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라진 콘텐츠까지 삭제 신청… "표현의 자유 제한" "삭제 요청 남발" 지적
  • ▲ 대한민국 정부가 2010년부터 신청한 구글 콘텐츠 삭제 요청 건수. ⓒ구글 투명성 보고서
    ▲ 대한민국 정부가 2010년부터 신청한 구글 콘텐츠 삭제 요청 건수. ⓒ구글 투명성 보고서
    문재인 정부 들어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 개수와 요청 건수가 구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이 공개한 '2020년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불법 콘텐츠라는 이유로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 수는 지난해에만 총 5만4330건에 달했다. 

    이는 2019년 수준(9935건)보다 무려 4배 이상(4만4395건) 늘어난 것으로,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월등히 많은 미국(9482건)이나 일본(1070건), 독일(1941건)보다도 많은 수치다. 지난해 N번방 등 성범죄(피해자) 사진이나 성적 콘텐츠를 포함한 URL,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유튜브 동영상에 대한 삭제 요청이 급증한 탓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구글에 '사용자 정보'를 요청한 건수도 지난해 상반기 2951건을 기록해 전년 동기(766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정부가 정보 공개를 요청한 사용자 계정은 총 2만562개에 달했다. 

    사용자 정보는 메일·유튜브·블로그 등 구글서비스를 사용한 이들의 접속 기록이나 등록 정보, 이메일 내용 등을 가리킨다. 대부분의 요청은 범죄 수사와 관련돼 있으나, 민사 또는 행정 소송과 관련해서도 정부 기관이 정보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구글을 상대로 콘텐츠 삭제를 요청하거나 사용자 정보 공개를 요구한 횟수가 문재인 정부 들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가 구글에 콘텐츠 삭제를 요청한 건수는 연평균 200건이 안 됐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연평균 300건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하반기, 콘텐츠 삭제 요청 건수가 211건으로 늘어나더니 2019년 상반기 558건으로 2배 이상 뛰어올랐다. 그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섰다.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성매매·성폭력을 조장하는 블로그 ▲규제 의약품 판매를 홍보하는 URL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유튜브 동영상 100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사진, 유해 콘텐츠 URL 등을 삭제해줄 것을 구글에 요청했다. 

    이외에도 ▲한 정부 고위 관료가 자살한 여배우와의 성추문 자동 완성 검색어를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이 구글 검색에서 특정 웹페이지(해당 공무원이 시위를 시찰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구글은 정부 관료의 요청은 승인했으나, 경기도 선관위 공무원의 요청은 거절했다.

    정부로부터 삭제 요청을 받은 구글은 그 가운데 자사의 콘텐츠 정책,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 등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 URL을 삭제했다. 그러나 콘텐츠를 사용할 수 없거나 검색 결과에 URL의 색인이 생성되지 않은 경우 삭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삭제를 요청한 URL 중 콘텐츠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10000건이 넘었고, 이미 콘텐츠가 삭제된 경우도 1000여건이 됐다. 

    이에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유튜브 콘텐츠에 과도하게 대응하거나, 삭제 요청을 남발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홍세욱 법무법인 에이치스 대표변호사는 "정부가 삭제를 요청한 유튜브 콘텐츠들이 정말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내용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국가 기관에서 50000여건이나 되는 사례를 파악해 일일이 삭제 요청을 했다는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과잉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 ▲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콘텐츠 삭제 요청을 받은 구글이 실제로 삭제처리한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 좌측이 지난해 상반기, 우측이 지난해 하반기 수치. ⓒ구글 투명성 보고서
    ▲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콘텐츠 삭제 요청을 받은 구글이 실제로 삭제처리한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 좌측이 지난해 상반기, 우측이 지난해 하반기 수치. ⓒ구글 투명성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