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전체를 '잠재적 범죄집단'처럼 묘사"… 언론노조위원장 "대다수 언론인은 그렇게 취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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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출신 김의겸(사진) 열린민주당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제 나이 또래 기자들 중 경찰을 사칭해 취재하는 일은 흔했다"며 신분을 속이고 취재한 MBC 기자를 두둔하고 나선 데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이 "대다수의 언론인들은 그런 방식으로 취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13일 오전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저도 (SBS에서) 20여년 기자생활을 해온 사람의 입장에서 그것이 마치 대다수 언론계의 관행이었던 것처럼 말씀하신 건 대단히 부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제 방송을 듣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언론개혁을 말씀하시는 언론인 출신 의원께서 이런 방식으로 언론 전체를 잠재적 범죄집단처럼 묘사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이것이 언론개혁이라는 메시지 자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발언에 신중하셔야 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한겨레 출신 김의겸 "경찰 사칭 취재, 과거엔 흔했다"
김 의원은 지난 12일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MBC 기자가 수사권이 없으니까 경찰을 사칭한 것으로 보이는데, 저희들, 이제 좀 나이가 든 기자 출신들에게는 사실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자가 "흔하다는 말씀은 경찰이라고… 이것도 일종의 사칭인 건데요"라고 당황스러워하자, 김 의원은 "흔한 일이었다"며 "아마 제 나이 또래에서는 한두 번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심지어는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 전화번호가 뜨는 것을 이용해 상대방이 경찰이 한 것처럼 믿게 하려고 경찰서의 경비전화를 사용한 경우도 많았다"고 말한 그는 "세월이 흘렀으니 기준과 잣대가 달려졌고, 그런 시대 변화에 맞춰서 잘못한 건 맞는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걸 고발한 건 전 너무 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겨우 검증이 시작인데, 벌써부터 기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건가, 아니면 벌써부터 겁을 먹은 건가, 그런 생각이 든다"며 윤 전 총장 대선캠프에서 일종의 '입막음조'로 MBC 취재진을 고발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한 고참 기자는 "나도 2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해 온 사람"이라며 "(경찰 사칭이)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는 김의겸 의원 주장이 놀랍다. 한겨레에서는 그런 식으로 취재를 했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윤석열 측, 공무원자격사칭 등 혐의 MBC 기자 고발
앞서 MBC 소속 기자와 영상 취재 PD 등 2명은 지난 7일 김건희(윤 전 총장 아내) 씨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의 과거 주소지 앞에 세워진 차량 주인과 통화를 하면서 자신들을 파주경찰서 경찰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량 주인에게 김씨 지도교수의 거주지를 캐물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윤 전 총장 측은 지난 10일 "MBC의 불법 취재에 대한 진상 규명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며 MBC 취재진 2명과 책임자 1명을 공무원자격사칭 및 강요죄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13일 오전 서초경찰서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은 윤 전 총장 측은 '취재 중 경찰을 사칭한 행위가 강요죄와 공무원자격사칭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