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1700 붕괴, 공황 우려에 경제수장 긴급 소집…'사퇴 압박' 홍남기에 "잘해달라" 강조
  •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경제부처 장관들과 한국은행 총재까지 청와대로 긴급 소집, 경제·금융상황특별점검회의를 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지며 실물과 금융시장 모두 직격탄을 맞은 여파로 코스피가 장중 1700선이 무너지는 등 폭락하는 상황에 따른 긴급한 조치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금융시장 및 제반 경제동향 관련 보고를 받고 "경제정책을 하는 분들은 과거의 비상상황에 준해서 대책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지금은 메르스·사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경제시국"이라며 "과거 사례와 비교는 할 수 있으나 그때와는 양상이 다르고 특별하니 전례 없는 일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대책을, 전례 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일을 어떻게든 국민의 편에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정부의 건강확인서를 소지한 우리 기업인들이 기업활동을 위해 예외적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표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국제기구 등에서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코스피·코스닥 '동반폭락'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포함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석했다. 한은 총재가 대통령 주재 경제부처회의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재계에서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등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개장 직후부터 동반폭락하며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코스피 지수는 한때 8% 넘게 급락해 1700선이 무너지고 서킷브레이커(일시적 거래정지)가 발동됐다. 이는 2011년 10월 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도 장중 12% 이상 폭락해 장중 500선이 무너지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또한 미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주요국 증시도 기록적으로 폭락했다. 한국 증시의 폭락 상황은 국내외 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힌 만큼, 세계경제의 토대가 흔들린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병태 "중국인 차단 거부해놓고, 유체이탈 화법"

    하지만 전문가와 야권에선 사태의 책임은 원인을 만든 현 정권에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당신이 중국 입국 차단 거부해서 이리 키웠는데, 또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욕을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만희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늑장대응과 부실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문재인 정권이 위기 수습책 마련보다 자화자찬에만 집중하더니 정형화된 지원을 하겠다는 대책은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며 "중국 한 번 다녀온 적 없는 국민들이 정부의 미온적 초기 대응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질타했다.

    여당 '홍남기 때리기'에 文 "앞으로도 잘해달라" 신임

    한편 문 대통령은 회의를 마치며 홍 총리에게 "지금까지도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해달라"고 당부했고, 홍 부총리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 이 대표는 기재부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며 추경 증액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홍남기 부총리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고, 홍 부총리는 이례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이라며 여당에 에둘러 항의하는 불협화음이 벌어졌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과 함께 정부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비상계획에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을 포함한 재정정책과 통화신용정책, 외환정책 등의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