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종교시설은 노동당 조직인데… 이인영 통일, 조계사 찾아 "北 신계사 템플스테이 지원"
  • ▲ 지난 8월 31일 조계종 총무원장 승려 원행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8월 31일 조계종 총무원장 승려 원행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조계종 총무원장을 만나 “불교계가 금강산 템플스테이를 추진한다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 조짐이다. 북한의 모든 종교는 노동당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면 사실상 노동당에 돈을 주는 셈이다.

    이인영 “불교계가 나서 대북협력 길 열어 달라”

    이 장관은 지난 8월31일 서울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불교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뉴시스 등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 장관은 “아직 남북관계가 막혀 있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찾아 왔다”면서 “남북이 하나의 생명체로서 대화도 다시 시작하고, 깊은 화해를 통해 평화의 시대로 같이 나아갈 수 있도록 불교계가 응원해주시고 길을 열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이 사업(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은 우리 민족이 가야 할 한반도 평화의 길과 다르지 않고, 통일부가 재개해야 할 금강산사업과 같은 궤도상에 있다. 당국 간 사업보다 불교 쪽에서 먼저 (대북협력사업을) 진행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조계종에서 신계사 템플스테이를) 추진하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원행 총무원장 “신계사 템플스테이 하면, 외국인도 갈 수 있다”

    원행 총무원장은 “지난해 새해 맞이 공동행사를 금강산에서 할 때 강수린 조선불교도연맹 회장에게 신계사가 복원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신계사) 템프스테이 체험관 건립 등을 북한과 협의했는데 잘 진행되고 있지 않으니 통일부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답했다.
  • ▲ 2007년 10월 금강산 신계사 복원사업 이후 열린 낙성식. 머리 긴 승려들이 노동당 조선불교도연맹 소속이다. ⓒ민주평통 월간지 통일시대 화면캡쳐.
    ▲ 2007년 10월 금강산 신계사 복원사업 이후 열린 낙성식. 머리 긴 승려들이 노동당 조선불교도연맹 소속이다. ⓒ민주평통 월간지 통일시대 화면캡쳐.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1월 처음 나온 이야기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원행 총무원장은 지난해 1월16일 “올해 남북 불교계 교류를 통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나서겠다”면서 “금강산 신계사에 템플스테이 센터를 건립해 남북 불교 교류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원행 총무원장은 “템플스테이를 찾는 외국인이 1년에 20만 명 이상”이라며 “2018년 말 중국 선양에서 북한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 센터를 지으면, 남북 합동 법회는 물론 외국인의 금강산 템플스테이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北 신계사 템플스테이 돕겠다”

    지난해 2월1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7대 종단 종교지도자를 초청한 자리에서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가 이뤄진다면 금강산관광의 길을 먼저 여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제대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북쪽과 협의하는 것까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론은 문 대통령의 말이 2019년 1월11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발언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강 장관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초청 강연에서 “현금이 대향으로 북한에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대북지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국경제신문 등은 “식량·의약품 등 인도적 차원의 물품을 현금 대신 사업대금으로 북한에 지급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북한의 모든 종교기구는 노동당 소속이다. 절을 관리하는 조선불교도연맹도 노동당 산하 기구다. 이곳에서 템플스테이를 한다며 한국인이나 외국인으로부터 비용을 받는다면 곧 북한 노동당, 결국 김정은을 돕는 셈이 된다. 즉, 신계사 템플스테이가 김정은을 지원하는 셈이 된다는 사실을 정부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조계종이 템플스테이를 실시하려는 신계사는 신라 법흥왕 때 창건한 것으로 전한다. 6·25전쟁 당시 불타 없어졌다 2004~07년 10월 조계종과 통일부 등의 지원으로 복원했다. 

    2010년 10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복원비용은 모두 70억원이었으며, 정부는 이 가운데 19억4800만원을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지원했다. 복원에 필요한 목재·석재 등의 건축자재는 동해선 육로를 통해 모두 남한에서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