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영장인데 윤석열 얘기로 채워… '판사 사찰 문건' '장모 대응 문건' '채널A 사건 감찰 방해'송영길이 "빨리빨리 처리하라"→공수처, 손준성 체포영장·구속영장 청구했다가 모두 기각윤 캠프 "공수처가 송영길 사주·지령에 딱 맞춰 수사… 국민 신뢰 잃었다"
  • ▲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공동취재단
    ▲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공동취재단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됐던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이 구속영장 상당부분이 손 검사가 아닌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여기에는 여권의 시각과 일치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공수처의 수사가 여권 편향이란 비판이 또다시 불거졌다.

    28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영장청구서의 도입 부분인 '사건의 배경'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압수수색 이후 상황 등'으로 시작한다. 이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등 윤 전 총장이 재직 시절 지휘했던 사건도 포함돼 있다. 이는 모두 손준성 검사와 무관한 사건들이다.

    또 '판사 사찰 문건 작성 및 배포' '윤석열 장모 대응 문건 작성'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 '윤석열 징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 등도 포함됐는데, 모두 그동안 여권이 윤 전 총장을 공격할 때 활용했던 의혹 또는 사건들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판사 성향 분석'에 대해선 윤 전 총장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업무를 지시했다고 단정하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내용을 두고 "공수처가 여권의 시각을 공유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그동안 공수처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있을 때마다 이 발언과 비슷한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해 물의를 빚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여당 대표 지령대로 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더나 백신 출하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더나 백신 출하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송영길 "녹취록 있는데 왜 소환 못 하나"… 공수처 같은 날 체포영장 청구

    지난 20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녹취록이 나왔는데 소환 못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다.

    다음 날인 21일 송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 결정하는 데 판단할 수 있도록 수사가 신속하게 종결돼야 한다" "일단 공수처가 빨리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를 소환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은 공수처가 손 검사 측에  "대선 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하여 조속한 조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란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야당 대선 경선 일정'과 '강제 수사'를 언급한 날이다.

    송 대표는 또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대선이 본격적으로 되기 전에 빨리 결론을 내줘야지, 선거 국면에 들어가면 더 정치적 논란이 될 것 아니겠느냐"며 "왜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을 빨리빨리 소환해서 수사하지 않느냐"고 공수처를 다그쳤다.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시점은 22일 자정 직후였다.

    송 대표 발언과 공수처의 수사 진행 상황이 겹치는 일이 반복되자 정치권에서는 '여권과 공수처가 수사 상황을 공유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26일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공수처 수사가) 야당 경선에 개입하려는 정치 공작에 불과했음이 증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캠프 "공수처, 송영길 사주에 놀아나… 국민 신뢰 잃었다"

    윤석열 캠프는 28일 논평을 내고 공수처가 수사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최지현 윤석열 국민캠프 수석부대변인은 "송영길 대표의 수사 개입 발언과 공수처의 수사 진행 경과를 보니, 송영길 대표가 '정치공작용 영장'을 사주한 점이 명명백백히 드러난다"라며 "공수처는 입으로만 '정치적 중립', '인권친화 수사기관'이라고 떠들면서 뒤로는 여당 대표의 지령에 딱 맞춰 수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부대변인은 그러면서 "여기에 놀아난 공수처는 더 이상 국민의 수사기관이 아니다"라며 "공수처는 물론 공수처 수사도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