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길 초대석] '탄핵 인사이드 아웃' 채명성 변호사 "새 특검 구성해 진상 밝혀야"탄핵소추위, 13개 사유 제시→ 재판관이 5개로 줄여→ 불분명하다며 수정까지 요구"헌재 '태블릿 감정신청 기각, 관련 증인 신청도 기각… 탄핵 조작 가능성 있다"
  • 채명성 변호사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뉴데일리 본사에서 본지 인보길 회장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채명성 변호사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뉴데일리 본사에서 본지 인보길 회장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누명을 쓰고 단두대에 오른 마리 앙투아네트과 같은 점이 많습니다. 앙투아네트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발언을 했다는 거짓 루머, 하지도 않은 '근친상간'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죄목으로 처형당했습니다. 이는 프랑스혁명을 정당화하는 수순이었고, 저는 박 전 대통령 탄핵도 이 건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대통령대리인단과 형사재판의 변호인단에 공식적으로 모두 참여한 유일한 변호사인 채명성(42·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는 12일 오후 서울 중구 <뉴데일리> 본사에서 진행된 인보길 본지 회장과 대담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1년간의 재판 과정을 담은 <탄핵 인사이드 아웃>(기파랑)의 저자이기도 하다. 

    채 변호사는 프랑스혁명 당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 "여혐(女嫌) 루머의 희생자"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과는 다소 시간차(224년)가 있지만, 루머로 희생됐다는 점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훨씬 더 가혹하게 고통받았다는 점에서 둘은 공통점이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된 10월16일은 박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 최후변론 후 일체 재판을 거부한 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朴 탄핵 2년…채 변호사 "아직도 부채감 느낀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2017년 3월10일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권한대행이 '선고요지문' 낭독을 마치면서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이, 그것도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결정됐다. 그로부터 2년이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가장 근거리에서 박 전 대통령을 지켜보고 변호했던 채 변호사는 어떤 심정일까.

    채 변호사는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며 '부채감(負債感)'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결국 유죄판결이 났으니까, 변호인으로서는 '졌다'는 부채감이 있다"면서 "변호인단 총사퇴(2017년 10월16일) 후 1년간 거의 일상생활만 했다"고 설명했다.

    <탄핵 인사이드 아웃> 집필을 결심한 이유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감도 있었지만, 정권교체 후 나라가 망가져가는 걸 보면서 정권교체의 시초가 된 탄핵사태를 책으로 쉽게 풀어내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었다"며 "책에는 감정적 요소를 배제하고 객관적 팩트만 가지고 독자들이 탄핵의 정당성에 대해 제대로 바라봐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 채명성 변호사는 이날 본지 인보길 회장과 약 1시간 동안 대담했다. ⓒ정상윤 기자
    ▲ 채명성 변호사는 이날 본지 인보길 회장과 약 1시간 동안 대담했다. ⓒ정상윤 기자
    "헌재의 파면 결정, 인정하지 않는다"

    채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과정 없이 여론이 그렇다고 하니 탄핵해버린 것"이라며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탄핵 소추부터 탄핵 결정이 나올 때까지 채 변호사가 보기에 절차상 비정상적인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예컨대 국회 탄핵소추의견서를 보면 첨부자료 21개 중 15개가 언론기사였다"며 "탄핵소추는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탄핵소추하려면 헌법과 법률 위반이 어느 정도 입증된 상태여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수사기록이나 증인이 얼마나 많았는데, 박한철 (헌재) 소장이 기안을 3월13일로 못박아 놓고 이때까지 무조건 끝내버린다고 해서 증인 신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태 진실 밝힐 수 있는 태블릿PC 감정신청도 기각했고, 온갖 증인신청도 기각했다. 일방적으로 진행된 재판이 과연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이걸 계속 따라가느니 차라리 총사퇴를 하는 것이 맞지 않으냐는 이야기가 여러번 나왔다."

    채 변호사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대통령대리인단이 공방을 벌이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중립적 위치해서 중재하고 판결을 내려야 하는데, 오히려 재판관들이 일방적으로 국회 편을 드니까 대통령대리인단과 헌법재판관이 싸울 수밖에 없었다"며 "대리인단과 싸운 재판관들이 (탄핵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었으니 애초에 구조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당시 헌재 안에서는 싸우고 있는데, 밖에서는 박영수특검이 하루가 멀다하고 일일 정례 브리핑을 하면서 여론몰이 하고, 국회에서도 여당 전직 대표(문재인 대통령)라는 분이 '헌재가 탄핵소추안 기각하면 다음은 혁명밖에 없다'며 당 차원에서 촛불집회 하며 '탄핵 총력전'을 벌였다. 당시는 법치가 지켜진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초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박 전 대통령의 '헌법 위반' '법률 위반' 등과 관련한 13개 소추사유를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주심재판관이던 강일원 재판관이 "소추사유가 불분명하다"며 2016년 12월 첫 변론준비기일에 13개를 5개로 유형화해 발표한다. 채 변호사는 "소추사유가 불분명하면 기각이나 각하를 해야 하는데, 당시 5개를 불러주더니 이듬해 1월25일에는 또 "불분명하다"며 "정리하라"고 했다"며 "정말 황당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결국 헌재가 '탄핵을 위한 탄핵'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채 변호사는 "국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법률 위반의 주요 죄목으로 '뇌물'을 걸어놨는데, 재판부에서 '도저히 뇌물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래서 헌재가 국회에 '소추사유를 변경하라'고 요구하고, 소추위원단은 뇌물죄를 뺀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추상적인 헌법 위반만으로 탄핵됐다"고 설명했다.

    드루킹·언론 오보가 결정적…"더불어민주당도 공범"

    나중에 드러나긴 했지만, 김경수·드루킹 일당의 여론조작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온갖 언론과 검찰, 헌재가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나온 헌법재판소 결정을 어떻게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 채 변호사의 생각이다.

    채 변호사는 "당시 온갖 루머가 떠돌았다"며 "돌이켜보면 국민 지지율이 4~5%까지 떨어지고, 대부분 국민들이 대통령을 탄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게 이런저런 정당한 사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드루킹의 여론조작과 언론의 오보가 결정적이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굿이나 하고 섹스나 한 더러운 여자이자 최서원(최순실)의 아바타. 이런 부정적 이미지에 분노하고 실망해 탄핵을 외쳤는데, 결국 재판 과정에서 모두 루머였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나. 그런 여론에 떠밀려 33년형이 나왔는데 그런 여론은 어떻게 형성됐나. 지나보니 다 오보였지 않나."

    허익범특검 조사결과에 따르면, 드루킹은 2016년 12월4일부터 댓글작업을 시작한다. 2016년 7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른바 '최순실TF'를 만들고 5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채 변호사는 "당시 미르재단부터 해서 최순실을 띄우고, 여론이 극에 달했을 때 JTBC의 태블릿PC가 터졌다"며 "언론 오보도 그냥 나왔다기보단 당시 민주당에서 하나씩 툭툭 던진 것을 언론이 받아먹은 것이다. 언론전을 펼친 더불어민주당도 공범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채명성 변호사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 채명성 변호사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젊은 변호사들과 공부하고 싶다"고 답했다. ⓒ정상윤 기자
    JTBC "심수미가 태블릿 입수→ 김필준이 입수→ 파일 입수" 계속 말 바꿔

    채 변호사는 "지금 정치권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고 이 탄핵심판이 어떤 성격의 재판인지 헷갈리는 것 같다"며 "헌재도 결정문에 썼듯 '규범적 심판 절차'다. 여론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법리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혹자들은 어쨌든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책임이 있으니까 탄핵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를 펴는데 말이 안 된다. 탄핵되려면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그것이 중대해야 한다. 대통령이 최서원에게 문건 몇 개 전달한 것이 탄핵까지 갈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내가 보기에 탄핵 사유는 없다."

    실제 이낙연 국무총리의 경우,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는 민간인 방송작가 박모 씨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2차례에 걸쳐 국무총리 연설문 작성에 관여한 사실이 최근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채 변호사는 "당시 청와대는 아무런 규정 위반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박 전 대통령 건보다 이 사건이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태블릿PC' 조작 가능성 충분…새 특검 구성해야 

    채 변호사는 탄핵사태의 물꼬를 튼 JTBC의 태블릿PC 보도에 대해 "JTBC가 너무나 말을 자주 바꾸니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작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태블릿PC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JTBC가 아직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JTBC는 처음에 심수미 기자가 (태블릿PC를) 입수했다고 하다가 나중에 김필준 기자가 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고, 처음에는 컴퓨터 파일을 입수했다고 하다가 나중에 최순실 태블릿이라고 하고, 최순실이 태블릿에서 문서 다운 받아 고쳤다고 주장하다가 태블릿에 문서 수정 기능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니 또 말을 바꿨다"며 "노승일(전 K스포츠재단 부장) 씨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JTBC 태블릿PC에 대해 '이상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2016년 검찰에서 한 태블릿PC 포렌식 감정 보고서가 있고, 이후 국과수에서도 했다. 같은 물건으로 같은 조사를 했으면 내용이 거의 같아야 하는데 연락처나 카톡 대화방이 삭제된 흔적이 있다. 여러 의심할 만한 요소가 많다. 손을 댔을 가능성이 있다."

    채 변호사는 "특검 구성해 JTBC 기자들부터 담당 검사들, 이후 국과수 담당자 모두 조사하면 나온다"며 "JTBC에서 태블릿을 어떻게 입수하게 됐는지도 여러 갑론을박이 많은데 제대로 수사하면 명명백백히 밝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권이 바뀐 뒤 객관적인 환경 아래서 외압 없이 특검이 수사해야 (결과가) 나온다"며 "태블릿PC 문제만이 아니라 국정농단 전반에 대해 다시 수사해서 그 과정에서 기획 사실이 밝혀지면 나중에라도 특별법을 만들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朴 "한국 인터넷 IP, 러시아 비중 유난히 높아"

    이날 채 변호사는 <탄핵 인사이드 아웃>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시점인 2017년 4월께 채 변호사를 만난 박 전 대통령이 "한국 인터넷 환경이 참 문제"라며 "한국 인터넷 접속 아이피를 추적해보면 러시아 비중이 상당히 높더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채 변호사는 "아마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그런 보고를 받은 것 같은데, 북한 댓글부대가 러시아 아이피를 타고 많이 넘어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북한이 민주당이 최순실TF 만들기 한 달 전인 2016년 6월부터 난수방송을 재개하는데, 시점이 희한하다"며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 박 전 대통령 비판하는 북한의 빈도수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북한에서 방송만 했겠나. 이번 탄핵의 한 축이 북한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탄핵 진상규명하려면 한국당에 힘 실어줘야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바라보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물음에 채 변호사는 "오늘(12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전체적으로 문재인 정권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을 잘 했더라"며 "오랜만에 잘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 변호사는 "그동안 한국당이 탄핵문제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닐까 싶다"며 "결국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정권을 교체해 진상규명을 하려면 자유한국당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본다. 비판할 부분은 비판을 하면서, 한국당이 문재인 정권과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지지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당이 지금 탄핵을 바로잡고 싶다고 해서 탄핵에 올인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라며 "탄핵으로 힘이 다 빠져버리면 문재인 정권에 대항할 수 없다. 지금은 한국당이 힘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그때까지는 정권교체가 먼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판적 지지를 하는 우파세력이 많으면 한국당이 함부로 엇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식 느끼는 젊은 변호사들과 공부하고 싶다

    앞으로 채 변호사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그는 "한변(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활동을 했었는데, 탄핵사태를 겪으며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요즘 다시 활동하고 있다"며 "한변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젊은 변호사들을 모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은데 어디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친구들을 1명, 2명 모아 공부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탄핵 인사이드 아웃>의 후속작에 대해 채 변호사는 "당장 집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필요하면 써야겠지만 현재 필요한 내용은 이 책에 다 담았다"며 "저 외에 다른 분들이 탄핵사태와 관련해 책을 집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채명성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선정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채명성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선정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채명성 변호사는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난 2004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미국 산타클라라대 로스쿨에서 LLM(법학석사)를, 2015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부산고검·서울고검 법무관을 거쳐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 대한변협 법제이사, 한변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현재는 법무법인 선정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채명성 변호사와 본지 인보길 회장의 대담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뉴데일리> 본사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채 변호사와 인보길 회장의 일문일답. (<채> 채명성 변호사 / <인>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2년이 지났습니다. 심정이 어떻습니까.

    <채> 마음이야 계속 무겁고 착잡합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결국 유죄판결이 났으니까, 변호인으로서 '졌다'는 부채감이 있습니다. 변호인단 총사퇴 후 1년간 거의 일상생활만 했습니다. 사퇴 며칠 뒤 인터뷰 한 번 한 것 외에 책(탄핵 인사이드 아웃) 내기 전까지는 언론에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인> <탄핵 인사이드 아웃> 집필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요?

    <채> 마음에 대통령에 대한 부채감을 안고 조용히 있었어요. 계속 감옥에 계시니까.

    <인> 책임감과 법치 파괴에 대한 놀라움이나 좌절감 등 이런 것 때문에.

    <채> 네. 그리고 정권교체 후 나라가 망가져가는 걸 보면서, 어쨌든 정권교체의 시초가 된 탄핵사태니까요. (탄핵사태를) 제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책으로 쉽게 풀어내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었습니다. 조금 논란이 될 수 있지만 결국 (책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죠.

    <인> 책 제목은 어떻게 해서 결정됐나요?

    <채> <탄핵 인사이드 아웃>은 제가 주장해서 만들었어요. 당시 여러 제목을 출판사와 논의했는데,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갔을 때 사람이 갖게 되는 감정적인 요소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감정적 요소들을 배제하고, 객관적 팩트만 가지고 독자들이 탄핵의 정당성에 대해 제대로 바라봐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습니다.

    <인> 마지막까지 <탄핵 인사이드 아웃>과 경합한 제목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채> '그래도 잘못된 탄핵'과 '그래도 부당한 탄핵'이 최종 논의됐던 제목입니다.

    <인> 탄핵사태에 대해 "거짓이 진실을 덮고, 법치가 정치에 굴복한 과정"이라고 책에 쓰셨습니다. 헌법재판소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지요?

    <채> 인정하지 않습니다. 왜 인정을 하지 않느냐. 헌재 판단이 정상적이었으면 당연히 인정을 해야겠지만, 당시 탄핵소추부터 탄핵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절차상으로 이상한 탈법이나 비정상적 결정이 너무 많았습니다.

    <인> 인정했다면 이런 책도 안 썼겠죠?

    <채> 맞습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당시 국회 탄핵소추의견서를 보면 첨부된 자료 21개 중 15개가 언론기사였습니다. 사실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하려면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게 어느 정도 입증이 된 상태에서 탄핵소추를 해야 합니다.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런 과정이 없었습니다. 과정이 필요했는데 그런 것 없이 여론이 그렇다고 하니까 탄핵해버린 거에요.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당시 수사기록이나 증인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박한철 (헌재) 소장이 기안을 3월13일로 못박아 놓고 이때까지 무조건 끝내버린다고 해서 증인신문도 제대로 하지 못했죠.

    재판부는 사태 진실 밝힐 수 있는 태블릿PC 감정 신청도 기각했고, 온갖 증인 신청도 기각했어요. 일방적으로 진행된 재판이 과연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많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저희가 이걸 계속 따라가야 하느냐, 차라리 총사퇴를 하는 것이 맞지 않으냐고 여러 번 이야기했어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대통령대리인단이 공방을 벌이면 헌재 재판관들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중재하고 판결을 내려야 하는데, 오히려 재판관들이 일방적으로 국회 편을 드니까 대통령대리인단과 헌법재판관이 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리인단과 싸운 재판관들이 결정하는 위치에 있었으니 애초에 구조가 잘못됐죠.

    당시 헌재 안에서는 싸우고 있는데 밖에서는 특검이 하루가 멀다하고 일일 정례 브리핑하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국회에서도 여당 전직 대표라는 분이 "헌재가 탄핵소추안 기각하면 다음은 혁명밖에 없다"고 했고, 당 차원에서 촛불집회 하며 '탄핵 총력전'을 벌였죠. 그땐 법치가 지켜진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국회에서는 '헌법 위반' '법률 위반' 등과 관련한 이렇게 13개 소추사유를 정해놨는데, 강일원 재판관이 "소추사유가 불분명하다"고 하면서 12월 첫 변론준비기일에 13개 소추사유를 5개로 유형화하죠. 본인이 직접 불러주면서. 원래 소추사유가 불분명하면 기각이나 각하를 하면 되는데, 당시 5개를 불러주더니 이듬해 1월25일에 또 "불분명하다"며 "정리하라"고 하는 겁니다. 정말 황당하지 않습니까.

    <인> 2번씩이나 그렇게 한 이유가 뭔가요?

    <채> 결국은 탄핵을 시키기 위해서죠.

    <인> 판사들이 이미 탄핵을 시키기로 방향을 정해놓고 절차를 진행했다는 건가요?

    <채> 아마 초반에는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탄핵을 하긴 해야 하는데 도저히 뇌물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그런데 국회에서는 '뇌물죄'를 걸어놨거든요. 법률위반의 주가 뇌물죄인데, 그걸 빼야 하니까 헌재가 국회에 "소추사유를 변경하라"고 하죠. 소추위원단은 뇌물죄를 빼고,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추상적인 헌법 위반만 가지고 탄핵된 거죠.

    <인> 헌법의 뭘 위반한 겁니까? 지금도 잘 모르겠네.

    <채> 결국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는 거죠.

    <인> 박 전 대통령 탄핵이 프랑스혁명이랑 비슷하다는 말도 있는데요.

    <채> 맞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 같은 경우는 거의 여혐 루머의 희생자였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 한 적도 없는데 한 것으로 됐고. 근친상간도 하지 않았는데 말도 안 되는 죄목으로 처형됐죠. 프랑스혁명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순이고, 박 전 대통령 탄핵도 이 건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는 다소 시간차가 있지만, 루머로 희생됐다는 점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훨씬 더 가혹하게 고통받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 이야기 찾다 보니 신기했던 게, 그녀는 10월16일 처형됐는데, 이날은 박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 최후변론 이후 일체의 재판을 거부한 날이기도 합니다.

    <인> 탄핵정국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루머가 많았죠?

    <채> 온갖 루머가 떠돌았죠. 돌이켜보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4~5%까지 떨어지고 대부분 국민들이 대통령을 탄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게 이런저런 정당한 사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드루킹 여론조작과 언론 오보가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굿이나 하고 섹스나 하는 더러운 여자이자 '최서원(최순실)의 아바타'라는 이미지에 분노하고 실망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탄핵을 외쳤는데 결국 탄핵심판, 형사재판 과정에서 모두 루머였다는 게 밝혀졌죠. 그런데 여론에 떠밀려서 33년형이 나온 거에요. 여론이 결정적이었는데 그럼 그 여론이 어떻게 형성됐습니까. 지나보니 다 오보였지 않습니까.

    허익범특검 조사결과에 따르면 드루킹은 2016년 12월4일부터 댓글작업 시작하거든요. 책에도 썼지만,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 2016년 7월 '최순실TF'를 만듭니다. 당시 TF에서 미르재단부터 최순실을 쭉 띄우고, 여론이 극에 달했을 때 JTBC의 태블릿PC가 터지죠. 언론 오보도 그냥 나왔다기보단 당시 민주당에서 하나씩 툭툭 던진 것을 언론이 그냥 받아먹은 거에요. 사실 더불어민주당도 언론전을 펼친 공범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 채 변호사께서 보시기에 박 전 대통령은 탄핵사유가 없습니까?

    <채> 지금 정치권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고 이 탄핵심판이 어떤 성격의 재판이냐에 대해 헷갈리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유력 정치인은 "탄핵심판은 정치재판 아니냐"고 하는데, 실제 헌재도 결정문에 썼듯 '규범적 심판절차'입니다. 여론이나 정치적 이해관계 다 떠나서 법리적으로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어쨌든 박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책임이 있으니까 "탄핵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를 펴는데 말이 안 됩니다. 탄핵되려면 헌법과 법률 위반하고 그것이 중대해야 하는데 제가 봤을 땐 없습니다. 대통령이 최서원에게 문건 몇 개 전달한 것이 탄핵까지 갈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이낙연 총리 같은 경우에는 최근 국무총리 연설문을 민간작가에게 수 차례 맡긴 사실이 알려졌죠. 청와대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규정 위반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박 전 대통령 건보다 이 사건이 훨씬 심각합니다.

    <인> 너무 알맹이가 없는 탄핵인데요.

    <채> 알맹이가 없으니까 헌재에서 법률 위반 사유를 판단할 수 없었고, 그래서 계속 소추사유 변경을 요구해서 헌법 위반만 남겨놓은 겁니다. 헌법 위반은 추상적이니까요. 후일담이지만, 당시 재판관들 사이에 뇌물죄가 성립하느냐는 점에 대해 의견이 팽팽했다고 합니다. 만약 탄핵소추안을 변경하지 않았다면 탄핵이 무산될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결국 헌재가 국회 소추위에 요구해서 빼버린 거죠.

    <인> 태블릿PC 조작 의혹. 변호사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채> 조작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블릿PC가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짠하고 등장하게 됐는지 JTBC가 아직까지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JTBC는 처음에 심수미 기자가 (태블릿PC)를 입수했다고 하다가, 나중에 김필준 기자가 했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죠. 처음에는 컴퓨터 파일을 입수했다고 하다가 나중에 최순실 태블릿이라고 하고. 최순실이 태블릿에서 문서 다운받아 고쳤다고 주장하다가 태블릿에 문서 수정 기능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니 또 말을 바꿨죠. 너무나 말을 많이 바꾸니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에요. 노승일(전 K스포츠재단 부장) 씨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JTBC 태블릿PC에 대해 "이상하다"고 말한 적이 있죠.

    2016년 검찰에서 한 태블릿PC 포렌식 감정 보고서가 있고, 이후 국과수에서도 했죠. 같은 물건으로 같은 조사를 했으면 내용이 거의 같아야 하는데, 연락처나 카톡 대화방이 삭제된 흔적이 있어요. 여러 의심할 만한 요소가 많은 거죠. 손을 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 어떻게 해야 결론이 날까요?

    <채> 참 간단한데, 특검에서 조사하면 다 나옵니다. 어차피 태블릿PC 거쳐간 사람들 있지 않습니까. JTBC 기자들부터 담당 검사들, 국과수 담당자들 모두 조사하면 나옵니다. JTBC에서도 태블릿을 어떻게 입수하게 됐는지 여러 갑론을박이 많은데 제대로 수사하면 명명백백히 밝힐 수 있습니다.

    <인> 태블릿 의혹의 결론은 언제 나올 수 있는 겁니까. 이 정권에서는 못 나오는 건가요?

    <채> 정권이 바뀌어야 나옵니다. 정권 바뀌고, 객관적인 환경 아래서 특검이 외압받지 않고 제대로 수사를 해야 나옵니다. 태블릿PC 진상규명하려면 당시 수사했던 검사들까지 다 조사해야 합니다.

    <인> 그러면 탄핵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채> (문재인 정권의) 정당성이 깨지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 복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만 새 특검이 들어서게 되면 태블릿PC 문제뿐 아니라 국정농단 전반에 대해 다시 수사해서 그 과정에서 기획됐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것에 따라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박 전 대통령 명예회복은 시켜줘야죠.

    지금 중요한 것은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데까지 나가는 게 급선무입니다. 최소한 정권이 바뀌면 제일 좋겠지만, 정권이 안 바뀐 상태에서 하려면 정권을 그 정도로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있어야 합니다. 결국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언젠가 한 번 특검이 구성돼야 합니다.

    <인> <탄핵 인사이드 아웃>에서 공개하지 않은 이야기 중, 지금 말씀해주실 수 있는 이야기가 있나요?

    <채> 하나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구속된 이후인데, 2017년 4월 즈음 박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인터넷 환경이 참 문제"라고 하시면서 "우리나라 인터넷 접속 아이피 추적해보면 러시아 비중이 상당이 높다고 한다"고 하셨어요. 우리 인터넷에 접속해 댓글 달고 글도 올리는 러시아 소재 아이피가 많다고요. 아마 국정원에서 그런 보고를 받으신 것 같은데, 북한 댓글부대가 러시아 아이피 타고 넘어온 것 같았습니다.

    시점이 희한합니다. 북한이 난수방송을 재개한 시점이 2016년 6월인데요, 민주당에서 최순실TF 만들기 한 달 전입니다. 그 시점에 북한에서 난수방송 재개했다는 건, 대남간첩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당시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빈도수가 급격히 증가하는데요. 북한에서 방송만 했겠습니까. 이번 탄핵의 한 축이 북한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인>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대응은 어떻게 보시나요?

    <채> 오늘(12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전체적으로 문재인 정권 실정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을 잘 했더라고요. 자유한국당이 오랜만에 잘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한국당이 탄핵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정권을 교체해서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유한국당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한국당이 문재인 정권과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말이죠. 한국당이 지금 탄핵을 바로잡고 싶다고 해서 탄핵에 올인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에요. 힘이 다 빠져버립니다. 힘이 빠지면 문재인 정권에 대항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어쨌든 한국당이 힘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그때까지는 정권교체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인>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채> 한변(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활동을 했었는데, 탄핵사태를 겪으며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요즘 다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젊은 변호사들을 모아 공부하고 싶습니다.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은데 어디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친구들을 1명, 2명 모아 공부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인> <탄핵 인사이드 아웃> 후속편 집필 계획은 있나요?

    <채> 당장 집필 계획은 없습니다. 필요하면 써야겠지만, 현재 필요한 내용은 이미 이 책에 전부 담았으니까요. 저 외에 다른 분들이 탄핵사태와 관련해 책을 집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은 그분들의 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담 정리] 정호영 기자 / [사진]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