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영부인, 청와대로 <기생충>팀 불러 '파안대소'… "기생충의 현실판이 지금 청와대" 비판 쇄도
  •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에 영화 기생충 출연진과 봉준호 감독을 초청해 오찬을 가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에 영화 기생충 출연진과 봉준호 감독을 초청해 오찬을 가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뉴시스
    우한폐렴이 확산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영화 <기생충> 팀을 청와대로 초청해 '파안대소'하는 모습이 노출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우한폐렴으로 인한 최초 사망자가 나오고, 하루 사이 53명의 확진자가 늘어나던 상황에서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정무·홍보라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대해 아주 깊이 공감한다"며 "전 세계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불평등이 하도 견고해져서 마치 새로운 계급처럼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우리 최고의 국정목표로 삼고 있는데, 반대도 많고 성과가 금방 금방 나타나지 않아 매우 애가 탄다"고 토로했다. 

    文 "불평등 해소는 우리 국정목표"… 여론은 "靑이 <기생충> 현실판"

    봉준호 감독은 "좋은 자리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해 기쁘다"며 "대통령 말씀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평소에 체화한 이슈에 대한 주제의식이 있기에 풀어내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날 오찬에는 영화에 등장해 화제가 된 '짜파구리'가 메뉴로 나왔다.

    화기애애했던 오찬 분위기와 달리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우한폐렴  확산으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정부가 '지역사회 감염 시작 단계'를 공식화했고, 확진자가 53명이나 늘었다. 첫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확진자 발생 지역도 서울·충남·대구·전주·제주·광주 등으로 넓어져 우한폐렴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 ▲ 온라인에서 누리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오찬 모습을 합성한 사진. 문 대통령을 향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온라인에서 누리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오찬 모습을 합성한 사진. 문 대통령을 향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론은 비판을 넘어 분노에 가까웠다. 이날 첫 확진자가 발생한 제주도에 사는 정모 씨는 "제주도는 난리가 났는데 뉴스에서 대통령과 영부인이 호화스럽게 밥 먹고 웃는 모습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구리에 사는 김모 씨는 "신혼여행으로 미국을 가려고 예약했는데, 회사에서 미국 다녀오면 자가격리를 위해 14일 동안 무급휴가 가라고 해서 취소했다"며 "미국 다녀온 <기생충> 팀과 접촉한 청와대 사람들은 자가격리도 없이 청와대에서 웃고 떠드는 걸 보니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낮에는 박장대소, 밤에는 중국몽... 국민 허탈하게 해"

    온라인에서는 실시간 검색어에 '문재인 짜파구리'가 뜨고 문 대통령의 오찬 모습을 합성한 사진이 등장하며 비판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기생충>의 현실판이 바로 지금 청와대의 모습"이라고 비난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우한폐렴으로 마스크 쓰고 다니는데 방역 잘 된 청와대에서 마스크 벗고 웃고 떠드는 모습에 자괴감이 든다"고 한탄했다. 

    정치권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21일 "웃을 수는 있다"면서도 "우한폐렴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렇게 파안대소하는 사진이 보도되리라 생각을 못했다면 심각한 일이다. 청와대 정무라인과 홍보라인에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창수 미래통합당 대변인도 같은 날 "낮에는 청와대에서 박장대소하며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밤에는 때 아닌 중국몽으로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고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 팀과 오찬 후 오후 5시28분부터 6시까지 32분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우리 정부는 코로나-19(우한폐렴) 대응에 있어 이웃인 중국 측의 노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