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의원 격정토로 “청해부대 서아프리카 파견 靑 지시, 軍 반대했어야 정상”아덴만 청해부대, 서아프리카 가는 데 25일 걸려… 그동안 인질범 도피하지 않겠나?보급 때 현지인 접촉 불가피… 靑 '귀한 자식들' 동원해 병정놀이 하듯 정치 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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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청해부대를 서아프리카로 보내라고 지시했어도 군사적으로 부적절한 작전이면 국방장관·합참의장·해군참모총장이 반대하고 청와대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것이 군통수권자와 좋은 군사참모의 역할이고 모습이다.”
- ▲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청해부대 코로나 대량감염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301명 장병의 건강은 고려하지 않고, 무의미한 작전에 동원한 청와대와 군 수뇌부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현 기자.
지난 7월26일 국회 국방위에서 “청해부대 코로나 대량감염의 근본 원인은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의 무리한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폭로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을)의 지적이다.
“靑 NSC 지시에 따랐다”며 청해부대 장병들에 미안한 태도 안 보인 국방부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한 의원은 육사 31기로 예비역 중장이다. 30년 넘게 군에 몸담은 그는 청해부대 대량감염 사태의 근본 원인이 “군을 정치 쇼에 동원하는 청와대와, 이에 아무 말 않고 따른 군 수뇌부”라고 지적했다.
“청해부대 장병 301명을 위험한 서아프리카로 보내 코로나 대량감염을 초래하고도 국회 국방위에 나온 국방부는 ‘청와대 NSC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면서 장병들에게 미안하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질타한 한 의원은 “그래서 ‘청해부대 장병 301명의 인권은 존중돼야 할 것 아니냐? (청와대 지시면) 장병들 건강권은 훼손해도 되느냐? 장병들도 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관련 내용을 밝혔다”고 26일 국방위에서의 상황을 설명했다.
국방부는 한 의원의 지적에 즉각 반응했다. 국방부는 7월27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최근 발생한 우리 국민 피랍 상황 대응을 위해 해당 지역으로 청해부대 투입을 검토했다”며 “당시 서아프리카에서 해적에 의한 한국인 피랍이 2건 발생했고 또 다른 한국 선박 피해 예방과 인질 석방 지원 차원에서 (청해부대) 파견을 결정했다”고 밝혔다.국방부는 이어 “국방부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부대의 의견 수렴을 통해 계획을 수립하여 NSC 논의 등 관련 기관 간 협의를 거쳐 청해부대 작전 지역 변경을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이는 국방부가 몇 달 전 출입기자단에게 ‘엠바고’를 요청한 내용으로, 국방부가 이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다.
“국방부의 청해부대 장병 철수작전 보며 서아프리카 파견 알았다”
한 의원은 청해부대의 코로나 대량감염 원인이 원래 임무 지역인 아덴만이 아니라 서아프리카로 급파된 때문이라는 것은 청해부대 장병 철수작전 당시 국방부의 자화자찬 때문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국방부는 당시 “청해부대 장병들의 신속한 철수를 위해 귀국 수송기 항로에 있는 20개국과 협조했다”면서 “군사외교의 성과”라고 자화자찬했다.청해부대가 아덴만에 있었다면 수송기로 귀국하는 경로에 협조가 필요한 곳은 10개국 정도에 불과했다. -
한 의원은 “지난 5월과 6월 서아프리카 기니만에서 한국인 선원이 피랍된 사건, 2018년 7월 리비아에서 한국인 근로자가 피랍됐을 때 청해부대를 보낸 일 등을 생각해 보고, 재차 알아보니 청해부대를 서아프리카에 보냈다가 코로나 대량감염이 발생한 사실이 확실했다”고 설명했다.
- ▲ 지난 7월 20일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장병 301명이 서울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생활치료센터로 이동 중이다. ⓒ강민석 기자
한 의원은 이어 “서아프리카 지역은 당초 청해부대가 주로 기항하는 오만 살랄라항과는 보건환경이 천지 차이”라며 청해부대 코로나 대량감염은 예견된 사태라고 지적했다.
청해부대 급파한 서아프리카, 코로나 방역환경 세계 최악 수준
한 의원은 그러면서 청해부대 기항지인 오만 살랄라항에 갔던 경험을 소개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청해부대는 지난 2월 출항한 뒤 살랄라항에서 8~9번 보급을 받았다. 이곳의 보건환경과 방역이 매우 우수한 덕분에 별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한 의원은 설명했다.“반면 청해부대의 이동 경로와 목적지 서아프리카의 보건환경은 세계적으로도 최악의 수준”이라고 한 의원은 지적했다.
특히 보급할 때가 문제였다. 청해부대(문무대왕함) 같은 구축함은 15일에 한 번 보급을 받는다. 반면 아덴만에 있던 청해부대가 서아프리카로 가려면 희망봉을 돌아서 가든 수에즈운하를 통해 가든 25일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즉, 이동 중 한 번, 목적지에 도착해서 한 번 보급을 받는다.그런데 청해부대 이동경로에 있는 거의 모든 나라가 코로나 위험지역이라고 한 의원은 지적했다.
“청해부대의 이동경로는 처음 가 보는 항로다. 따라서 보급을 위해 입항하려면 현지인 도선사(導船士)가 타야 한다. 그가 코로나 감염자인지 제대로 파악했을까. 게다가 낙후한 나라에서 보급할 때는 짐을 들어 나르기에 현지인들이 배에 들락거린다. 즉, 청해부대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보급받을 때 이미 코로나 감염 위험이 커진 것”이라고 한 의원은 설명했다.
한 의원은 이어 “아덴만에서 청해부대와 함께 작전하는 미 해군 제5함대에 여분의 백신을 얻어 보려는 시도조차 안 했다는 것이 현 정부와 군 수뇌부의 무능함을 보여준다”면서 “정부와 군 수뇌부가 청해부대를 코로나 감염 위험이 큰 곳에 보내면서 예방책을 마련해 주지 않았다는 것은 장병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인 피랍 현장에 25일 걸려 청해부대 급파, 군사적으로 무의미”
한 의원은 또 “한국인이 서아프리카에서 피랍됐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반대쪽에 있는 청해부대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군사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청해부대가 아덴만에서 서아프리카까지 가는 25일 동안 납치범은 인질을 끌고 내륙에 있는 본거지로 가서 숨지 않겠느냐고 한 의원은 지적했다. -
한 의원은 “이 점을 따졌더니 해군은 ‘우리는 그 작전에 동의 안 했다’고 답하더라”고 밝혔다. 청해부대가 한국인이 납치된 지역에 가봤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군도 알았다는 것이다.
- ▲ 한 의원은 "이번 사태는 청와대가 군 지휘를 마치 병정놀이하듯 하기 때문"이라며 "제발 군인을 정치 쇼 하는데 동원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이종현 기자.
“2018년 7월 리비아에서 한국인 근로자가 피랍됐을 때 문재인정부는 그 과정을 모두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왜 공개하지 않았을까. 그건 바로 청해부대 장병들이 코로나에 감염되면 청와대가 책임지게 될까봐 엠바고를 요청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한 한 의원은 “청해부대는 서아프리카로 간 것 때문에 감염됐다. 결국 청와대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해군이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청와대와 국방부가 청해부대를 서아프리카로 보낸 것”이라며 “정치 쇼를 하려고 군인을 동원하면서 ‘엠바고’를 걸어 언론의 입까지 막았다는 것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국방장관이고 합참의장이고 참모총장이고 현지 상황이 나쁜 것 다 알면서도 청와대 지시라고 따랐다”고 분개한 한 의원은 “이것은 군 통수권자를 보좌하는 참모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참모들이 부적절한 작전에 반대하고, 청와대는 이를 받아들여야지 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번 일(청해부대를 아무런 방역대책 없이 서아프리카로 보낸 것)은 청와대가 군 지휘를 병정놀이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제발 군인을 정치 쇼 하는 데 동원하지 말라. 우리 장병들 모두 남의 집 귀한 자식들”이라고 일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