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구원 "한일 갈등 총선에 긍정적" 與 의원에 보고서…여론 "불매운동 철회" 분노
  •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이종현 기자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한일 갈등이 총선에 호재’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 생계가 달린 나라경제를 두고 어떻게 자신들의 밥그릇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이 정부‧여당의 반일 기조에 동조해 ‘일본불매운동’을 벌이던 상황이어서 배신감은 더욱 큰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일본불매운동 철회” 움직임까지 포착된다.  

    민주연구원은 30일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제목의 보고서를 민주당 의원 128명에게 배포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불거진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다.  

    민주연구원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우리 지지층일수록 현 상황에 대한 여야의 대응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원칙적 대응을 선호하는 여론에 비춰볼 때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또 각종 여론조사를 인용해 “일본의 무리한 수출규제로 야기된 한일 갈등에 대한 각 당의 대응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고, 원칙적인 대응을 선호하는 의견이 많다”며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친일 비판’ 효과도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지만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친일’ 비판 공감도는 공감 49.9%, 비공감 43.9%이며, 상대적으로 공감이 적은 것은 정책적 문제가 아니라 ‘정쟁’ 프레임에 대한 반감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이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대응으로 한일 군사정보호보협정(GSOMIA) 폐기에 관해서는 한국당 지지층만 제외하고 모든 계층에서 찬성이 높게 나타난다”고 적었다.

    野 “몰염치 정권, 추악한 민낯” 양정철 해임 촉구까지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여론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결부시킨 정부‧여당의 오만”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31일 ‘일본 경제보복에 나라가 기울어도 총선에 이용해 먹으면 그뿐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천인공노할 보고서’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나라가 기울어도 경제가 파탄나도 그저 표, 표, 표만 챙기면 그뿐인 저열한 권력지향 몰염치 정권의 추악한 민낯이 바로 이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로 우리 경제의 근간인 반도체산업이 오늘 내일을 장담 못하는 지경이다. 8월 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여부가 달려 있는 엄중한 시기다. 우리 경제가 입을 타격과 기업, 하청업체, 근로자의 삶에 닥칠 위기 앞에서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걱정을 하는 시국”이라며 “그런데 정작 집권여당은 총선에 유불리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고 분개했다. 

    이어 “경제를 살리는 복안, 시급한 외교적 해법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해도 부족할 판에 총선에 써먹을 궁리만 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요체”라며 “대통령·청와대·더불어민주당이 합작하여 반일 조장하고, 이순신이니 죽창이니 의병이니 했던 것인가. 모든 퍼즐이 이 보고서를 보니 맞춰진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그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한일 경제전쟁의 불똥이 생업에 어떻게 튈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마당에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 사태를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가려는 속셈을 내비친 것인가”라며 “민주당의 공식 사과가 필요하고, 양 원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지탄했다. 

    민주당 “당은 모르는 일”... 꼬리 자르기?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연구원은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연구원은 한일 갈등을 선거와 연결짓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는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민주연구원은 31일 “한일 갈등 관련 여론조사 보고서는 적절치 못한 내용이 적절치 못하게 배포됐다”며 “충분한 내부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적절한 내용이 나갔다.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주의와 경고 조처를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이나 연구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조사 및 분석보고서가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선 긋기에 나섰다. “당은 몰랐다”는 것이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이날 “당에서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바 없고, 조사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이런 조사와 보고서 작성은 당의 정책연구원이 할 일도 아닐 뿐더러, 이런 식으로 외교문제를 당리당략적으로 조사한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당 비공개 회의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에게 주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與 속내’ 알아버린 국민들, 일본 불매운동 철회 조짐

    하지만 이미 국민의 배신감이 팽배한 분위기다. 정부여당의 반일 기조에 따라 ‘일본불매운동’이 확산하던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누리꾼들은 “일본불매운동 철회다. 대항일투쟁을 벌이는 게 고작 당리당략용인가”(cret****) “일본을 내년 총선을 위해 여론몰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데 이에 넘어가는 국민이 과연 애국자인가, 순진한 아이들인가”(sc8****) “정치의 희생양으로 경제를...”(bys7****) “나라경제는 개판이 되어도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된다는 말이 아닌가”(chen****) “정말 이 나라 포기다“(mome****) “국민들과 기업들이 힘들어지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자기들 표계산이나 하고 있던 건가. 국민과 기업들이 희생하고 있는데.. 그 대가로 자기들 권력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나”(lic1****)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