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4개월 수사에 '빈손'… 위법 압수수색·독직폭행 논란만 일으켜… 힘 받는 '권언유착'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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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중앙지검청사. ⓒ정상윤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이의 공모관계를 밝혀내는 데 실패하면서 그동안 여권에서 주장해온 '검언유착'이라는 프레임도 흔들린다.검언유착 수사와 관련해 위법성 지적도 무시하면서 이례적으로 '수사지휘'를 내린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한 검사장을 대상으로 독직폭행 논란을 일으킨 서울중앙지검은 위신은 물론 국민 신뢰도 잃어버린 상황에 처했다.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검언(檢言)유착'이 아닌 '권언(權言)유착' 의혹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사건의 본질이 검찰과 언론 간 유착이 아닌 권력과 언론 간 유착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5일 이 전 기자를 구속기소했다. 이 전 기자 공소장에는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집중적으로 살펴본 한 검사장과 공모관계는 적시되지 않았다. 이 전 기자의 구속기간 만료일까지 수사팀이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의미다.그동안 여권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공모해 수감 중이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사실을 털어놓으라며 강압적 취재를 했다고 주장해왔다.위법 수사지휘, 수사심의위 무시, 독직폭행… 논란만 키운 검찰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지난 4개월간 총력을 기울였던 검언유착 수사는 결과를 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논란도 함께 일으켰다. 검언유착 수사가 검찰개혁은커녕 검찰을 향한 국민 불신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추 장관은 지난달 2일 검언유착 수사라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라는 취지의 수사지휘를 했다. 같은 달 9일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한다는 성명을 냈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정현 1차장-정진웅 형사1부장으로 이어지는 수사라인이 해당 의혹과 관련한 독단적 지휘권을 갖게 됐다.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한다'는 내용의 검찰청법 8조를 근거로 했다.하지만 해당 조항 자체가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윤 총장의 요청으로 소집된 검사장회의에서도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사실상 검찰총장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라서 위법 또는 부당하다"는 의견이 나왔다.수사팀은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를 위법하여 압수수색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수사팀은 지난 5월14일 서울의 모 호텔에서 채널A 관계자를 만나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등을 제출받아 압수했다.당시 압수수색 영장에는 압수수색 장소로 '사건 관계자 진술에 의해 압수물이 보관된 곳'이라고 기재했지만, 실제로 압수수색이 진행된 곳은 호텔이기 때문에 영장 기재 범위를 벗어났다는 논란이 제기됐다.이에 이 전 기자 측은 법원에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는 준항고를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4일 압수수색 처분취소 결정을 내렸다.폭행 논란도 발생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을 대상으로 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수사심의위 권고가 나온 이후에도 수사를 이어갔으며, 지난달 29일에는 한 검사장의 유심(USIM)칩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한 검사장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사팀의 정진웅 부장검사가 자신을 독직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 검사장 측은 "정진웅 형사1부장검사로부터 일방적으로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면서 그를 수사팀에서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검언유착 프레임 무너져… '권언유착' 수사 힘 받을듯법조계에서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언유착 수사로 수많은 논란을 낳은 데다, 결국 자신들이 주장하던 검·언의 공모관계를 밝혀내지 못한 만큼 검언유착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난 3월31일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 직전 정부 고위직 인사로부터 "한동훈 검사장을 내쫓을 보도가 곧 나간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는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의 폭로로 이 같은 주장은 더욱 힘을 받는다.권 변호사는 해당 고위직 인사와 관련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라고 폭로했다. 권 변호사의 글이 사실이라면 MBC의 보도내용을 정부 고위직이 미리 알았던 셈이 된다.또한 이는 "채널A 기자의 협박성 취재 의혹을 MBC에 제보한 지모 씨가 친정부 인사들과 함께 자신에게 함정을 팠다"는 한 검사장의 주장과도 맥락상 일치한다.한 검사장 측은 5일 "지금까지 중앙지검이 진행하지 않은 MBC, 소위 제보자 X, 정치인 등의 '공작' 혹은 '권언유착' 부분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씨와 MBC 관계자 등이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함께 수사 중이다.한 법조인은 "MBC의 검언유착 보도는 방통위원장도 가담한, 정권적 차원에서 자행된 의도적 허위보도임이 밝혀지고 있다"면서 "결국 검언유착이 아닌 권언유착이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