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정체성 부정하면 지지층 잃어"… 발끈한 친문 "180석 만들어줬는데 당 어려우니 내부총질"
  • ▲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20·30대 초선 의원들이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으로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을 꼽았다가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다. 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지목한 데 따른 반발이다. 친문 지지자들은 이들을 '배신자'로 규정했다.

    대표적 친문계 인사인 정청래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3월 초까지 박영선, 여론조사 1등이었다. LH 사태 이후 급격히 여론이 기울었다"면서 "조국, 검찰개혁이 문제였다면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을 부정하라는 식의 '십자가 밟기'의 덫에 걸리면 안 된다. 지금은 '우왕자왕'이 가장 경계할 독소"라며 "가급적 개별적 목소리를 줄이고 당의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원게시판에 비난 쇄도…  "희생한 적 없으면서 입만 나불"

    방송인 김어준 씨도 자신 방송에서 "원래 선거를 지는 쪽에선 대체로 선거에 도움이 안 됐던 분들이 가장 도움이 안 될 말을 가장 먼저 나서서 한다"며 "소신파라고 띄워 주는데 이분들 말대로 하면 대체로 망한다"고 힐난했다.

    친문 온라인 커뮤니티와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서도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친문 지지자들은 해당 의원들을 '을사 5적'에 빗대며 '민주당 초선 5적'이라고 규정했다. 해당 글에는 "배신 잘하게 생겼다" "본인들 발언 철회하고 사죄하면 용서하겠다" "이것들 잘 기억합시다" 등 댓글이 줄을 이었다.

    "초선 5인의 입장문을 보고 권리당원 유지가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며 탈당을 선언하거나 항의 문자를 보냈다는 이들도 있었다. 이 밖에도 "LH 얘기는 모르쇠하고 엄한 조국·추미애를 끌고 오는 건 헛다리 짚은 것" "조국 교수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느냐" "자신들 목 내놓고 검찰 개혁한 사람들을 총질하라고 180석을 만들어줬느냐" "초선 의원들, 조국·추미애만큼 희생한 적도 없으면서 입만 나불거리지 말라" "뒤통수를 세게 박는다"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친문 인사들이 이처럼 발끈하고 나선 것은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발언 때문이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오영환·전용기·장철민·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7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한 것을 반성한다"며 뒤늦은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2030 초선들, 9일 대국민 사과…"조국, 검찰개혁 대명사로 오판"

    이들은 이번 선거의 참패가 야당과 언론의 탓이 아닌 우리 당의 내로남불 때문이었다"고 반성하는 등 당내 강성 친문(친문재인) 세력과도 정면 배치되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또 "조국 전 장관을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 밀린다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검찰개혁은 종전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이었으나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국민들의 공감대를 잃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궐선거를 촉발시킨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사건에 대해서는 "우리 당은 당헌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냈고,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죄도 없었다"며 "당내 2차 가해에 적극적으로 막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선 "국민들께서 사과를 요구하면 사과할 용의도 있다"며 "반성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