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노환중 속행공판… 최근 출간 '조국의 시간'에 빗대 조국·정경심 비판
  •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마성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마성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위조의 시간'에 (자녀들의) 허위 경력이 창조됐다."

    검찰이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부인 정경심 씨의 범행을 두고 법정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최근 조 전 장관이 출간한 책 <조국의 시간>을 비꼬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마성영)는 11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과 정씨,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속행공판을 열었다. 

    조 전 장관의 재판은 우한코로나(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계속 연기돼, 지난해 12월4일 공판준비기일 이후 약 6개월 만에 열렸다. 조 전 장관이 법정에 출석한 것은 지난해 11월20일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재판이 연기되는 사이 법원 인사로 재판부 3명이 모두 교체됐고, 재판부는 이날 공판갱신 절차를 진행했다. 공판갱신은 검찰의 공소사실과 피고인의 견해를 재확인하는 절차다. 

    조 전 장관 부부는 2013년 7월께 아들 조모 씨 등과 공모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허위 인턴활동증명서, 허위 법무법인 인턴활동확인서 등을 작성하고,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지원 당시 제출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2016년 11~12월에는 2회에 걸쳐 아들 조씨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도 있다. 

    2013년 6월께는 딸 조씨의 서울대 의전원 지원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와 부산의 아쿠아팰리스호텔 인턴확인서 및 실습 수료증을 포함해 단국대·공주대 인턴확인서, 동양대 표창장 등을 위조해 제출한 혐의와, 2017년 11월~2018년 10월 민정수석 재직 당시 노 원장으로부터 딸의 장학금 명목으로 200만원씩 세 차례에 걸쳐 600만원을 수령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설명하며 "(조 전 장관 딸) 조모 씨가 고3이던 '위조의 시간'에 조 씨의 7대 허위 경력이 위조됐다"며 "(조 전 장관 아들) 조씨의 경우에도 연이은 낙방 이후 정씨에 의해 허위 경력이 창조됐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최근 '조국 사태'와 관련한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써 자신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를 비판한 바 있다. 

    조 전 장관 측 김칠준 변호사는 이와 관련 "법정에서는 가급적이면 공소사실에 준하는 용어들을 사용하면서 차분히 재판이 진행되기 바란다"며 반발했다. 

    김 변호사는 "오늘도 (검찰은) 공소사실 얘기하면서 '7대 허위 경력' '위조의 시간' 이런 말씀을 하셨다"며 "다른 재판에서도 '강남 빌딩의 꿈' '부의 대물림'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조 전 장관 부부가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본질적으로 흔드는,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면서 진행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날 재판에는 타 재판부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인 정씨도 재판에 나왔다. 조 전 장관의 재판에서는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가 먼저 심리돼 그동안 관련 혐의가 없는 정씨와 노 원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조 전 장관과 정씨가 법정에서 마주친 것은 지난해 9월 타 재판부에서 열린 정씨의 재판에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나서 증언을 모두 거부한 뒤 처음이다. 조 전 장관과 정씨는 이날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들은 법정에 들어서면서 눈을 마주쳤으나, 재판 도중 대화를 나누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자녀 입시비리와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 이용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1억3800여 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법정 출석에 앞서 페이스북에 비틀즈의 노래 'The Long And Winding Road'(길고도 험한 길)를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