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복귀' 이어 '채널A 사건' 답보에 거취 결단 촉구… 신년사도 패싱한 채 이성윤 '잠행'
  •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 내 입지가 눈에 띄게 위태로워졌다. 그와 대척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에 복귀하고, 그의 배후였던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사실상 경질'이라는 평가 속에 물러나는 데 따른 여파다. 

    설상가상으로 이 지검장이 추 장관의 비호 속에 최종 수사지휘권을 쥐고 몰아붙이던 '채널A 사건' 수사도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 지검장으로서는 '정권의 충견'이라는 오명만 얻고, 정부에 어떤 결과물도 안겨주지 못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1월 말로 예정된 검찰 인사에서 이 지검장이 문책성 인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온라인 신년사 배포도 없이 '잠행'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최근 업무 외 활동이나 외부 접촉을 차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한코로나(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한 행보라고 하더라도, 연례행사 등 내부활동마저 자제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 지검장은 지난 1일 검찰 내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2021년 신년사도 생략했다. 시무식은 우한코로나로 인해 취소했다지만, 이메일 등을 통한 신년사 배포조차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을 불신하는 검찰 내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 vs 윤' 사태가 윤 총장의 완승으로 끝나자 추 장관의 최측근인 이 지검장이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 '잠행'을 택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지검장의 현 모습은 그야말로 '식물 지검장' 아닌가. 자기 식구들(검찰)이 등을 진 것만큼 불명예스러운 것은 없다"며 "검사로서 정치적 중립을 잃고, 정권에 순종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이 지검장은 지난해 12월 중앙지검 1·2·3·4차장검사 전원으로부터 윤 총장을 대상으로 한 추 장관의 직무배제 사태와 관련해 사퇴를 건의받았다. 

    당시 이 지검장의 핵심 보좌 역할을 했던 김욱준 1차장검사는 이 지검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사표를 제출하며 직접적으로 이 지검장에게 동반사퇴까지 건의했지만, 이 지검장이 이를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앞서 전국 일선 검사장 및 고검장들이 윤 총장 직무배제 조치에 따른 반대성명을 낼 당시에도 이 지검장에게는 동참 여부조차 묻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추미애 사람'으로 낙인찍힌 셈이다.   

    '채널A 사건' 수사 실패… 檢‧정부 신뢰 모두 잃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채널A 사건'의 표류는 이 지검장으로서는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정부는 검찰개혁의 명분이자 윤 총장 징계사유 중 하나로 채널A 사건을 지목하면서, 윤 총장은 물론 그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까지 내칠 계획이었다. 이에 추 장관은 해당 사건에서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까지 박탈하면서 이 지검장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채널A 사건' 수사 담당인 중앙지검 형사1부는 한 검사장의 공소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여기에 여당 일각에서는 최근 한동훈 검사장의 무혐의를 인정하고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이 지검장이 총대를 멨던 정부의 '검언유착 프레임'은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이 여파로 정부가 오는 1월 말 검찰 인사에서 이 지검장을 대상으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지검장은 앞서 지난해 8월 인사에서도 고검장급 승진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유임된 바 있다. 당시에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이동재 전 기자를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사실에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적시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 컸다. 

    '한동훈 무혐의' 수사팀 보고서 한 달째 뭉개 

    이 지검장은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검찰 내부의 신뢰까지 잃은 모습이다. 최근 이 지검장이 형사1부로부터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하겠다'는 내용의 100여 쪽짜리 보고서를 제출받고도 뭉갠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수사팀은 보고서를 통해 "이동재(35·구속기소)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캐내기 위해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편지로 협박하는 과정에 한 검사장이 공모했다는 혐의를 입증할 내용이 '채널A 녹취록에는 없다"며 "이밖에 이 전 기자와 그의 후배 기자인 백모 기자도 한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를 부인하는 등에 비춰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는 없다고 판단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젼해졌다. 

    '채널A 녹취록'은 이 사건의 핵심 증거로, 이 전 기자와 백모 채널A 기자가 지난해 2월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서 한 검사장과 대화한 내용을 녹음한 것이다. 

    수사팀은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10월에도 제출했으나 이 지검장이 "실망이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반려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에 수사팀은 보고서를 보강해 지난달 초 다시 제출했고, 이 지검장은 결재를 미룬 채 이 사건과 전혀 관계 없는 최성필 중앙지검 2차장에게 대결(代決)을 맡겼다고 전해진다. 

    검찰 안팎에서는 자신의 임기 중 한 검사장을 무혐의로 처리하면  '수사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 돼, 시간을 끌려는 꼼수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