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 시행 5일째, 현장 혼선 여전… '마스크 앱' 재고현황도 대부분 틀려 시민들 '분통'
  • ▲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처음 시행되는 지나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의 한 약국. ⓒ권창회 기자
    ▲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처음 시행되는 지나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의 한 약국. ⓒ권창회 기자
    정부의 공적 마스크 재고량을 보여주는 '마스크 앱'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마스크 재고현황이 실제와 맞지 않아서다. 이로 인해 마스크를 구매하려다 '허탕'친 시민들의 불만이 크다. 일선 약국에서도 "마스크 앱을 믿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탁상공론식' 정책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정부의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지 5일째인 13일 오전 10시30분. 공적 마스크 재고 현황을 보여주는 한 마스크 앱에는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의 A·B·C·D 약국에 '재고가 있다'는 표시가 떴다. 재고가 보통(30~99개) 수준이라는 '주황색 마스크 표시'였다.

    '30~99개 재고 표시' 약국 4곳 방문했더니… 1곳만 소량 남아

    현실은 달랐다. 앱을 확인하자마자 재빠르게 현장으로 달려갔으나 돌아온 건 A약국 문에 붙어 있는 안내문뿐이었다. "공적 마스크 당일 물량 매진, 제발 다시 묻지 마세요". 이 약국에 들어온 마스크 250장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고 했다. 약국 측은 "오전 9시30분에 판매를 시작했는데 10시15분쯤 모두 소진됐다"고 말했다. 이 때까지도 마스크 앱에는 여전히 '주황색 마스크' 표시가 떠 있었다. 50대 중년 여성은 "(앱 재고량이) 안 맞는다. 동네에도 있다고 해서 갔는데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같은날 오전 10시50분쯤 들른 B약국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앱에는 재고가 '30~99개'라는 '주황색 마스크' 표시가 떴지만, B약국으로부터 들은 말은 "마스크 없어요"였다.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 250장이 10시30분쯤 모두 판매됐다"며 "앱과 현장의 편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앱을 보지 말고 그냥 와서 줄을 서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C약국 역시 30분 만에 마스크 판매가 끝났다. D약국에만 소량의 재고가 남아 있었다.

    '마스크 앱 오류'는 이날만의 사건이 아니다. 12일 오전 공적 마스크 물량이 소진된 E약국도 당시 마스크 앱에는 '재고가 100장 이상'이라는 의미의 '초록색 마스크'가 표시됐다.

    마스크 앱의 실시간 재고 현황은 △마스크가 100개 이상이라는 '충분'(초록색) △마스크가 30~99개라는 '보통'(주황색) △마스크가 30개 미만이라는 '부족'(빨간색) △마스크가 0개라는 '없음'(회색)으로 구분된다.

    마스크 매진 30분 지났는데도… '마스크 있다' 표시

    이 같은 문제는 앱 시행이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마스크 앱 화면에는 '3월14일까지는 안정적 서비스 운영을 위한 베타서비스 기간으로, 실제 현장 재고량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안내가 뜬다. '마스크 재고 현황 정보는 데이터 처리 및 전송으로 인해 실제 현황과 5~10분 차이가 있다'는 설명도 있다.
  • ▲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약국에서 판매하는 공적 마스크 물량도 30여분 만에 소진되는 상황이다. ⓒ정상윤 기자
    ▲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약국에서 판매하는 공적 마스크 물량도 30여분 만에 소진되는 상황이다. ⓒ정상윤 기자
    그러나 재고가 소진된 지 30분이 지나서도 업데이트가 안 된 경우가 이어지자, 약국에서조차도 해당 앱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마스크 정보가 외부에 나가는 과정을 고려하면, 애초에 '마스크 앱' 자체가 실효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실시간으로 정보가 업데이트 된다'는 홍보가 무색하다는 시민들의 불만도 많다.

    마스크 재고 현황은 ①약국이 이전부터 사용하는 '요양기관업무' 포털에 '마스크 중복구매 시스템'이 탑재됐는데 ②약사들이 이 '마스크 중복구매 시스템'에 마스크 입고 시간, 소비자들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력하면 ③이 정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측으로 자동으로 전해지며 ④심평원이 이 정보를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오픈한 뒤 ⑤한국정보화진흥원이 이를 다시 마스크 앱 측에 알리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실효성 없다" "현실적으로 재고 상황 알기 어렵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은 "마스크 재고량이 앱에 반영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약국 측에서) 마스크 정보를 입력할 때 약국마다 시간차가 발생하거나 마스크 판매 시간이 다 다른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마스크 재고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아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복수의 약국 관계자들은 '마스크 앱의 재고 현황만 보고 약국을 찾지 말고, 약국에 직접 전화해 확인한 뒤 방문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부터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요일을 정한 제도다. 주말에는 평일에 구매하지 못한 모든 국민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통상 한 약국에는 하루에 250장의 마스크가 제공된다고 한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최대 2장만 구매할 수 있다. 한 약국에 하루 125명만 마스크 구매가 가능한 셈이다. 전국의 약국은 지난해 9월 기준 약 2만3000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