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파괴… WP "스페인 北대사관 습격 배후" 추정
  • ▲ '자유조선'이 게재한 김씨 부자 초상화 액자 파괴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자유조선' 채널 화면캡쳐.
    ▲ '자유조선'이 게재한 김씨 부자 초상화 액자 파괴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자유조선' 채널 화면캡쳐.
    ‘천리마 민방위’란 이름으로 알려진 단체 ‘자유조선’이 어디선가 신원 미상의 인물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든 액자를 부수는 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자유조선’은 이 영상이 북한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영상 시작부분에는 “최근, 조국 땅에서(Recently, In our homeland)”라는 자막을 넣었다. 사실일 경우 북한에서는 ‘반역죄’에 해당돼 사형당할 수도 있다.

    ‘자유조선’이 홈페이지에 올린 이 영상은 34초 분량이다. ‘유튜브’에 먼저 올린 뒤 공유하는 형태로 게재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를 부수는 사람은 모자이크 처리돼 있다. 이 사람은 김 부자의 초상화가 든 액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액자 유리가 깨진 뒤 초상화를 찢거나 훼손하지는 않았다.

    영상 말미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신격화를 타도한다. 조국을 위하려 우리는 일어난다. 자유조선 만세!”라는 자막이 붙었다.

    "말레이 北대사관 낙서, 스페인 北대사관 습격 배후"

    ‘자유조선’은 2017년 2월 김정남이 암살당한 뒤 “김한솔을 구출,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해 유명해진 ‘천리마 민방위’의 새 이름이다. 이들은 지난 3월1일 ‘자유조선’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북한을 대신하는 임시정부 수립을 선언했다.

    이 단체는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 담벼락에 낙서를 한 주체로도 알려졌다. 북한대사관 담벼락에는 “자유조선, 우리는 일어난다!”는 문구와 함께 파란색 페인트로 이 단체의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이튿날 북한대사관 측은 낙서를 가리기 위해 담요와 이불을 내다 널었지만 모두 가리지는 못했다. 

    북한대사관 담벼락에 쓴 낙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자유조선’은 “조용히 자유를 갈망하는 지금은 비록 외롭다. 그러나 용기로 인하여 한 명 한 명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 ▲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에 쓰여진 낙서. '자유조선'의 활동은 대단히 도발적이다. ⓒ관련 트위터 화면캡쳐.
    ▲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에 쓰여진 낙서. '자유조선'의 활동은 대단히 도발적이다. ⓒ관련 트위터 화면캡쳐.
    ‘자유조선’이 지난 2월22일(현지시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의 주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이 사건의 계획과 실행에 정통한 사람들에 따르면, 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작전의 배후는 김씨 왕조 타도를 목표로 한 비밀 조직 ‘천리마 민방위’로 알려졌다”면서 “이번 습격작전은 김정은 정권을 약화시키고 탈북을 격려하려는 무명 조직이 벌인 가장 야심찬 작전”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자유조선’이 어느 나라 정부와도 협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문은 “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 직후 사건의 배후로 미국 정보기관이 지목됐지만,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며칠 남겨둔 시점에서 미국 측은 이런 사건을 벌이기를 꺼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어 ‘자유조선’의 명령으로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이들이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정보를 노렸으며, 습격 당시 동영상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3월부터 2년 새 6300만원 후원금 받아

    이 같은 활발한 활동 덕분인지 모금액도 적잖게 모였다고 한다. 지난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자유조선이 암호화폐로 모금하는 후원금 계좌를 확인한 결과 2017년 3월부터 최근까지 총 14.23비트코인(BTC, 약 6300만원)을 모금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계좌에는 0.016비트코인(약 6만7000원)이 남아 있었다. 나머지는 인출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계좌 기록을 살펴보면 입금 49회, 출금 7회였다. '자유아시아방송'은 “공교롭게도 가장 많은 돈이 출금된 날은 지난해 5월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차 공판이 있던 날이고, 두 번째로 많은 4000달러(약 450만원)가 출금된 날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시작된 올해 2월27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된 지난해 4월 23일에도 800달러(약 90만 원)가 출금됐다고 한다.

    ‘자유조선’은 지난 17일부터는 ‘자유조선임시정부 방북 비자’를 판다. 1이더리움(ETH, 약 15만 원)에 살 수 있는 방북 비자는 20만 장 한정이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사흘 동안 7장의 비자가 팔렸다. 2명이 각각 2장을, 3명이 각각 1장씩을 구매했다고 한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은 “미 중앙정보국(CIA)에 ‘자유조선’과 관련한 질의를 보냈으나 답변을 거절당했고, 국무부 또한 답해줄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