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60% 선두… 김진태 17%, 오세훈에 2%p 앞서… 결과 상관없이 '김진태=리더' 각인
  • ▲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자들. 왼쪽부터 오세훈 후보, 황교안 후보, 김진태 후보. ⓒ박성원 기자
    ▲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자들. 왼쪽부터 오세훈 후보, 황교안 후보, 김진태 후보. ⓒ박성원 기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2일 후보자 등록 이후 전당대회 레이스를 숨가쁘게 달려온 당권주자 3인(김진태·오세훈·황교안)은 25일 사실상 공식일정을 마무리하고 투표를 기다린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시장의 치열한 당권싸움이 예상됐다. 그러나 '어당황(어차피 당대표는 황교안)'이라는 신조어가 생기는 등 황교안 후보의 독주체제가 이어지면서 오세훈 후보와 김진태 후보의 2등싸움이 관전 포인트가 됐다.

    한국당 지지층, 오세훈보단 '김진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4일 발표한 '한국당 지지층 대상 차기 당대표 후보 지지도조사'를 보면 김 후보와 오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각각 2등, 3등을 달렸다. 

    황 전 총리는 이미 60.7%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김 후보는 17.3%, 오 후보는 15.4%를 얻었다. 황교안-오세훈 후보의 1등싸움이 아니라 김진태-오세훈 후보의 2등싸움이 된 것이다. 

    오세훈 "현장에서 김진태 응원했다고 꼭 지지하는 것 아냐" 

    오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실제로 그렇게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당내에서 오세훈 지지한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김 후보의 예상 밖 선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김진태 후보를 응원한다고 해서 김진태 후보를 지지한다고 보진 않는다"며 "김진태 후보 (지지) 피켓을 든 분들 사이에 들어가본 적이 있지만, 제 악수를 거부한 사람보다 힘내라고 응원한 숫자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분들 가운데서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분들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의원들, 오세훈 중도층 공략에 물음표 

    그러나 오 후보의 예측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가 2등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한국당 복수의 의원들은 "이러다 김진태가 2등 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오 후보의 '중도층 공략'에 물음표를 던졌다. 

    한 중진 의원은 지난 18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오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수의 반성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지역정서라는 게 있는데, 굳이 그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대구에서 ‘탄핵 상황을 반성하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은 전략 실패라는 것이다. 

    대구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한국당 핵심관계자도 "탄핵을 인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뛰어넘자는 오세훈 후보의 메시지는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그곳은 대구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러다 김진태가 2등을 할 수도 있겠다"고 전망했다. 

    한국당 재선 의원은 "중도층 확장의 필요성은 다 알고 있다"며 "그러나 탄핵 이후 당을 지킨 당원들을 외면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자충수"라고 평가했다. 
     
    김진태 "27일 투표함 열면 깜짤 놀랄 것"

    반면 김 후보는 2·27 전당대회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가 반환점을 돌던 대구에서부터 자신감이 붙은 모양새다. 일찌감치 당대표 출마를 시사했던 김 후보는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에는 '빅3'에도 들지 못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 황 전 총리, 오 후보 빅3의 경쟁이라는 언론 보도에 “자신은 거기에 들지도 못했다”며 푸념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구 합동연설 직후부터 김 후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연설회장에 등장한 김 후보 지지세력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당내 의원들도 김 후보의 선전에 놀란 기색을 보였다. 한 중진 의원은 "김진태 지자들이 상당해서 놀랐다"며 "대구에서는 자기 지역구 의원은 몰라도 김진태는 안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후보의 확고한 정치적 색깔 때문에 2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당 4선 중진 의원은 "잘하고 있지만 확장성이 너무 부족하다"며 "오세훈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 후보는 지난 22일 경기도에서 열린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 "27일 개표함을 열면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김진태 태풍이 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 최고 수혜자는 김진태 의원"이라며 "결과와 관계없이 당내 주요 리더로서 자리를 확고하게 굳혔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