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문화재단 주최 '클래식 레볼루션' 첫 예술감독 맡아…2주 격리 감수하고 내한
  • ▲ '제1회 클래식 레볼루션'의 예술감독을 맡은 크리스토프 포펜.ⓒ롯데문화재단
    ▲ '제1회 클래식 레볼루션'의 예술감독을 맡은 크리스토프 포펜.ⓒ롯데문화재단
    "2주간의 자가격리는 살면서 처음 겪은 힘든 시간이었다. 한국에 오는 것이 맞는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음악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하다."

    롯데문화재단(대표 김선광)이 2020년 처음 개최하는 여름 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의 예술감독을 맡은 크리스토프 포펜(64)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대감과 포부를 밝혔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매년 8월 한 사람의 작곡가를 선정해 그들이 생전에 남긴 위대한 걸작을 중심으로 약 열흘의 기간 동안 펼쳐진다. 리사이틀·실내악·협주곡·교향곡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탄생 25주년을 맞은 '베토벤'이다. 8개(부산시향·성남시향·KBS교향악단·카메라타 안티콰 서울·부천필하모닉·대전시향·인천시향·서울시향)의 교향악단과 5개의 실내악팀, 10여 명의 솔리스트가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개막을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의 우려로 교향악단과의 협연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 19일 KBS교향악단을 지휘할 예정이었던 포펜은 베토벤이 생전 가장 좋아했던 교향곡 3번 '영웅'을 들려주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음악은 엔터테인먼트 그 이상을 넘어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에게 정신적인 영양분이 돼 준다"며 "개인적으로 리허설을 마친 '영웅' 연주가 취소돼 안타깝다. 어둠보다는 빛이 더 강한 곡이다. 절망을 극복한다는 면에서 이 시기에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이어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데 1년 정도 걸렸다. 베토벤 작품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축제는 아름다운 가능성을 많이 담고 있다. 남은 공연에 대해 관객들이 관심을 갖고 충분히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 '제1회 클래식 레볼루션'의 예술감독을 맡은 크리스토프 포펜.ⓒ롯데문화재단
    ▲ '제1회 클래식 레볼루션'의 예술감독을 맡은 크리스토프 포펜.ⓒ롯데문화재단
    축제 기간 중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25일 열리는 '크리스토프 포펜 & 김태형' 협연 무대다. 포펜이 지휘자가 아닌 바이올리니스트로 나서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함께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D장조, 제 5번 F장조 '봄', 제 7번 c단조를 연주한다.

    포펜은 "지난 몇 년간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케루비니 사중주단에 소속돼 꾸준히 연주하고 있다. 내 제자이기도 한 김태형과 협연할 기회가 생겨 정말 기쁘다. 그는 젊은 세대의 많은 피아니스트 중 가장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현재 뮌헨 음대에서 바이올린과 실내악을 가르치고 있는 포펜은 한국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클라라 주미강, 노부스 콰르텟 등 다수의 한국인 제자를 배출했고, 도이치라디오필하모닉(DRP) 감독 재임기간에는 국립합창단의 독일 공연을 지휘했다. 그는 윤이상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의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은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연주자가 한국에 비해 많지만 그 성과는 비례하지 않고, 일본은 클래식 음악의 역사가 깊지만 한국이 더 앞서간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와 유럽의 노래 문화는 다르지만 한국은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이탈리아 오페라 같은 음악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것 같다."

    '클래식 레볼루션' 피날레는 포펜 지휘의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고소현 등이 장식한다. 이날 조은화 작곡가의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추구하며' 첼로 초연곡을 손정범(피아노)·임지영(바이올린)·문태국(첼로)의 협연으로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포펜은 축제의 차별성을 언급하며 2021년 계획을 귀뜸했다. "도시의 여러 공간에서 많은 횟수의 공연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한 공간에서 모든 공연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별하다. 내년에는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음악을 조명하고, 베토벤이 롤모델인 브람스의 교향곡과 실내악 등을 선보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