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회 연설서 "기만‧박탈‧파괴정권" 규정… "국정, 완전한 실패"
  •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기만‧박탈‧파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권의 2년 반을 이 세 단어로 규정했다. “국민은 문 정권의 거짓말에 속았고, 계속해서 빼앗기고 잃어버려야만 했다. 나라 전체가 무너지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던 암흑의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문 정권 2년 반은 무엇 하나 잘한 것 없는 ‘완전한 실패’의 국정운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나 원내대표가 동원한 “잃어버린 2년 반”이란 표현은 12년 전 당시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정권 탈환을 위해 꺼내든 프레임이었다. 당시 이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이게 나라냐’고 외쳤던 문 대통령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국민이 속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드와 이념의 사슬로 묶인 측근들이 모든 권력과 기회를 독식했다. 하는 일마다 편법과 위법, 힘의 논리로 과정은 비틀어지고 굴절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과 관련해서는 “거짓말정권의 정수를 보였다”며 “불쑥 국회를 찾아 밤을 새워가며 늘어놓은 수많은 거짓말에 국민은 경악했다. 결국 배우자 구속으로까지 이어진 사모펀드에 대해 ‘몰랐다. 이번에 처음 들었다’며 새빨간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늘어놨다”고 강조했다. 

    “文정권, 추악한 불의의 기득권집단… 탐욕좌파였다” 

    여당을 향해서는 “(조 장관을 위해) 멍석을 깔아줬다. 부끄럽지도 않는가”라며 “더불어민주당에게 의회의 존엄성은 그토록 가벼운 것이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 정권은 ‘도덕’과 ‘정의’의 논리를 독점하며 비수와 같은 말들로 상대를 공격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훨씬 더 추악한 불의의 기득권집단이었다. 탐욕좌파였던 것”이라면서 “블랙리스트, 휴대폰 불법사찰, 공무원 탄압, 언론 탄압 및 공영방송 장악, 불법성 투기” 등을 문제 삼았다. 

    문 정권의 경제정책을 전면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성장을 그토록 자신했던 문 정권”이라면서 “결국 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아버릴 위기다. 튼튼했던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고 일갈했다. 

    이어 “끝내 포기할 줄 모르는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국민은 일자리와 소득을 모두 잃었다”면서 “혈세를 쏟아부어 간신히 고용분식에는 성공했지만 3040 일자리는 24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연설에 “무딘 칼” “한 치도 혁신 못해”... 부정 평가도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한 야권과 당내 평가는 엇갈렸다. 지난 3월 교섭단체대표 연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인가”라는 발언으로 여당의 거센 반발과 야권의 호평을 동시에 얻었던 것에 비하면 파괴력이 없었다는 평가다. 

    우파 야당인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무딘 칼”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철학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는데, 야당으로서 비판과 함께 구체적인 대안들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야당도 부정적 평가를 내놓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당이 탄핵 이후 한 치도 혁신하지 못한 것을 보여줬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점철된 주장”(평화당), “저주와 증오의 언설을 반복했다”(대안신당) 등의 반응이다. 

    당내에서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귀에 꽂히는 게 없었다”며 “매일 오전회의 때 나오는 이야기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3월 교섭단체대표 연설과 비교해서는 “3월 이후 (제1야당으로서) 해결한 문제들이 없어서 내용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무난했다”며 “문 정권을 비판하며 ‘잃어버린 2년’ 프레임을 내세우는 등 아젠다가 확실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