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21일 재판부에 '피고인신문 절차 생략 동의' 의견서 제출… 법조계 "추가 증거 없다면 불리할 듯"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아내 정경심(58) 씨의 재판에서 피고인신문을 진행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이 같은 절차 생략이 1심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법조계의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에 정씨를 대상으로 한 피고인신문을 생략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는 정씨가 피고인신문 절차 생략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정씨는 지난 16일 "피고인신문을 진행하더라도 전면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도 이를 사실상 수용해 17일 열린 정씨의 30차 속행공판에서 "검찰이 동의하면 피고인신문을 진행하지 않고 검사와 변호인에게 충분히 변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한다"고 제안했다.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석명요청서를 내면 재판부가 정씨 측에 석명을 요구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신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기존 방침을 바꿔 피고인신문 절차를 생략하기로 했다.

    "조국 일가 피고인신문 생략 요구, 법 기만행위"

    최근 재판 동향에 비춰볼 때, 피고인신문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피고인신문은 형사재판에서 판사‧검사‧변호인이 필요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을 듣는 절차다. 

    다만 피고인은 증언 의무가 있는 증인과 달리 진술거부권을 갖기 때문에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판사‧검사‧변호인의 신청이 없는 경우 생략 가능하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일가의 경우 '묵비권'을 남발하는 모양새라서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사회적 파장이나 관심이 큰 사건임에도 당사자인 조 전 장관 일가는 최근 법정에서의 진술을 일절 거부했다.

    정씨와 아들 조원 씨는 지난 15일 조씨의 입시비리 관련 의혹으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앞서 조 전 장관도 지난 3일 아내 정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의 300여 신문사항에 모두 "형사소송법 143조에 따르겠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회지도층이자 법학자인 조 전 장관과 그 일가가 실체적 진실규명에 협조하기보다 묵비권을 행사하기로 택한 것은 법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자신의 증언 또는 진술로 가족이 기소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유리한 진술에 대해서만이라도 적극 해명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신문, 검찰에 불리?… "큰 영향 없을 것"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피고인신문 절차 생략이 검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추가적으로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면 이를 법정에서 제시하거나, 피고인에 대한 직접신문으로 밝혀내려 했을 것"이라며 "검찰에 대한 재판부의 권유보다 그 권유에 대한 검찰의 답변이 중요하게 읽힌다"고 관측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검찰이 피고인신문을 끝까지 고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추가적으로 제시할 만한 결정적 증거는 더 이상 없는 게 아닌가 싶다. 현재까지 나온 증거로 1심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1심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방에 대한 유·불리를 따질 필요가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또 다른 법조인은 "보통 피고인 측에서 무죄 입증을 못했다고 생각될 때 피고인신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 재판부가 유죄 심증이 있다고 봐서 피고인신문 절차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재판에 따라 매우 다르다"며 "이 경우 단순히 재판부와 양측 모두가 피고인신문을 진행하는 게 별다른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씨의 재판은 오는 24일 마지막 증인신문을 끝으로 이르면 다음달 결심공판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