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반도 비핵화에 적극적 역할 발휘"…김정은 "중국의 한반도 역할 높이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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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일 평양에서 열린 북중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CC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북한을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한국 패싱'이 현실화하고 있다.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온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시 주석이 자처하고 나선 것으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는 모양새다.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조선 측이 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반도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시 주석은 이어 "조선반도 정세는 역내 평화와 안정과 직결된다. 지난 1년간 반도 문제에 대화를 통한 밝은 해법이 나타나 국제사회의 공감과 기대를 받아왔다"며 "국제사회는 조·미가 계속 대화하고, 대화를 통해 성과를 도출하기를 보편적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한)반도 문제는 고도로 복잡하고 민감하다. 중국 측은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는 것을 지지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여건을 꾸준히 만들 것"이라며 "중국 측은 조선 측이 자체의 합리한 안보와 발전 관심사를 해결하는 데 능력껏 도움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시 주석은 또 "조선 측과 관련 각 측과 조율과 협조를 강화해 반도 비핵화와 역내 항구적 안정을 실현하는 데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앞으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미·북 간 대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세기의 무역 담판을 예고한 상황에서 북한을 대미 협상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란 분석도 나왔다.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 타결'이라는 외교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대신 시 주석을 새로운 '중재자'로 내세워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19일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비핵화에 관한 자신들의 새로운 안(案)을 시 주석에게 설명하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전날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과거 1년간 북한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했지만 유관국의 적극적 반응을 얻지 못했다"며 "이는 보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유관국'은 미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김 위원장은 이어 "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하겠다. 유관국이 북한과 마주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북한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을 높게 평가한다"며 "계속 중국과 소통하고 협력해서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 진전을 거두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2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김 위원장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해 "김 위원장과의 유익한 회담을 통해 북·중 관계의 밝은 미래를 함께 그리고, 일련의 중요한 합의에 이르렀다"면서 "우리는 북·중 쌍방이 전통적 우의를 이어가면서 시대의 새로운 장(章)을 계속 써가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북·중은 사회주의를 함께 건설해가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상호 지지·협력하는 좋은 전통을 만들어왔다"며 "시 주석과 나는 지난 1년간 네 차례 만남을 통해 사회주의 제도를 견지하는 게 북·중 우의의 핵심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북·중 정상회담 관련 북한과 중국의 매체를 통해 공개된 논평이나 보도에서 문 대통령이나 남한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문 대통령 대신 새로운 '중재자'를 자처한 시 주석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중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의 입지가 좋아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회담이 끝난 뒤 결과를 놓고 평가할 것은 평가하고 판단할 것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G20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중국·러시아·캐나다·인도네시아 등 4개국 정상과 정상회담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