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사무관 추가폭로 "간부들 반발로 무산"… 기재부 "기관 논의 통한 결정"
  • ▲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신재민 유튜브 캡쳐
    ▲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신재민 유튜브 캡쳐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4조 원 상당의 적자성 국채 발행을 기획재정부에 사실상 강요했다고 30일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주장했다. 이 경우 막대한 이자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경제 운영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적자성 국채 발행을 추진했다는 게, 신 씨 주장의 요지다. 

    이날 신 전 사무관은 유튜브와 출신 학교인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 등을 통해 기재부 국고과 사무관으로서 국고금 관리 총괄 업무를 맡았던 지난해 11월, 청와대로부터 8.7조원 상당의 적자성 국채 추가 발행 지시를 받은 정황을 폭로했다.

    신 씨에 따르면, 당시 20조원에 달하는 초과 세수가 있었다. 그러나 초과 세수를 감안해 적자성 국채 발행을 줄일 경우, 박근혜 정권 교체기인 2017년의 GDP대비 채무비율이 감소하게 된다. 그같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정권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기재부에 의도적으로 적자성 국채 발행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된 적자성 국채 발행 규모는 4조원 수준이었다는 게 신 씨의 설명이다. 

    신 전 사무관에 따르면, 2017년 정부가 국회로부터 승인받은 적자성 국채의 최대 발행 한도액은 28.7조원이었다. 3월 당시 이미 발행한 적자성 국채 15조원과 추경과 세수 변수 등을 고려해 추가 발행이 결정된 5조원을 제하면 나머지 적자성 국채 미발행분은 8.7조원이었다.

    상반기가 끝난 6월 말 시점에서 신 전 사무관이 예상한 초과세수는 20조원이었고, 10월에 그가 속한 국고국은 적자성 국채 8.7조원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이 경우 연말 세제 잉여금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추산해 보고서를 준비 중에 있었다.

    신 전 사무관 "세수 좋을 때 발행할 이유 없다" 설명
    당시 기재부 차관보로부터 부총리 보고를 위한 적자성 국채 발행계획 보고서 작성 지시를 받은 신 전 사무관은 세수가 좋은 지금 발행할 이유가 없으며 국회 등 외부 지적은 물론 연간 발생 재정부담을 차관보에게 설명했다. 그는 "정권과 관계없이 수십년간 반복됐던 국채발행 관리 방식이었으며, 세수가 많으면 국채 발행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판단이었고 어느 정권에서도 그렇게 해왔다"고 주장했다.

    "정무적 판단 못한다며 부총리가 차관보 질타"
    그러나 당시 기재부 차관보는 김동연 부총리로부터 상당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동연 부총리는 기재부 차관보에게 '2017년 GDP 대비 채무비율을 올려야 하는데 왜 국채추가발행을 안 해서 비율을 낮추느냐'고 질책했다고 한다. 신 전 사무관은 "부총리가 차관보에게 '정무적 판단'을 못한다고 질타했다"고 강조했다.

    '정무적 판단'이란 정권말로 갈수록 재정 역할이 커져 최대한 자금을 비축해야 하고, 갓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채무비율을 낮추면 정권 내내 낮춰진 비율이 족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 정권의 부담 해소를 위한 판단인 것으로 그는 해석했다.

    신 전 사무관은 "정부는 이 시기 GDP대비 채무비율을 낮추면 향후 정권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 미래를 고려해 박근혜 정권 교체기인 2017년 GDP대비 채무비율을 낮춰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8조7천억원의 국채를 발행하면 1년 이자 부담만 2천억원"이라며 "아무리 부총리는 정무직이라 하나 재정당국의 수장으로 오히려 청와대나 정치권에서 같은 이야기나 나오면 부총리가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기재부 국장 등의 반발로 국채 발행 무산
    이같은 '적자 국채 발행'은 당시 기재부 박 모 국장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신 전 사무관에 따르면, 막판 담당 국장 등이 "세수도 좋은데 비용까지 물면서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건 원칙에 맞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김 전 부총리를 설득했다. 신 전 사무관은 "국장의 보고가 없었다면 2017년 12월 4조원대의 적자성 국채가 추가 발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가 해당 국장을 소환해 적자성 국채 추가 발행이 왜 취소됐는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면서 사태가 재점화됐다. 또 청와대는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이 사안은 되돌릴 수 없고 적자 국채 발행은 결정된 사안'이라며 기존 계획대로 발행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신 전 사무관은 "대통령 보고 여부를 떠나 적자성 국채는 발행하지 않는 것이 맞았다"며 "돈이 많은데 빚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에 따르면, 당시 기재부 실무자들은 청와대 말에 신경쓰지 않고, 사전 부총리 보고 내용에 따라 적자성 국채 추가 발행이 없는 것으로 12월 국고채 발행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다시 실무진에게 전화를 걸어 적자 국채 추가 발행을 안 하기로 한 12월 국고채 발행계획 보도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에도 실무진의 반발로 청와대 요구가 관철되진 않았으나 신 전 사무관은 "공무원을 그만두고 이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31일 기재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열고 진화에 나섰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적자 국채 발행과 관련한 청와대의 강압적 지시 여부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기관 간 논의를 통해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