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소속사, '문화특사활동비'로 16억3764만원 요청문체부, '순방문화행사' 명목으로 7억1700만원만 계약
  • ▲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제76차 유엔총회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개회 세션 연설, UN과의 'SDG 모멘트' 인터뷰, 미국 ABC 방송 인터뷰 등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정을 소화했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뉴욕 한국문화원 등도 방문해 '문화 사절' 역할도 톡톡히 했다. ⓒ사진 제공 = 빅히트 뮤직 / 청와대
    ▲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제76차 유엔총회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개회 세션 연설, UN과의 'SDG 모멘트' 인터뷰, 미국 ABC 방송 인터뷰 등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정을 소화했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뉴욕 한국문화원 등도 방문해 '문화 사절' 역할도 톡톡히 했다. ⓒ사진 제공 = 빅히트 뮤직 / 청와대
    지난달 대통령 특별사절단(특사)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 미국 뉴욕 출장에 동행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약 17억원을 경비로 사용했으나 정부가 7억원만 지급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에서 "방탄소년단의 미국 순방 비용(약 17억원) 중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해외문화홍보원이 소속사에 지급한 돈은 얼마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정렬 해외문화홍보원장은 "7억원을 지급했고 나머지 10억원은 BTS 측에서 부담했다"며 "사전에 합의된 내용이다. BTS 측이 자의적으로 돈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우리 실무진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BTS, 뉴욕 도착하자마자 12~13시간 촬영 일정 소화

    본지가 이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문화홍보원은 지난달 17일 BTS 소속사 빅히트뮤직과 7억1700만원의 용역계약서를 맺었다.

    이는 계약서의 '과업지시서'에 기재된 'UN 공연 사전녹화'와 '공연 상영'에 대한 용역계약이었다.

    그러나 BTS는 당시 'UN 공연' 외에도 대통령 인터뷰(미국 ABC 인터뷰)와 영부인의 행사(메트로폴리탄 한국관 방문) 등에 참석하며 특사 업무를 수행했다.

    자료에 따르면 BTS는 지난달 18일 오후 8시 50분 뉴욕에 도착해 곧바로 숙소로 이동한 뒤 곧장 촬영 준비에 들어갔다.

    이후 UN으로 이동한 BTS는 다음 날 새벽 3시 30분까지 실내촬영을 하고, 새벽 4시에 숙소로 돌아와 새벽 6시 30분부터 촬영 준비를 하고, 오후 1시 30분까지 야외 촬영을 진행했다.

    뉴욕 도착 후 취침 시간(2~3시간)과 이동·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12~13시간 동안 촬영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친 것.

    이 같은 공연 녹화 기간(9월 18~19일)을 제외한 나머지 사흘간 BTS는 대통령과 영부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수행하는 활동을 펼쳤다.

    당초 BTS는 정부로부터 문 대통령과 함께 출국해 특사 업무를 수행할 것을 요청받고, 스태프를 포함해 50여명의 미국 출장에 필요한 16억3764만원짜리 견적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중 7억1700만원만 지급하는 내용의 용역계약을 빅히트뮤직과 맺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7억1700만원은 항공비, 숙박비, 현지차량, 식비, 방역준비비가 전부였다. 인건비 성격의 '창작비(5억7200만원)'와 기타비용(3억4864만원)은 제외됐다.

    빅히트가 요청한 17개 항목 중 9개 항목만 지원


    이용 의원실에 따르면 당초 빅히트뮤직이 필요하다고 한 17개 항목 중 9개 항목만 지원이 결정됐고, 해당 9개 항목 중에서도 1억5000만원 가량이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해외문화홍보원은 빅히트뮤직이 요청한 예산지원 항목과 금액 중 '순방 행사 취지에 부합하는 항목과 금액만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7억1700만원만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문화특사로 함께했던 BTS의 '열정페이' 논란이 있자 청와대는 '안 받겠다는 것을 억지로 줬다'고 해명했으나, BTS의 문화특사 업무와 예산지원을 담당했던 외교부와 해외문화홍보원의 자료와 설명에 따르면 과연 '청와대의 해명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빅히트뮤직이 해외문화홍보원에 제출한 미국 순방의 소요 예산으로 제출한 견적서 상 금액(16억3764만원)은 소속사 측이 문화특사 활동으로 요청한 예산지원 규모로 봐야 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돈을 안 받겠다고 한 것을 억지로 줬다'는 탁 비서관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당초 계약서에는 18~19일 뉴욕 유엔본부 행사비용만 받기로 쓰여 있는데 계약서에 없는 일정, 즉 20~22일 대통령과 영부인, 그리고 황희 문체부장관이 참석하는 행사까지 BTS가 불러다녔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미술관 가고, 매트로폴리탄 뮤지엄 가고 한국문화원 방문하는 건 특사로서의 일정인 거지 그걸 무슨 계약을 하느냐?"고 반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용 의원은 "BTS가 문화특사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사실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BTS가 문화특사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은 것인지, 무리한 일정을 강요받은 것은 아니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 빅히트뮤직은 예산지원을 받기로 한 항목 이외에 항목을 가린 상태로 미국 출장 견적서를 정부 측에 제출했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 빅히트뮤직은 예산지원을 받기로 한 항목 이외에 항목을 가린 상태로 미국 출장 견적서를 정부 측에 제출했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