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은 캠프에서 만들면 안 되나요" 온라인에 폭로 글… 이재명 측 "사실무근"도의회·공사 주변에 "공약 준비" 소문 파다… "간부들 폭로자에 소송" 소문도
  •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5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원천 행복주택 현장을 방문해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5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원천 행복주택 현장을 방문해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산하 공기업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선후보의 대선 공약을 만들라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헌욱 경기주택공사(GH) 사장이 직원들에게 이 경선후보의 대선 공약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이재명 캠프와 경기주택공사는 관련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본인 민정수석 내정돼 있다며 직원들에게 지시"

    23일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경기주택공사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지사님, 선거 공약은 캠프에서 만들면 안 되나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에는 소속 회사 메일 인증을 통해 가입해야 글을 작성할 수 있다. 2014년 대한항공의 '땅콩회항'사건이 가장 먼저 알려진 커뮤니티다. 

    작성자는 "우리 사장님은 '리틀 이재명'이라 불리며 이재명 도지사님 후계자로 알려져 있다"며 "사장님이 작년부터 이재명 지사님 지시로 직원들에게 대선 공약을 만들라고 지시하신다. 본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내정돼 있다면서"라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이어 "우리 회사 직원들은 그런 공약 만드는데, 지금까지 해본 적도 없고 익숙하지도 않다"고 푸념했다. 
  • ▲ 경기도주택공사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글. 블라인드는 본인의 회사 메일 인증을 통해 가입하고, 글을 작성할 수 있다. ⓒ블라인드 캡쳐
    ▲ 경기도주택공사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글. 블라인드는 본인의 회사 메일 인증을 통해 가입하고, 글을 작성할 수 있다. ⓒ블라인드 캡쳐
    "지금은 모 실의 P차장님이 국토균형발전계획 공약을 여러 부서에서 취합해 만든다는 소문이 사내에 파다하다"고 전한 작성자는 "문제는 이게 우리 회사 업무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반문했다. 

    작성자는 이어 "우리는 경기도 산하 지방 공기업이지, 전국구 공기업이 아닌데 저런 전국적 대선 공약을 만드는 게 맞는지, 위법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도지사님, 제발 대선 공약을 산하 기관에서 만들라는 지시는 거둬 주세요"라고 읍소한 작성자는 "타 산하 기관도 이렇게 공약을 만들고 계시나요?"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작성자의 주장대로, 이헌욱 경기주택공사 사장은 '리틀 이재명'으로 불린다. 이 경선후보의 핵심정책 중 하나인 기본주택사업을 주도하는 것이 2019년 2월 취임한 이 사장이다. 

    이 사장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출신으로 이 경선후보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경선후보가 도지사에 출마하자 성남시장 민주당 후보 경선에도 참여했다. 당시 이 사장은 스스로 "내가 이재명"이라며 이 경선후보의 정책 계승을 강조했다. 

    이재명 측·경기주택공사는 "사실무근"

    게다가 이 경선후보가 이 사장을 감싼다는 의혹도 제기돼왔다. 이 사장은 경기주택공사 사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 4월 공사 합숙소 운영 및 관리지침을 임의로 바꿔 회사 근처 합숙소 명목으로 보증금 4억원 규모의 전셋집을 마련했다. 

    이를 두고 지난 4월 경기도주택공사 익명 제보 시스템에 감사 요구가 올라와 경기주택공사가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사장에게는 아무런 조치가 내려지지 않고, 합숙소 직원 2명에게만 징계가 내려졌다. 

    최근 경기도지사직 사퇴를 거부하며 대선 경선에 '지사 찬스'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 경선후보 측은 선을 그었다. 

    이재명 캠프 이경 대변인은 24일 통화에서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이재명 캠프) 정책팀에서 정책이 탄탄히 꾸려져 있다. 그런데 굳이 거기서(경기주택공사)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경기주택공사 측도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이다. 경기주택공사 관계자는 "그런 일은 전혀 없고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 관가에서는 경기주택공사 사장의 공약 개발과 관련한 설이 무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기도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경기주택공사와 관련한 소문은 공사와 의회에서도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지만, 이들의 업무가 공약인지 일반업무인지 구별하고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공사 간부들이 내부 폭로자를 색출해 허위사실유포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말도 들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