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작위 의무' 없어 '미필적 고의' 성립 안 돼… '방역책임자' 박원순, 신천지에 책임 전가 지적도
  • ▲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 ⓒ뉴시스
    ▲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 ⓒ뉴시스
    서울시가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총회장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법률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미필적 고의가 적용되려면 '작위의무(구체적이고 현실적 의무)'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 총회장에게는 이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한폐렴(코로나-19)의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을 신천지에 전가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총회장과 관련해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해서라도 처벌받을 수 있는 법률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시는 1일 신천지 이 총회장과 12개 지파장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상해죄'와 감염병 예방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서울시 측은 신천지를 고발하면서 "이 총회장을 비롯한 신천지 지도부가 검진을 거부하고 방역당국의 조치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천지가 그들의 행위로 우한폐렴이 확산할 것을 알았음에도 이를 용인해 미필적 고의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서울시 측의 주장이다.

    작위의무 전제된 미필적 고의… 중국인 출입 방치한 정부에 해당

    이 같은 서울시의 주장에 법조계는 "법률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우한폐렴 확산에 신천지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죄 적용은 어렵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법원이 미필적 고의에 적용하는 '작위의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위의무는 구체적이고 현실적 의무를 말한다. 자신의 지위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경우 미필적 고의가 적용된다. 대표적 사례가 '세월호 참사'로 살인 혐의를 받은 이준석 선장의 경우다. 2015년 11월 대법원은 이씨가 선원법에 따른 선장의 의무인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고 혼자 도망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승객들이 익사할 수밖에 없음을 충분히 예견했음에도 퇴선조치하지 않고 내버려둔 채 먼저 퇴선한 것은 승객들을 적극적으로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면서 "이씨가 퇴선명령이라는 작위의무를 하지 않은 것은 살인의 실행 행위와 동등한 법적 가치가 있다"고 판시했다.
  •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그러나 이씨의 사례와 달리 이 총회장에게는 우한폐렴 확산과 관련해 분명한 작위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한폐렴을 막기 위한 방역 책임은 종교단체 수장인 이 총회장이 아닌 정부와 지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이 총회장을 비롯한 신천지 지도부가 방역당국의 조치에 협조하지 않은 만큼 감염법 위반 혐의는 받을 수 있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을 지낸 이헌 한변 부회장은 "이씨의 경우 승객에 대한 보호 의무가 있는 선장이 의무를 다하지 않고 먼저 도망쳐 수많은 승객을 사망케 했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된 것"이라며 "신천지에도 책임이 있겠지만 사이비 교주인 이 총회장에게는 우한 코로나 확산과 관련한 어떠한 작위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만희 고발' 박원순 정치적 의도… "방역 책임 전가하는 모습"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고발조치가 우한폐렴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을 모두 신천지에 전가하려는 정치적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이 총회장이 아닌 헌법상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정부와 지자체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헌 부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정부"라며 "발생 초기 중국인들에 대한 입국을 차단하지 않았던 것, 중국에 들렀던 내국인에 대한 격리조치를 미흡하게 한 것, 기본적 방역도구인 마스크 유통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은 모두 정부가 작위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장이 방역책임자의 지위에 있음에도 모든 비난을 신천지 책임으로 돌리려 하는 것은 올바른 모습은 아니라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