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1년전 확정' 공약… "적폐 vs 개혁 구도 만들어 보수통합 막으려는 것" 분석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15 총선을 1년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공천 룰 정비에 나선다. 공론화를 통해 예측가능한 룰을 만들겠다는 취지지만, 패스트트랙을 통해 개편하려는 선거제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은 '공천제도기획단'(가칭)을 통해 권리당원 의권한과 후보경선 방식 등 구체적 공천 룰에 대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이르면 오는 4월 중순까지 큰 틀의 룰을 확정할 방침이다. 총선을 1년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공천 룰 개정작업이 시작된 것은 민주당 역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로, 당내 친문-비문 간 갈등을 일찌감치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 1년 전 선제적 공천 룰 정비는 투명한 공천 관리를 통해 '원 팀' 정신을 북돋우고 총선 승리를 견인하기 위한 이해찬 대표의 지난해 8·25 전당대회 핵심 공약이었다. 이번 결정은 총선에 임박해서야 밀실에서 공천 룰을 조정하면서 당내 분란을 야기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주먹구구식 후보 공천을 내년엔 하지 않겠다는 다짐인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전까지 공천 룰을 정할 때마다 당내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다는 비판과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좀 더 투명하게 공천 룰을 정하자는 취지에서 공천기획단을 출범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주적 방식 표방하지만… 친문-비문 갈등 '불씨'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공천 룰 조기 결정에 회의론이 제기됐다. "정당 공천은 공식적 '룰' 외에 공천관리위원회의 인적구성이나 지도부 의중 등 '사람'의 영향이 가장 큰 만큼 '보스정치'를 막기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엔 친문이 주류이지만, 계파갈등 불씨는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경선 때 경쟁자 캠프에서 일하거나 문 대통령과 원래 친분이 없는 비문계도 있다. 지난해 전당대회 때도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의사를 밝히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탈당문제를 두고 감싸는 이해찬 대표의 행보에 일부 의원이 반발하기도 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1월24일 전국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공정한 공천 시스템과 공천 기준을 4월까지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결국 계획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지만, 이 대표의 공약 실현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총선 준비체제에 들어간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의 선제적 공천 룰 마련에 의구심을 표했다.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신상진 의원은 20일 임명장 수여식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혁신이 굉장히 중요하다. 국민들이 보실 때 사천이 아닌 참 옳은 공천을 하고 있구나, 해야 되는데 민주당은 그런 시스템 개혁을 못할 것"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술을 어떻게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하는 데 도입할까에 대해서도 우리가 앞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제 개편 결론 안 났는데… 왜 서두르나"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내놓은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용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처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당은 전면 반대하고, 바른미래당은 내분사태까지 벌어진 상황이어서 내년 총선 전까지 민주당의 의도대로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민주당은 공론화 작업을 통한 초안 작성이 끝나는 대로 가급적 빨리 총선체제 전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천 룰의 대략적 윤곽은 4·3 국회의원보궐선거가 끝나는 시점에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선거제 개혁의 성사 여부에 따라 공천 룰 또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선거제 개혁 추진은 실제 도입이 아닌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친문-비문 계파갈등 여전... 무리수" 지적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여야 4당 대 한국당이라는 구도를 만들어 과거 탄핵 때처럼 적폐 대 개혁의 구도를 구축해 대통합의 싹을 자르려는 의도인 모양"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실제로 패스트트랙을 태운다고 해도, 표결에선 전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손해가 뻔히 보이는 지역구 의원들이 있어 30명 정도 반대표가 나오지 않겠는가. 이런 건 이해찬 대표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기존 공천 룰과 비교해 획기적 변화를 시도할 여지는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천 룰에 무리하게 손을 댈 경우, 이 대표와 지도부가 강조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주당 현대화추진특별위원회가 조만간 당원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당원투표 시스템을 공개할 예정인 만큼 이 시스템을 통해 공천 룰에 대한 당원들의 의견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전략공천 활용 여부에 대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능한 한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을 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