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EU도 북한 인권에 관심 갖고 지원… 경찰, 이런 식의 탈북민 신변보호 차라리 그만둬라"
  • ▲ 강화도에서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와 만나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자유주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종현 기자.
    ▲ 강화도에서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와 만나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자유주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종현 기자.
    지난 4월25~30일 한미 양국에서 제18회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열렸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 기간에 대북전단 50만 장을 살포했다. 본지는 지난 4일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를 만나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자유주간 등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김 대표는 "미국 의회는 물론 일본·유럽연합(EU)도 대북전단 살포와 같은 북한인권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민 대표, 인천 모처에서 경찰 신변보호 받으며 생활

    김 대표는 현재 인천 모처에서 요양생활 중이다. 그의 옆에는 북한의 테러에 대비해 신변보호를 맡은 경찰관들이 머무른다. 

    가족과는 주말에나 만난다는 김 대표는 “한적한 곳에서 병 치료도 하고, 그동안 쓰고 싶었던 시도 쓰고, 텃밭도 가꾸면서 유유자적하게 산다”며 웃었다. 올해 안에 시집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 집 한편에는 옥수수·파·고추·상추·쑥갓 등이 자라는 텃밭이 있다. 그가 숯불에 구워 건넨 파는 달콤했다.

    “경찰청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엄정수사하라고 지시했던데, 북한자유주간 동안 별일 없었느냐”고 묻자 경찰관들은 “우리는 김 대표 신변 보호에만 신경 쓴다”며 웃었다. 김 대표는 “이분들(신변보호 경찰관들)과 저는 가족처럼 지낸다”며 웃었다. 

    “지난해 박상학 대표가 정부에서 못하게 하는 행동(대북전단 살포)을 하니까 가족처럼 지내던 신변보호 담당 경찰과 완전히 적대관계가 됐더라”고 전한 김 대표는 “이분들도 상부 명령이 떨어지면 저를 감시·통제해야 할 수 있다”면서 걱정했다. 

    “경찰, 탈북민단체장 차량 보이면 달려들어 검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와 탈북민 단체들의 움직임 등과 관련해 물었다. 김 대표는 “우한코로나 때문에 그동안 활동이 뜸했던 탈북민 단체와 북한인권단체 10여 곳이 북한자유주간을 기회로 모여서 향후 활발한 활동을 결의했다”면서 “그 첫 번째 활동이 북한자유주간이었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도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 전후로) 경찰은 신변보호 대상자들(탈북민단체장들)의 차량이 접경지역을 오갈 때마다 검문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 또한 귀가할 때마다 검문을 당했다. 다리를 지나 동네로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양 옆에서 경찰 수십 명이 우르르 몰려나와 검문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이 아닌 겨레얼통일연대 장세율 대표도 이런 식의 검문을 받았다고 한다. 겨레얼통일연대는 김정은 사진을 붙인 물풍선에 쌀을 담아 북한으로 흘려보낸다.
  • ▲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북한자유주간 기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북한자유주간 기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김 대표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경찰의 태도가 종종 돌변하는 것을 보며 난감해 하는 탈북민단체장들이 많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신변을 보호하며 가족처럼 지내는 경찰관들이 대북전단 살포 등 문재인정부의 뜻을 어기면 친소(親疏)관계를 막론하고 즉각 철저히 통제하고 억압하는 탓에 탈북민단체장과 경찰관들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이 이야기는 김창룡 경찰청장이 꼭 봤으면 좋겠다”고 전제한 김 대표는 “신변보호하는 경찰관들도 사람이다. 신변보호를 하다 돌연 낯빛을 바꿔 억압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난감한 일이다. 경찰 수뇌부는 차라리 탈북민단체장 신변보호를 완전히 중단하든가 아니면 차라리 감시·통제 담당 경찰관들을 새로 보내는 것이 서로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관들과 우리 탈북민단체장들이 서로 적은 아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박상학 대표 처벌받아도 다른 단체들이 대북전단 보낼 것”

    “박 대표가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처벌받으면 대북전단 살포가 중단되겠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절대 중단되지 않는다. 당연히 다른 탈북민단체들이 그 일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대북전단금지법은 잘못된 법”이라며 “국민의힘 등이 국회에서 그 법이 통과되는 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탈북민들이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현재 경찰들이 탈북민단체장들을 철저히 감시해 행동의 여지가 별로 없어 그렇지, 기회만 생긴다면 누구든 대북전단이든 페트병이든 북한으로 흘려보낼 것”이라고 강조한 김 대표는 “탈북민단체장들은 (대북전단금지법과 싸우고) 감옥에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북민단체들의 이 같은 의지는 미국 의회와 일본·EU 등 국제사회가 북한인권활동을 지켜보며 지지·후원한다는 점에서 더욱 불타오르는 듯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경우 탈북민단체들을 향한 관심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많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미국 상·하원 의원 12명 격려 메시지… 헤리티지 재단·AEI, 처음 참여

    화제를 다시 북한자유주간으로 돌렸다. 지난 4월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과 워싱턴에서 동시에 열린 행사 동안 짐 리쉬, 테드 크루즈, 마르코 루비오, 영 김, 크리스 쿤스, 앨런 로웬탈 등 미국 상·하원 의원 12명이 북한주민을 위한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미국 상하원 의원들은 '기본적 인권을 누리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늘 기도한다. 우리는 북한 체제가 잘못됐다는 것을 잘 안다'며 '탈북민단체의 북한해방운동을 말로만 응원하지 않겠다'는 한결같은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미국 의회 의원들 가운데 특히 영 김 하원의원은 별도의 영상메시지를 보냈다. 영 김 의원은 공화당 하원 중진 에드 로이스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열심히 뛰는 한국계 의원이다.

    이밖에 그랙 스칼라튜 미국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에드워드 리 공산주의희생자추모재단 이사장, 한국전참전용사전우회장도 격려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국민의힘 태영호·지성호 의원,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 최정훈 남북통일당 대표, 이애란 북한인권탈북단체총연합 상임대표,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등은 직접 행사에 참가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 ▲ 김성민 대표는 올해 북한자유주간은 온라인 행사가 위주였지만 오히려 그 덕에 헤리티지재단, AEI(미국기업연구소), 이사벨라재단 등 쟁쟁한 씽크탱크와 인권단체들도 초청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종현 기자.
    ▲ 김성민 대표는 올해 북한자유주간은 온라인 행사가 위주였지만 오히려 그 덕에 헤리티지재단, AEI(미국기업연구소), 이사벨라재단 등 쟁쟁한 씽크탱크와 인권단체들도 초청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종현 기자.
    “올해 북한자유주간은 우한코로나 때문에 웹비나(온라인 공개 세미나) 형식의 행사가 많았는데, 헤리티지재단과 미국기업연구소(AEI)·이사벨라재단 등을 최초로 섭외할 수 있었다”고 소개한 김 대표는 “웹비나에서 대북 라디오 방송이나 대북전단,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생각이 바뀌어 탈북한 사람들이 나와 증언했는데, 이것이 미국의 북한전문가들에게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보였다”고 귀띔했다.

    “올해 북한자유주간 마무리, 주미 한국대사관에 서한 전달로 마무리”

    지금까지 북한자유주간은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갖고 탈북자 강제북송에 항의하는 서한을 전달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올해는 주미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서한을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한국대사관 앞에서 문재인정부에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으라’는 시위를 열고 서한을 전달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전언이다. 

    서한의 내용은 “북한이 우한코로나를 이유로 중국 당국이 붙잡은 탈북자들의 북송을 거절하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정부가 탈북자들을 받아들일 절호의 기회다. 문재인 대통령 당신도 실향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이번 서한에는 탈북민단체장과 인권단체뿐만 아니라 북한인권특사 등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했던 사람들도 서명했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바이든정부, 트럼프정부보다 북한인권에 관심 많은 듯”

    김 대표는 바이든정부와 직접 접촉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북한자유주간 마지막 날 미국 국무부가 탈북민들의 북한인권 증진활동을 응원한다는 성명을 내놔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정부보다 바이든정부가 북한인권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 대표는 트럼프정부 시절 백악관에 세 번 초대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만나지 못했다. “트럼프정부 때는 대통령이 김정은과 직접 통화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탈북민과 만나주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한 김 대표는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는 만났다”고 밝혔다. 

    그가 2018년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펜스 부통령은 “우리가 김정은을 국제무대로 끌어낸 것이 아니라 역으로 김정은이 쳐 놓은 덫에 걸린 것 아닌가 걱정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과 부통령의 생각이 그렇게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김 대표는 토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김정은과 직접 접촉하지는 않겠다고 밝혔고, 북한인권 문제도 직접 언급했다”면서 “그 점이 트럼프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김 대표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북한군의 약점?… “김정은 사진에는 사격 못한다고 하더라”

    한편 김 대표는 북한에 쌀과 전단, USB 등을 보내는 단체들에서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했다. 겨레얼통일연대가 쌀 등을 담은 물풍선에 김정은 사진을 붙여 바다를 통해 흘려보냈더니 북한군이 이를 발견하고도 사격하지 못하더라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비무장지대 최전방 시설마다 북한에서 볼 수 있게 김정은 사진을 붙여 놓으면 아마 총이든 포든 사격하지 못할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