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의석 바라보며 "이의 없으십니까" 묻고 가결 선포
  •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들어와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들어와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8일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하루 앞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한 데 이어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국정원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들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야당은 철야농성, 피켓시위 등으로 거세게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법안 처리에 속도를 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 기망(欺罔) 대국민 사기"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본회의 처리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與, 대북전단 금지법·국정원법·'5·18 처벌법' 등 단독 처리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단독 처리했다.

    개정안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 등으로 남북합의서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지난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한 법안이 이날 여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도 단독으로 의결됐다. 개정안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되, 시행 시기를 3년 유예하도록 했다.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을 금지하기 위해 국정원의 직무범위에서 국내보안정보와 대공 등의 개념을 삭제하고, 이를 국외 및 북한에 관한 정보와 사이버안보 등의 수집·작성·배포 등으로 한정했다.

    국정원법 개정안은 앞서 지난달 1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국내정보를 경찰이 독점하게 되는 '공룡 경찰'이 탄생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5·18 왜곡 처벌법'도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형량을 기존 7년 이하 징역에서 2년 낮췄다.

    "이의 없습니까. 가결 선포합니다"로 끝내

    쟁점법안들의 법사위 의결은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의석을 바라본 채 "이의 있으십니까. 없으시면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라고 말한 뒤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선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5명)로 완화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비롯해 상법 개정안과 경찰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단독으로 의결했다.

    주호영 "與. 입법독재·국회농단으로 법치 후퇴"

    국민의힘은 의회독재라며 법안 처리를 막아서려 했지만 수적 열세에 밀려 역부족이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쟁점법안들을 통과시키는 동안 '대국민 보고 및 문재인 정권 규탄 성명'을 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독재는 따로 있지 않다. 야당을 철저히 무시하고 수적 우위만을 앞세워 멋대로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것, 이것이 독재"라며 "입법 독재, 국회 농단으로 민주주의와 정의, 그리고 법치는 후퇴하고 있다"고 민주당의 단독 법안 처리를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들의 문제점을 열거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은 국정원의 대공수사업무를 통째로 경찰에 넘기는 법도 단독으로 처리했고, 대북전단을 날리면 처벌하는 '김여정 하명법'도 단독 처리했다"며 "'김정은 독재'를 지지하는 법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반(反)민주 폭주가 반드시, 준엄한 정치적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쟁점법안들의 본회의 처리를 막아서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시작한 철야 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