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인정되면 정부가 체당금 주고 구상권 행사… "임금 안주려고 문만 열고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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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안 샴페인바’로 알려진 서울 청담동 B라운지가 수억원대 임금체불 논란에 휩싸였다. 이곳은 앞서 ‘무단증축’ ‘탈세 및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가 불거진 곳이다.B라운지는 최근 그룹 'god'의 멤버 데니안이 창업에 참여, 사외이사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확산됐다. 데니안 측은 지난달 29일 공식 발표를 통해 “2017년 11월31일 사외이사로 등재돼 일정 금액 월급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샴페인바의 인테리어에 도움을 주기로 했고, MD 등의 디자인에 참여했다. 하지만 점점 본인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일이라는 생각에 2018년 2월21일 사임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하지만 해명과 달리 데니안이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추후 밝혀졌다. 그러자 소속사 측은 “사외이사와 사내이사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실수”라고 정정했다. 사외이사와 달리 사내이사는 사내에서 상시적 경영업무가 가능해야 한다. 유명인 신분을 통해 사업에 가담해 놓고, 각종 불법 혐의가 불거지자 선을 긋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무단증축’ ‘탈세 및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해당 B라운지는 앞서 탈세 혐의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세금을 덜 내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고는 사실상 ‘유흥주점’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이다. 이는 그룹 '빅뱅' 출신 승리와 정준영,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이 ‘몽키뮤지엄’이라는 바를 운영했던 방식과 사실상 같다는 비판을 받았다.일부 술집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이 가능하지만, 무대가 설치됐다면 ‘유흥주점’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런데 B라운지가 대관행사에서 무대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20여 전직 임·직원의 임금체불 건으로 노동부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B라운지 전직 관계자가 제보한 바에 따르면, 창업 당시부터 현재까지 1인당 최소 100만원대부터 최대 4000만원대까지 임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총액 1억7000만~1억8000만원에 달한다.이들에 따르면 B라운지는 그동안 “투자자 유치 중이다.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임금을 주겠다”면서 임금 지급을 미뤄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와 주주 등 일부를 제외한 이곳 임·직원 대부분이 임금체불을 이유로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전직 관계자 A씨는 “창업 때부터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고, 2018년 2~3월부터는 정상적인 급여가 나온 적이 없다. 적게는 100만원 단위지만 2500만원, 4000만원 가까이 받지 못한 사람도 많다”며 “처음에는 좋게 임금을 달라고 얘기했는데, 몇 달이 지나도 받지 못해 노동부에 민원을 넣었다”고 밝혔다.약 3개월 전 공동대표인 B씨가 잠적한 후 임금체불문제는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실질적 운영권을 가졌던 B씨가 잠적해 노동부 조사도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전직 임·직원 일부, B라운지에 압류소송이렇다 보니 복수의 전직 관계자들은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부에 B라운지의 ‘도산확인신청’ 진정을 넣었다. 사업장의 도산 확인을 받을 경우 근로자들의 일반체당금 신청이 가능하다. 일반체당금의 경우 최대 1800만원 한도로 지원된다. 사업장의 운영여부와 관련 없이 가능한 소액체당금 신청의 경우도 있지만, 이는 최대 400만원만 지원받을 수 있는 형편이다.일부 전직 관계자들은 B라운지를 상대로 압류소송을 냈다. 현재 가압류 상태로, 오는 5월 중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그러나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B라운지가 사실상 임금지급능력이 없음에도 영업을 지속해 노동부로부터 도산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곳은 지난 4월 초부터 목‧금‧토요일 영업을 재개한 상태지만, 이전에는 약 두세 달간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 복수의 전직 관계자들은 “업장이 ‘사실상 도산상태’인데 주말 위장운영을 통해 영업을 지속, 도산을 막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산이 인정되면 주주 및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도 어려울 뿐더러, 체당금을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에 구상권이 넘어가 변제를 지연시킬 방편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전직 임직원 A씨는 “평일에는 문을 안 열고 주말에 일용직 근로자들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손님이 없어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라면서 “그런데도 업장은 도산확인을 피하기 위해 위장영업을 하고 있다. 영업은 안 하면서 불을 켜두거나, 주말에만 문을 열어놓는 형태”라고 지적했다.또 다른 전직 관계자 C씨도 “업장에서도 투자자를 유치한다고는 하는데 계속 지연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고 자금을 유치하겠다는 명목으로 주말에만 오픈을 한다”며 “그런데 그게 확정된 상태도 아니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어 노동부에 진정을 여러 차례 넣었다”고 밝혔다.이와 관련, 이 업체의 공동대표인 D씨는 “실질적 운영은 공동대표 B씨가 맡았다. 나는 해외 프렌차이즈 사업 등 대외적 업무를 맡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B씨가 잠적하는 바람에 상황이 이렇게 됐다. 나도 피해자다. 주주들과 자금출자를 알아보고 있다”며 “임금체불이 문제인 건 맞다. 도산을 지연시키려고 위장운영을 하는 건 아니고,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여러 방면으로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다.D씨는 20여 명으로 파악되는 체불임금 근로자 중 일부라도 임금을 지급 받았느냐는 질문에 “아직 임금 청산된 근로자는 없다”고 답했다. 지난 16일 오후 4시쯤 B라운지를 방문했을 때도 문을 연 상태였지만 영업은 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1년 이상 임금지급이 지연된 가운데, 투자자 유치 및 운영능력 회생도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수 십명의 근로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