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배우조합 시상식서 '앙상블상' 수상… '비영어권 영화' 최초 수상 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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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Parasite)'이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넘을 수 있을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OSCAR)'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 '미국영화배우조합 시상식(Screen Actors Guild Awards)'에서 최고상인 '앙상블상(Cast In A Motion Picture)'을 수상하면서 오스카 수상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 ▲ 영화 '기생충'이 19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제26회 미배우협회(SAG) 시상식에서 '앙상블상'을 받았다. 봉준호(뒷줄 왼쪽 두 번째) 감독과 배우들이 프레스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배우 송강호, 박소담, 이정은, 최우식, 이선균. ⓒ뉴시스
송강호 "영화를 잘못 만들지는 않았구나 생각"
'미국영화배우조합(SAG)'은 현지시각으로 19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서 열린 '제26회 미국영화배우조합 시상식'에서 작품상에 해당하는 '앙상블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호명했다. 이 부문에는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의 '아이리시맨(The Irishman)', 타이카 와이티티(Taika Waititi) 감독의 '조조래빗(Jojo Rabbit)',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등 쟁쟁한 영화들이 후보에 올랐었다.
기생충을 대표해 수상 소감을 전한 배우 송강호는 "존경하는 대배우들 앞에서 이렇게 큰상을 받게돼 영광"이라며 "기생충은 공생에 관해 고민하는 영화인데, 앙상블상을 받고 나니 우리가 영화를 잘못 만들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역대 '비영어권 영화' 중에서 미국영화배우조합상 시상식 앙상블 부문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거머쥔 작품은 기생충이 유일하다. 로베르토 베니니(Roberto Benigni) 감독이 연출과 주연을 겸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는 1999년 당시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앙상블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배우조합 시상식에선 고배를 마셨으나 같은 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음악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하며 이탈리아 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일각에선 배우조합 시상식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인생은 아름다워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최고상인 앙상블상을 거머쥔 기생충은 아카데미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생충은 내달 9일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국제극영화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등 6개 부문 후보작에 올랐다.
오스카와 취향 비슷한 배우조합 시상식서 '최고상'
미국영화배우조합은 미국의 대다수 배우와 성우·스턴트맨 등이 가입한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수가 1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부터 미국영화배우조합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시상식은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열리는 데다, 미국영화배우조합 회원이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전체회원 가운데 15%를 차지하고 있어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곳으로 미국 배우들과 감독들의 '입김'이 센 단체로 알려졌다. 현지에선 미국 영화계를 이끄는 배우들이 기생충을 최고의 앙상블 작품으로 꼽았다는 점에서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기생충이 아시아 영화 최초로 미국영화배우조합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자 "자막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영화배우조합 회원들이 기생충을 후보작으로 선정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며 "어쩌면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최초의 외국어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