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과실에도 당헌 개정해 공천 무리수… 서울·부산 모두 내주고 리더십 붕괴
  • ▲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당대표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하며 선거를 지휘했던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치명타를 입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당대표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하며 선거를 지휘했던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치명타를 입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종현 기자
    4·7 재·보궐선거가 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대표와 상임선대위원장을 역임하며 선거를 총괄했지만, 리더십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재기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낙연 "성찰의 시간 갖고 낮은 곳에서 국민 뵙겠다"

    이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며 "성찰의 시간을 갖고 낮은 곳에서 국민을 뵙겠다. 민주당 또한 반성과 쇄신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를 주도했던 이 의원이 사실상 백의종군을 선언한 셈이다. 

    이 의원은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내고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해 황교안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를 큰 표 차로 누르고 여의도에 복귀했다. 지난해 8월에는 21대 국회 개원 이후 첫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까지 거머쥐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당내 기반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던 이 의원이 당대표를 맡으면서 당내 세력을 점차 늘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면서 기대감은 실망으로 변했다. 후보 공천 과정에서부터 선거전략까지 이 의원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기때문이다. 

    이낙연, 당헌 개정해 후보 공천 주도… 당내 기반 다지려다 민심이반

    당초 민주당 당헌은 자당의 과실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도록 규정했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후보를 공천할 수 없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줄곧 "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고,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 "후보를 낼지 당원들에게 뜻을 묻겠다"며 전당원투표를 감행했다. 당내 강경세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당원들은 압도적 찬성으로 당헌 개정에 찬성했고, 이 의원은 "당원들의 뜻이 모아졌다"며 당헌을 개정해 후보 공천을 공식화했다.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정책적으로도 무리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이 의원은 지난 2월에는 가덕도신공항특별법 통과를 주도하며 부산민심 잡기에 나섰다. 

    이 의원은 당시 가덕도신공항을 "되돌릴 수 없는 국책사업이 되도록 법제화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법안심사에 나섰던 당 소속 국회 국토위원들마저 "속이 타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무리한 추진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또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첫 추경 편성에서도 재정 여건을 이유로 부정적 견해를 보였던 정부와 각을 세우며 규모를 19조원까지 늘렸다. 이처럼 이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인 선심성 정책을 주도했지만 4·7 재·보궐선거의 결과는 참패로 막을 내렸다. 

    "정치적 판단력과 대중성 증명 못해… 재기 불가능"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일련의 행보가 스스로 강점을 깎아내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대표 취임 이후 공수처법 통과와 전직 대통령의 사면 등 강경과 온건 사이를 오락가락 하며 핵심지지층과 중도층을 모두 놓쳤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8일 통화에서 "당내 기반을 만들기 위해 민심보다 핵심지지층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 문제인데, 전직 대통령 사면 논란으로 이마저 놓쳤다"며 "강점으로 꼽히던 조율사 역할을 못했다. 결과론이지만 이낙연 대표가 원칙대로 밀고 나가서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씁쓸해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의원의 대선주자로서의 여정이 사실상 끝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연구소장은 "후보를 공천한 정치적 판단력은 물론이고 선거책임자로서 대중적 인기와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했다"며 "정치적 판단력과 대중성이 없는 대권주자가 생명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사실상 대권후보로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