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정비 사업, 될 곳은 밀어주고 안 될 곳은 정리한다"데이터센터, 주민 불안 높다면 반대…조례 개정 건의 예정구민이 현안 논의하는 '민회', 연 1회 민주주의 축제 개최"구청장은 구민 대표 민원인…당사자로서 문제 해결할 것"
  • ▲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이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이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주거 정비 사업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빠르게 해야 한다'는 점이 제가 늘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안 되는 곳을 붙잡고 끙끙대기보다 할 수 있는 곳이 빨리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겁니다."

    영등포구는 서울에서도 가장 많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를 보유한 지역이다. 등록된 사업장만 93곳에 달한다.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이 민선 9기 핵심 구상으로 정비 사업 속도전을 내세운 배경이다. 현재 추진 중인 모든 사업을 끌어안고 가는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비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조 구청장은 지난 7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당사자 간 이해관계 충돌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렇다고 해서 구청이 누구 하나의 편을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재개발·재건축 지원단(가칭)'이다. 이해관계자들과 구청 담당 부서, 외부 전문가를 하나로 묶어 사업 절차를 밟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조 구청장은 "장차 발생 가능한 법적 갈등과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사전에 막아 사업 속도를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허가권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을 통합 추진하는 행정 체제 개편도 검토한다. 그는 "기존에는 정비사업을 따로 관리해 왔다. 이 방법이 과연 바람직한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했다.
  • ▲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데이터센터, 주민 불안하면 못 짓게 해야…"서울시 조례 바꾸겠다"

    조 구청장은 영등포구의 지역적 특성인 '주공(住工) 혼재' 탈피도 핵심 과제로 지목했다. 공업과 주거가 뒤섞인 도시 구조에서는 시민 안전과 쾌적한 생활 환경 조성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신청 접수가 이어지고 있는 관내 데이터센터 설립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도심형 데이터센터는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한 만큼 서울 준공업지역을 중심으로 건립되고 있다. 구민들은 소음·진동과 열섬 현상 등을 이유로 반발하지만,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되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주민 의견 수렴 의무가 없다. 이에 조 구청장은 "데이터센터가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들어서도 현행 건축법상 요건만 갖추면 구청에서는 허락해 줘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구민의 불안을 고려해서라도 서울시 건축 조례를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울시 건축 조례에 따라 예외적으로 불허 사유를 정할 수 있지만, 정작 데이터센터는 허가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관련 조례와 운영 지침을 고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구민들이 불안하다고 하는 문제를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 "구청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례 개선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구·시의원은 물론 필요시 구로·금천구와도 협의할 방침이다. 이 2개 구 또한 데이터센터로 민원이 빗발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조 구청장은 "현재는 조례 근거 없이 불허할 경우 행정 소송에 따라 건물주 등에게 손해 배상을 해 줘야 한다"며 개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 영등포구의 한 건축주는 데이터센터 건립 허가 지연을 사유로 행정심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 구청장은 데이터센터가 문래·양평동 등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영등포구의 3분의 1이 준공업지역인 만큼 잠재적 대상지가 많다는 분석이다. 그는 구청장 취임 후 1호로 공약한 '민회'를 언급하며 "데이터센터는 모든 주민의 현안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의제로도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이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이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영등포를 헌법도시로…민회 통해 구민 참여 의사 결정도

    민회는 조 구청장 제1호 결재 사업인 '헌법도시 선언'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구정 현안에 대해 모든 구민 의사를 묻는 일종의 민주주의 축제를 매년 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전체 구민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투표나 선발 토론을 통한 공론 조사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영등포구 전역에 걸쳐 영향을 끼치는 의제를 5개 내외로 선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민회에서 다룰 의제 예시로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지역 관심사를 들었다. 그는 "앞서 공약한 '출생아 대상 코스피 우량주 지급'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 부여 방식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뉴타운을 비롯한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관내 교육 인프라가 비교적 열악한 만큼 '명품 교육 타운' 조성과 같은 방안을 물어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조 구청장이 민회 개최를 약속한 데는 헌법의 가치를 구정 전반에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그는 "아무도 강조하지 않으면 헌법에 대한 외경심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여의도가 자리한 영등포구에서부터 헌법 질서를 존중하는 마음을 키우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헌법 정신 인식은 공직자의 기본적인 자세"라면서 "한국의 경제적·문화적 성공 기반에는 헌정 질서가 있다. 문제는 헌법의 중요성을 잘 모르거나 깎아내리는 세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영등포구는 정책 설계 등 행정 절차를 밟을 때 헌법 조항을 명시하기로 했다. 조 구청장은 "모든 법령의 최고 법규범인 헌법 규정을 명시한 행정안의 무게는 자치구나 서울시 조례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공직자를 비롯해 청소년들을 위한 관련 소양 함양 프로그램 개발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구청의 중요 업무 중 하나로 민원 해결을 꼽으며 "구청장 본인이 구민을 대표하는 민원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치구 차원에서 풀기 어려운 민원이 산적한 상황 속 구청장은 서울시장 권한, 시의회 조례 등 문제와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구청장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민원인이 돼야 한다"며 "민원 당사자로서 문제에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