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기자회견서 배구협회 포상금 들먹… "대통령 향해 감사 인사하라" 종용도
  • 지난 9일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팀 귀국 기자회견 사회를 봤던 유애자(60) 경기 감독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증하고 있다.

    당시 유 감독관이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33·사진)에게 포상금 액수를 재차 묻고, 앞서 배구 선수들을 격려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할 것을 수차례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기가 무슨 북한이냐"며 유 감독관을 겨냥한 비난 댓글이 쏟아진 것.

    "대통령께 감사 인사 드리세요"…"했잖아요, 지금"

    배구협회 홍보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유 감독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올림픽 4강 신화를 쓰고 돌아온 여자 배구 대표팀과 기자회견을 갖고 귀국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진행을 맡은 유 감독관은 김연경을 따로 불러세운 뒤 대뜸 "(여자 배구가 4강에 올라가면서) 포상금이 역대 최고로 준비돼 있는 거 아시죠?"라고 물었다.

    이에 김연경이 "아, 예"라고 짧게 답하자 유 감독관은 "금액도 알고 계시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김연경은 "대충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연경이 미적거리자 유 감독관은 "6억원 아니냐"며 조원태 한국배구연맹 총재, 조영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오한남 대한배구협회 회장이 각각 2억원씩 지급하기로 한 내역을 열거했다.

    이후 잠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유 감독관은 다시 마이크를 잡더니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께서 우리 여자 배수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시면서 격려해주셨다"며 엉뚱한 얘기를 꺼냈다.

    특히 "김연경 선수에 대해선 국민에게 감명을 준 것에 대해 따로 격려를 해주셨다"고 언급한 유 감독관은 "이에 대해 답변을 드렸냐"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김연경은 "제가요? 제가 감히 대통령님한테"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면서 "저희는 한 게 그렇게 없는 것 같은데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여자 배구에 대해) 더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유 감독관은 이러한 답변이 성에 안 찬 듯 "오늘 기회가 왔다"며 "거기에 대한 인사 말씀을 해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이에 김연경은 "했잖아요, 지금. 감사하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그래도 한 번 더 해달라는 유 감독관의 요구에 김연경은 "감사하다. 앞으로도 배구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 댓글과 배구협회 게시판 등을 통해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네티즌들은 "수고하고 돌아온 선수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그렇게 협회 생색을 내고 싶었냐"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하라고 수차례 종용하는 모습도 눈꼴사나웠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배구협회 측은 "좋은 취지에서 한 이야기를 한 것인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1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배구협회 관계자는 "여자 배구가 목표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서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려 격려한 데 대해 배구인으로서 고마워해 김연경 선수에게 감사의 멘트를 부탁한 것인데 재차 반복하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 부위원장이 올림픽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 포상금을 많이 받게 된 후배 선수들이 기특하고, 고생한 선수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서 한 말일 것이다. 분위기를 띄운다는 측면에서도 한 발언인 거 같다. 올림픽을 계기로 배구 선수들이 더 많은 후원을 받게 하고 싶어서 한 진행이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유 감독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등하면서 유 감독관이 학폭 논란에 휘말린 이다영·이재영 자매와 친분이 깊다는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자 배구 국가대표 선수 시절, 이다영·이재영 자매의 모친인 김경희 전 배구 선수와 함께 동료로 뛰었던 유 감독관은 평소 "이다영 같은 친구는 며느리로 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등 이다영·이재영 자매를 많이 아끼는 모습을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