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열매'에 120억 계좌이체… 이만희 사과한 지 사흘 만
  • ▲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군 신천지 평화연수원에서 '코로나19(중국 우한 폐렴)' 관련 공식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군 신천지 평화연수원에서 '코로나19(중국 우한 폐렴)' 관련 공식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정부에게 죄송하다"며 큰 절을 하고 있다. ⓒ경기 가평=권창회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사전 협의 없이 120억원을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두 차례 큰 절을 하며 사과한지 사흘만이다. 이날 정부는 신천지 신도 명단 자료 검증을 위해 경기 과천 신천지 교회 본부에 대한 행정조사를 벌였다.

    신천지 120억원 기부에… 사랑의 열매 "내부 검토 필요하다"

    신천지는 5일 입장문을 통해 기부 사실을 밝히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경북 지역과 전국의 재난활동, 구호물품 지원에 쓰일 것"이라고 했다. 신천지는 사랑의 열매에 사전 연락 없이 공개 모금계좌로 120억원을 송금했다. 사랑의 열매 대구지회에 100억원, 중앙회에 20억원이다. 이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의료지원금 명목으로 낸 기부금 10억원의 12배에 달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신도는 56만명, 신천지 신도는 24만여명이다.

    신천지는 "확진자 중 경증 환자를 위해 생활치료센터를 별도 마련하기 위해 시설을 찾고 있다"면서 "신속하게 마련해 병실 문제를 해결하고 중증 환자, 입원 대기 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천지예수교회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온 것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물적‧인적 지원을 힘닿는 데까지 다하겠다"며 "조속한 사태 진정과 확진환자들의 쾌유를 빈다"고도 했다.

    다만 사랑의 열매 측은 성금에 대한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협의 없이 거액이 입금 된데다 신천지와 이만희 총회장 등이 현재 경찰 수사대상에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랑의 열매 관계자는 "기사를 통해 신찬지가 120억원을 계좌에 입금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현재 성금이 들어온 것은 맞는다"고 했다. 이어 "그 정도의 큰 금액은 사전에 충분한 의논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라서 깜짝 놀랐다"며 "기부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신천지 측에도 문의할 예정이다. 여러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천지 본부 행정조사… 교인 및 시설 정보 추가 확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10분께까지 경기 과천 진천지 본부에 대한 행정조사를 진행했다. 자료복원을 위한 대검찰청 포렌식 분석팀도 투입됐다.

    이날 조사는 신천지 신도에 대한 추가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신도 등 명단에 대해 일부 지자체 등에서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으로 자료 검증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제적 조사를 진행하기 전 행정적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해 전날 신천지 측에 사전 공지하고 행정조사를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검찰 측에서 인력을 지원받아 신천지 명단에 대한 포렌식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1월, 2월 예배에 참석했던 분들을 신천지 출석 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대본은 신천지 시설들의 정확한 주소도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천지는 그간 교인, 시설에 대한 정보 누락 의혹에 대해 관련 기관 사이의 소통 오류로 수치 차이가 발생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