특수목적법인 설립 신중해야"… 성남도공, 미리 결과 알고 연구 중단

    2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성남시는 2013년 '대장동 개발사업 타당성 및 구역 지정' 관련 연구를 2곳의 업체에 맡겼다. 연구는 2015년 2월28일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성남시는 2015년 2월10일 갑자기 중단시켰다. 연구 종료를 불과 18일 앞둔 시점이었다. 

    SPC 설립에 부정적 결과를 낼 것이라는 사실을 성남시가 미리 알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해당 연구원이 '공공성 측면에서 특수목적법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과를 낼 것이라는 첩보를 전략사업실이 2014년 12월 초 입수하고 성남시에 연구 중지를 요청했다고 들었다"고 해당 매체에 전했다.

    성남시가 연구용역을 중단한 시점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시 행정기획국의 SPC 설립 승인 검토 보고서를 결재한 직후였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행정기획국 보고서는 해당 연구용역과는 별개로 발주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알려졌다. 당시 성남시 도시개발사업단은 연구기관에 서면으로 연구 일시중지를 요청하며 "성남도공에서 중지 요청이 있었다"고 적었는데, 이 문서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전자 결재 직인이 찍혀 있었다.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뉴시스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뉴시스
    한국경제조사연구원, 22일 만에 "SPC 설립 통한 민·관 합작 타당" 결론

    중단된 연구는 대장동 사업이 민·관 합동 방식 개발로 결정된 이후인 2015년 6월2일에야 끝났다고 알려졌다. 연구 결론도 'SPC 설립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에서 '민·관 합동 방식으로 추진하며, 공공 중심의 특수목적법인(SPC)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변경됐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은 해당 연구의 결과 일부를 미리 입수한 이후, 그해 12월31일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 추가로 연구용역을 맡겼다. 이후 한경원은 연구를 시작한 지 22일 만인 2015년 1월22일, 'SPC 설립을 통한 민·관 합작 개발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결과를 냈다.

    성남도공 설립, 전략사업팀 신설, 개발사업 3처… 모두 한경연 용역 결과 근거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은 대장동 연구용역 외에도 다수의 용역계약을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맺었다.

    29일 시사저널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근무한 2013~17년 당시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6건의 수의계약을 했다. 

    우선 2013년 10월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이 맡은 '통합공사 조직 및 인력 진단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전략사업팀'이 신설됐다. 이 팀은 유 전 본부장을 포함해 '대장동 비리' 설계자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가 추천한 김민걸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가 소속된 곳이다. 

    이 밖에도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은 2011년 9월 '도시개발공사 설립 타당성 조사용역'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설립 근거를 제공했고, 2014년 11월 '인력 정밀진단 연구용역'을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 확대를 위한 '개발사업 3처' 설립에도 기여했다고 알려졌다. 

    22일 만에 내린 '성남의뜰'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은 애초 수의계약은 아니었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공개입찰 과정에서 네 차례 유찰돼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이 맡게 된 것으로 시사저널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