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자사고 폐지" 요구하던 사걱세·참학… 조국 딸 비리에는 10여 일째 침묵
  •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28)의 ‘입시 비리’ 의혹에 좌파 성향 교육시민단체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 정상윤 기자
    ▲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28)의 ‘입시 비리’ 의혹에 좌파 성향 교육시민단체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 정상윤 기자
    좌파성향 교육시민단체들이 조국(54)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 씨의 입시 비리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해 비난 여론이 일었다.

    ‘비교과 활동’을 통한 대학입시전형에 대해 보도자료·성명서·기자회견 등 갖은 수단으로 거세게 비판하던 이들 단체가, 정작 ‘같은 수법’으로 대학에 진학한 조씨에 대해선 아무런 견해를 내놓지 않아서다. 좌파 성향 교육시민단체들의 ‘내로남불’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딸 조씨는 2008년 특수목적고(특목고)인 한영외고 재학 당시 단국대·공주대 단기 인턴 후 의학 논문 제1저자, 유전자 분석 논문 제3저자로 등재됐다. 조씨는 논문 참여 사례를 활용해 고려대 수시전형(세계선도인재전형)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했고, 이후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에 합격했다.

    교육계 "조국 딸 의학 논문 제1저자, 대입 합격 상당한 영향"

    교육계는 조씨의 고려대 입시 합격에 의학 논문 제1저자 같은 ‘비교과 활동’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서울 강남의 입시 전문가 김모(43) 씨는 “의학 논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평소 ‘비교과 활동’을 통한 명문대 입학이 특권층만을 위한 ‘불공정 입시제도’라고 비판하던 좌파 성형 교육시민단체들이 조 후보자 딸의 고려대 ‘부정 입학’ 의혹에 대해선 아무런 견해를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이하 참학) 등은 이날까지 조 후보자 딸 조씨의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그동안 입시 비리와 불공정 입시제도 개선 등을 위해 비교과 활동의 입시 반영 축소와 특목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등을 주장한 대표적 단체다.

    사걱세는 지난 1월 기자회견을 통해 “(비교과 활동인) 소논문·교내수상·자기소개서 등 학종 대비를 위한 외부환경의 개입 문제는 (입시) 불공정성을 재차 부각하고 있다”며 “수상 경력 대입 미반영, 자기소개서 폐지, 공공 사정관제 도입이라는 3대 필수 방안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4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직접 의뢰한 ‘대학입학전형에 대한 국민인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설문 결과 ‘비교과 활동 반영 대폭 축소’가 학종 개선사항 1순위로 조사됐다”며 “(비교과 활동은) 학교 간 교육 여건, 부모 간 경제적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의 준비 부담 고통을 배가하는 ‘비교과 활동’ 반영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자사고·특목고 등이 고교 서열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 연합뉴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자사고·특목고 등이 고교 서열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조씨가 일반 학생들보다 3배 이상 낮은 경쟁률로 한영외고에 입학해 논란이 일었지만, 좌파성향 교육시민단체들은 ‘입’을 닫았다. 이들이 최근 자사고 폐지 논란과 관련해 성명서·기자회견 등의 방법으로 적극 대응하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비교과 활동 반대' 좌파 교육단체, 조국 딸은 예외?… 특목고 입학도 '모르쇠'

    참학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특목고(외고·국제고 등)와 자사고를 ‘특권학교’라며 폐지를 촉구했다. 참학은 “(특목고·자사고 등이) 대학입시를 대비하기 위한 특권학교로 전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이는 심각한 교육 기회의 불평등과 차별을 일으켜 교육 양극화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이라면 학교를 선택하는 데 부모의 경제력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며 “특권학교는 촛불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 강한 의지를 갖추고 반드시 폐지해야 할 적폐 중의 적폐”라고 강조했다.

    사걱세 역시 ‘특권학교(특목고·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유발한다’며 관련 법 삭제를 통한 일괄 폐지를 주장했다. 사걱세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가 발표된 6~7월 자사고 폐지와 관련된 10여 개의 논평·성명·보도자료 등을 내며 적극적으로 ‘자사고 폐지’ 여론 형성에 동참했다.

    앞서 조씨는 2007년 한영외고 정원외 특례입학 대상자 전형으로, 일반·특별전형의 경쟁률인 6 대 1보다 3배 낮은 2 대 1의 경쟁을 통해 입학했다.

    좌파성향 교육시민단체들이 조 후보자의 딸에 대해선 ‘침묵’하지만, 이들 단체는 과거 우파정권 시절 임명직 후보자에 대해선 극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는 셈이다.

    사걱세는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논란 등이 일었을 때, 논평·설문조사 등을 통해 강력하게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정치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좌파 교육단체의 ‘비판’

    이 단체는 2014년 6월 ‘김명수 전 교원대 교수의 교육부장관 내정 철회를 강력히 요구합니다’라는 논평을 통해 김 후보자의 △논문 표절 논란 △왜곡된 역사인식 △경쟁교육 강화 △진보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폄훼하는 이념적 편향성과 포용성 부족 등을 이유로 철회를 거세게 촉구했다.

    사걱세는 당시 ‘논문 제1저자’ 논란이 있었던 김 후보자에 대해 “제1저자를 매우 중시하는 학계의 풍토로 봤을 때 본인의 연구업적으로 올릴 목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런 분이 법령과 제도를 책임진다면 누가 이를 지킬 것이며 잘못된 행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의 딸 조씨 역시 의학 논문 제1저자, 유전자 분석 논문 제3저자로 등재돼 논란이 인 상태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교육시민단체가 공직자 자녀의 ‘입학 비리’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제껏 논문 표절 비판과 외고 폐지 등을 주장했던 단체가 정치적 입맛대로 입을 닫고 조 후보자를 두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조로남불'에 일부 교육시민단체들이 동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