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센터 "우윤근 의혹, 靑 해명에만 주력"… "죽은 권력에만 눈 부라려" MBC 비판
  • ▲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 뉴데일리
    ▲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 뉴데일리
    MBC가 최근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비위 의혹 등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와 관련된 뉴스를 다루면서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MBC 내부에서 제기됐다. 폭로 당사자인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보다는 청와대 측 입장을 부각시켜 보도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다하기는커녕 '정권 나발수'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MBC노동조합(3노조) 산하 기구인 공정방송감시센터(이하 공감터)는 18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5일 '우윤근 비위 보고해 좌천?…미꾸라지가 개울 흐려'라는 제목의 리포트로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과 청와대 측 해명을 정리했는데, 김 수사관 주장은 3문장에 그친 반면 청와대의 반박 기사와 인터뷰는 8문장에 달했다"며 "사실 여부를 밝히려는 의지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감터는 "▲'검찰이 2015년 해당 의혹을 조사했지만 입건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해명은 시점상 2016년 1000만원을 돌려주고 입막음했다는 의혹을 무시할 이유가 될 수 없고 ▲'김 수사관이 첩보를 보고한 작년 8월에 우 대사가 국회 사무총장이어서 청와대 감찰 대상이 아니었다'는 해명 역시 당시 우윤근 씨가 러시아 대사 인사검증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논리에 맞지 않았지만, MBC 기자는 별다른 비판 없이 청와대 해명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MBC, 청와대·우윤근 대사 해명에 포커스 맞춰"

    공감터는 "이날 MBC 기자는 '朴정부 검찰이 문제없다 했다…명예훼손 고소' 라는 제목의 두 번째 리포트에서도 '당시 담당 부장검사가 MBC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을 보고받은 기억이 없고 무혐의나 입건하지 않은 사건은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는 등 대부분 청와대와 우윤근 대사의 해명에 시간을 할애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두 번째 리포트 역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공감터의 지적이다.

    공감터는 "2014년 장모 씨가 조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고소 사건에서 우 대사가 1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별건 형식의 진정서로 제출했고 검찰이 장씨에게 정식 고소를 하는 편이 좋다고 안내했지만 장씨가 따로 고소장을 내지 않아 정식 내사나 수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는 CBS 기사 내용을 소개하며 "다른 언론사 취재 결과 검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MBC 기자는 당시 담당 부장검사와 통화할 때 도대체 무엇을 취재한 것인가"라며 "'눈 뜬 봉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내부 제보자 비난한 '미꾸라지 발언', 수차례 언급"

    공감터는 이날 MBC 뉴스데스크가 청와대 비위 은폐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수사관을 '미꾸라지'로 지칭하는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표현을 제목과 앵커멘트·기사에서 세 번이나 사용한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공감터는 "고위 공직자가 내부 제보자에게 퍼부은 사실상의 욕설을 (비판하기는커녕) 몇 번이나 반복·방송하는 MBC 의식 수준에 대해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꾸라지라는 표현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말을 전한 것인데, 내부 제보가 아무리 곤혹스럽다 해도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권력자가 국민을 개돼지로 본다는 영화 대사가 한동안 유행했는데, 이제는 미꾸라지 취급까지 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방송에는 품격과 금도가 있어야 한다"고 꾸짖었다.

    공감터는 "12월 16일 MBC 뉴스데스크는 '청와대 비리 은폐 의혹'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켰으나 SBS는 8시뉴스에서 '받지도 않은 돈을 줬다고 협박해 1000만원을 빌려줬다'는 우윤근 대사의 해명을 반박하는 리포트를 방송했고, MBN 뉴스8도 전날에 이어 속보를 방송했다"고 지적하며 "MBC 뉴스데스크가 MBN 뉴스8에 대해 지상파의 우위를 상실하고 12월 들어서만 여섯 번 이상 시청률에서 뒤진 것은 이처럼 국민 관심사를 외면하고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현 정권에 불리한 사건 보도는 미적"


    공감터는 "12월 17일에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폭로까지 나오면서 모든 종합편성채널들이 톱 리포트 등 주요기사로 이 사건을 보도했으나 MBC 뉴스데스크는 '민간인 사찰 주장에…靑 불순물 첩보 가져와 경고' 라는 제목의 리포트 하나로 관련 보도를 마쳤다"며 "그마저도 청와대 해명이 허위로 밝혀진 부분들과 우윤근 대사가 계속 말을 바꿨다는 내용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감터는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MBC는 드루킹 등 현 정권에 불리한 사건 때마다 보도에 미적거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며 "이번 사건도 그렇게 뭉개며 국민의 관심이 가라앉기를 기다릴 것인가? 죽은 권력에는 눈을 부라리는 MBC가 살아있는 권력 앞에 왜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는지 안타깝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