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서 수행 비서관 혹사…“싫다고 말하지 않았다” 주장
-
논란은 지난 5일과 6일 KBS가 방영한 시범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부터였다. 해당 프로그램은 사장과 직원의 일상을 따라다니며 관찰, 소위 ‘꼰대짓’과 ‘갑질’이 있는지는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프로그램에 수행 비서관들과 함께 출연했다. 방송에서 수행비서관은 하루 평균 18시간을 일한다고 밝혔다. 하루 수면시간이 5시간도 채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박원순 시장에게는 일상인 행동이 수행 비서관들을 적잖게 곤란하게 하고, 때로는 고통을 주고 있음이 드러났다.
박 시장은 일주일에 두 번, 오전 6시부터 한 시간 가량 조깅을 했다. 거리는 6킬로미터 가량. 이때 수행비서관을 데리고 다녔다. 수행비서관은 과거 무릎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조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행비서관은 어쩔 수 없이 박 시장의 조깅을 따라나서야 했다. 이 때문에 수행비서관은 매일 오전 5시 40분에 출근해야 했다.박 시장은 공식 일정에 따라 행사에 참석했을 때도 비서관들이 미리 정해 놓은 동선(動線)과 자리를 무시한 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했다. 이를 보는 비서관들은 뭐라 말도 못하고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개인적인 친목행사나 비공개 자리가 아니기에 의전 등을 따라야 함에도 박 시장은 신경 쓰지 않았다.수행비서관, 가족과 외식하려 하자 “같이 먹으면 되겠네”
-
여러 일정을 소화한 뒤 흔치 않게 오후 6시에 퇴근하게 된 수행비서관은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저녁 먹자”고 말한다. 이후 박 시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퇴근하면서 “오늘 저녁 약속이 없으면 같이 식사 하자”고 말한다. 수행비서관이 “가족들과 먹기로 했다”고 하자 박 시장은 “그럼 (나도) 같이 먹으면 되겠네”라며 가족들을 부르라고 종용했다.
저녁 식사 메뉴도 수행비서관 가족이 당초 생각했던 파스타가 아니라 박 시장이 고른 중국음식이었다. 저녁 식사 때 부인이 “남편은 무릎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고 밝히며 새벽 조깅 문제를 제기하자 박 시장은 “왜 내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며 사과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이런 일상을 보며, 박 시장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비서관들이 한 번도 싫다고 하지 않았다”고 답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무심한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 시장도 그러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타인의 시선으로 본 뒤 “많이 느꼈다. 앞으로 좋은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며칠째 박 시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꼰대질’이라는 비난이 많았다. 결국 박 시장은 8일 유튜브를 통해 “프로그램을 보면서 굉장히 많이 반성을 했다”면서 “나름대로 직원들에게 잘해준다고 했는데 그게 제대로 된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