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녹색성장 프로젝트' 연장선이냐" 질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 곤란” 청와대도 '아리송'
  • ▲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검토를 지시한 ‘그린 뉴딜’ 정책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청와대는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이 ‘그린 뉴딜’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면서도 구체적으로 ‘그린 뉴딜’이 어떤 개념인지 설명하지 못했다.

    문재인 “최근 ‘그린 뉴딜’이 세계적 화두…검토해 보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 4개 부처로부터 ‘그린 뉴딜’에 대한 보고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그린 뉴딜’이 화두다. 이걸 한국판 뉴딜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가 협의해 ‘그린 뉴딜’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지 확인해 서면으로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그린 뉴딜’ 그 자체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고, 국제사회가 ‘그린 뉴딜’에서 한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원한다고 말했다”면서 “실제로 유럽 등에서는 지난해부터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표현을 쓰며, ‘그린 뉴딜’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우리도 ‘그린 뉴딜’ 가능…끼워달라”


    문 대통령이 3개 부처에 ‘그린 뉴딜’ 검토를 지시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우리도 ‘그린 뉴딜’이 가능하니 서면보고서 작성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김 장관의 발언 이후 격론에 가까운 토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핵심가치가 ‘그린 뉴딜’이기는 하지만, 모든 과제를 다 안을 수 없다”며 국토부의 참여에 부정적 의견이 나오자 김 장관이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가려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하고, 한국판 뉴딜에 ‘그린 뉴딜’도 포함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 ▲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중 질의응답을 받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중 질의응답을 받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관들 사이에 논쟁이 일자 결국 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은 일시적인 일자리 창출로 위기를 넘기자는 게 아니라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라며 “스마트시티 등도 포함될 수 있을 것 같으니 국토부도 서면보고에 참여해달라”고 마무리 지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로부터 이번주 말이나 다음주 초 ‘그린 뉴딜’ 보고서를 받아 검토할 예정이다.

    기자들 “다 좋은데…'그린 뉴딜'이 대체 뭐예요?” 청와대 “에, 그게…”

    강 대변인에 따르면, ‘그린 뉴딜’ 토론 당시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한국이 (우한코로나) 방역을 선도하고 있는데, 기후변화를 포함한 그린 뉴딜에서도 국제사회의 기대가 매우 크다고 유엔 사무총장이 말했다”며 “그린 뉴딜을 한국이 선도해야 할 사명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 또한 ‘그린 뉴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청와대는 ‘그린 뉴딜’이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보통 ‘그린 뉴딜’이라고 하면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를 가리킨다. 때문에 기자들은 “그린 뉴딜의 개념이 뭐냐”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4대강사업, 재활용 쓰레기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사업 등도 녹색성장 프로젝트였는데, 그 연장선이냐”고 청와대에 물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그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보고를 받아보겠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린 뉴딜이) 어떤 사업인지 구체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한국판 뉴딜이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산업 활성화’ ‘노후한 사회간접자본(SOC)의 디지털화’라는 세 가지 축이 있으며, 기본적으로 ‘그린 뉴딜’은 저탄소정책을 뜻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실가스를 줄이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만들 수 있는데, 대통령이 중점을 둔 것은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어떻게 발굴할지 보고하라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는 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의 개념을 제대로 모른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을 예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듯 설명했다. “대통령이 ‘그린 뉴딜’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했으면, 왜 취임 3주년 연설에서는 말하지 않았냐”는 질문이 나오자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탈원전·탈탄소 주장하며 국가재정 붕괴로 이끌려던 미국의 ‘그린 뉴딜’
  • ▲ 지난해 2월 '그린 뉴딜' 결의안을 발의한 뒤 기자들에게 내용을 설명하는 알렉산더 오카시오 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 ⓒ연합 AF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2월 '그린 뉴딜' 결의안을 발의한 뒤 기자들에게 내용을 설명하는 알렉산더 오카시오 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 ⓒ연합 AF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린 뉴딜’이라는 말은 1970년대 환경근본주의자 진영에서 처음 나온 말이라고 미국 좌파 매체 ‘더 프로그레시브’가 지난해 3월 보도한 바 있다. 화석연료와 원전 사용을 중단하고, 전면적인 사회복지를 하자는 게 핵심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2007년 1월부터 탈탄소경제를 설명하며 이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2008년 10월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UNEP) 총회에서 ‘그린 뉴딜’을 미래 성장기조라고 평가했다.

    ‘그린 뉴딜’이 최근 화제가 된 때는 지난해 2월7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과 알렉산더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이 관련 결의안을 내놓으면서다. 14쪽짜리 결의안은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 전력 생산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스마트 그리드 도시 건설 및 모든 건축물의 친환경적 개조 △제조업·농업의 완전한 탈탄소화 △도시건설·운송 등에서 기후변화 대응 △SOC에 1조 달러(약 1227조원) 이상 투자 △다른 나라들의 탈탄소화를 돕는 역할 자임 등의 내용을 담았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매년 10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건강보험을 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고, 대학 무상등록금, 전 국민 기본소득제, 생활보장 최저임금 등과 같은 사회보장을 펼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금액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자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이에 우파단체인 ‘미국행동포럼’은 “향후 10년 동안 코르테즈의 주장대로 시행하려면 51조~93조 달러(약 6경2607조6000억~11경4166조8000억원)가 소요된다. 이는 미국인 한 가구당 60만 달러(약 7억36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비판했다는 보도가 지난해 3월 블룸버그통신에서 나온 바 있다.

    구체적으로, 운송체계를 탈탄소화하는 데 1조3000억~2조7000억 달러(약 1596조~3315조원), 모든 미국인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는 데 6조8000억~44조6000억 달러(약 8349조~5경4759조8800억원), 미국 내 모든 사람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데 36조 달러(약 4경4200조8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미국행동포럼은 주장했다.

    청와대 “4대강과 다르다. 낙후지역 스마트 도시로 재개발”

    문 대통령의 ‘그린 뉴딜’이 개념조차 불분명하다는 지적은 미디어오늘에서도 나왔다. 이에 청와대 측은 “4대강사업 같은 토목공사와는 기본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고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어떻게 다른지 답을 못 내놓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아직 출발 단계에 있는 것을, 이미 정책이 시행돼 부작용까지 드러난 4대강사업과 뭐가 다르냐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반박했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측은 “노후한 사회간접자본(SOC)과 도시, 산업단지 등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스마트 산업단지나 스마트 도시를 만드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낙후한 중소기업 밀집지역을 디지털 그린 스마트타운으로 만드는 것도 예를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재건축사업 과정에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것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