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지자체 강연료… 진중권 295만원, 오연호 100만원… 원칙·기준 없이 오락가락
  • 방송인 김제동(46)에 이어 개그우먼 김미화(56·사진)도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평균치 이상의 사례비를 받고 강연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미화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김제동과 함께 대표적 '화이트리스트 인사'로 꼽았던 인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상파 TV·라디오에서 '광복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제동과 비교해 특별히 눈에 띄는 활동이 없었던 김미화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개 지자체를 돌며 2시간 남짓 강연을 하고 500만~770만원 사이의 강연비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개그우먼은 550만원, 전 장관은 500만원?


    자유한국당 유민봉 국회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미화는 지난해 전남 곡성군이 곡성문화센터 동악아트홀에서 10개월 간 진행한 '제8기 곡성 리더스아카데미'에 일일강사로 나서, '김미화의 긍정의 삶'이란 주제로 2시간짜리 강연을 하고 550만원을 받았다.

    8기 강사진 중에서 김미화보다 강연료를 많이 받은 인사는 없었다. 당시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350만원을 받았고, 맛칼럼니스트 황교익과 탤런트 김성환이 각각 300만원을 받았다. 이밖에 예음예술종합신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인 가수 겸 목사 윤항기와 팝칼럼니스트 임진모, 이만기 인제대 교수가 각각 200만원을 강연료로 받았다.

    해를 넘겨 지난 3월부터 '제9기 곡성 리더스아카데미'를 진행 중인 곡성군은 지난 3월 14일 동악아트홀을 찾은 소설가 김홍신에게 450만원을 지급했고, 뒤이어 3월 28일과 5월 23일 강연을 펼친 아나운서 출신 탤런트 오영실과 손숙 전 문화부 장관에게 각각 550만원과 500만원을 전달했다. 지난해와 올해 지급된 강연료만 놓고 보면, 개그우먼 출신 방송인 김미화와 한때 문화부 장관을 지낸 연기자 손숙이 거의 동급으로 분류됐고, 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인기 소설가 김홍신은 한 등급 아래로 치부된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곡성군은 "아카데미 시작 전 충분한 사전 수요 조사를 통해 강사진과 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으나 어떤 기준에서 이 같은 강연료를 책정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원칙도 기준도 없는 강연료 지급은 다른 지자체들도 마찬가지였다. 충남 공주시는 지난해부터 공주시민대학을 운영하며 다수의 유명 인사들을 교양강좌 일일강사로 섭외했는데, 각각 100분짜리 강연을 펼친 이들에게 천차만별로 강연료를 지급했다. 

    지난 3월 12일 '웃픈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는 주제로 일일강좌를 맡은 김미화에게 770만원을 전달했고, 지난해 3월 '공부의 신이 말하는 학업 성취 실천 전략'이란 주제 강연을 펼친 강성태에겐 700만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강사들에겐 400만원 이하의 강연료가 지급됐는데 왕종근 아나운서가 385만원, 개그맨 이용식이 363만원, 장경동 목사가 363만원을 받았고,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각각 295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광주광역시 동구가 진행한 아카데미 강연에선 김미화가 가수 윤형주와 동급 대우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7일 '230회 동구아카데미' 강연에 나선 김미화는 315만원을 받았고, 같은 해 4월 13일(224회) 강연을 맡은 윤형주는 317만원을 받았다. 지난 5월 10일(233회)과 6월 14일(234회) 강연에 나선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유명 작곡가 김형석은 각각 100만원과 120만원을 강연료로 받았다.

    광주광역시 북구가 진행한 희망아카데미에선 김미화가 가장 높은 강연료를 받았다. 김미화는 지난해 9월 6일 열린 '80회 아카데미'에 일일강사로 나서 600만원을 받았는데, 이는 연극배우 박정자(340만원)나 함익병 피부과 원장(250만원) 같은 다른 강사들보다 2~3배 많은 수준이었다.

    충남 논산시가 진행한 '논산시민아카데미'에서 김미화는 두 번째로 높은 대우를 받았다. 지난해 5월 11일 강연자로 나선 김창옥 김창옥아카데미 대표가 600만원을 받았고 같은 해 12월 7일 강연한 김미화는 500만원, 지난 10일 강연한 인문학 전문가 조승연 작가는 495만원을 강연료로 지급 받았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강연을 맡았던 진중권 교수와 서경덕 교수는 각각 200만원과 220만원을 강연료로 받았다.

    전남 곡성군, 충남 공주·논산시, 광주시 동구·북구 등 5개 자치단체로부터 교양강좌 예산 집행 내역을 전달 받은 유민봉 국회의원실 측은 "뚜렷한 기준이나 원칙도 없이 무분별하게 강사가 선정되고 강연료가 책정·지급되고 있어 세금 낭비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