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등교수업 확대 요구, '학급당 학생 수' OECD 평균 이하… 등교수업 위한 '학생 수 감축' 무관심
  • ▲ 학부모들의 등교수업 요구가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정부의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대책이 나오지 않아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창회 기자
    ▲ 학부모들의 등교수업 요구가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정부의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대책이 나오지 않아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창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면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등교수업' 확대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등교수업'을 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학급당 학생 수 감축'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유·초·중·고) 원격수업 자체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면서 "최대한 코로나19 상황을 빨리 극복해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해서 대면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만큼 아이들에 대한 교육 효과도 높이고, 부모님들의 돌봄 부담도 덜어주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논문에서 "작년 5월 등교수업을 시작한 이후 7월까지 분석한 결과 3~18세 확진자 중 교내 감염은 2.4%에 불과했다는 역학조사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밝히면서 등교수업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로 등교수업이 대거 축소되면서 학생들의 학력 격차 문제와 심리 문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학급당 학생 수' 초등 23.1명, 중등 26.7명… OECD 기준 못미쳐

    등교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강제적인 초등학교 등교 인원 제한 정책 폐지 및 대면수업권 보장 요청' 게시물에서 청원인은 "일괄적이고 강제적인 등교 일수 제한 정책을 폐지하고,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정상적인 등교수업권을 보장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아직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평균 300~400명대를 넘나들고 있는 상태다. 이전보다 많이 줄어든 모습이지만 아직까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학생들의 '등교수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가 지금보다 현저히 적어져야 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

    지난 21일 6개 교원단체 대표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만난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등교수업 확대가 필요하며, 안전한 등교수업을 위해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공통적으로 꺼냈다. 그러자 유 장관은 "교육 격차의 문제가 공교육 내에서, 학교 안에서 완화될 수 있도록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 나가자는 제안을 드리고 싶다"고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OECD 교육지표 2020 한국어판'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에 등교수업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학급 규모, 즉 '학급당 학생 수'이다.

    'OECD 교육지표 2020 한국어판'은 "학교 수업의 재개 여부는 질병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학교들이 실행하도록 안내받은 예방 조치에 따라 달라진다"며 "그중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 조치로 밝혀졌다"고 소개했다.

    또한 "많은 국가가 학생 간 필요한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학급 규모를 줄이거나 절반으로 감축하도록 안내했다"면서 "일부 국가는 특정 시간 교실에 들어올 수 있는 최대 학생 수를 구체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와 영국은 초등학교 교실에 입실할 수 있는 학생 수를 최대 15명까지 제한할 것으로 권장해왔다"고 안내했다.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는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며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3.1명으로 EU 평균(19.9명)이나 OECD 평균(21.1명)보다 많다. 해당 수치가 있는 30개국 중 23번째다. 중학교도 비슷하다. '학급당 학생 수'가 EU 평균은 21.0명, OECD 평균은 23.3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6.7명에 달한다. 30개국 가운데 24번째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법안 발의됐지만 국회 통과 요원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국회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한 법안이 나와 있다. 먼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지난 20일 초·중·고교의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의 범위에서 교육감이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내놨다. 현재 학급당 학생 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에 따라 시·도 교육감이 정하도록 돼 있는데 여기에 '20명 상한선'을 새로 도입한 것이다.

    개정안은 또 교육부 장관이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에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9월 '학급당 학생 수 적정 수준을 20인 이하'로 명시하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 역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한 계획을 수립·실시하도록 명시했다. 그렇지만 이 두 법안이 언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요원한 상태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원 산정 기준을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해 달라는 요구를 청와대와 교육부에 여러 방면으로 전달해 왔다"며 "교육부로부터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내년도 교육 수급 계획에서 방역 부분까지 고려하겠다는 답변은 받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이어 "올해 개학날인 3월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부 대책은 깜깜무소식이라 현재 이탄희 의원의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자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교육부는 다음 주 '신학기 학사 운영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교수업을 많이 하게 되면 학생들이 학원 등 학교 외 시설이나 가족 간에 감염돼 이를 학교 내에서 전파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또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실시하면 2주간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는 문제도 남아있다"면서도 "학력 격차 해소 등을 위해 등교수업 확대가 바람직한 만큼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