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종전선언, 평화협정, 남북경협 등 주요내용 같아… 통일부 “10·4선언 기념식 평양 추진”
  • ▲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이 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교환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이 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교환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통일부가 10·4 남북공동선언 11주년 기념식을 평양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북한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등은 통일부가 27일 기자들에게 “지난주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오는 10월 4일 평양에서 10·4 남북공동선언 기념식을 평양에서 여는 방안에 남북이 공감했다”면서 “금주에 조율을 거쳐 행사 개최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통일부는 민관 합동 방북단 100~200명을 평양에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방북단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유시민 대표는 내정자)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들의 방북 일정은 2박 3일로 잡고 있으며, 날짜는 10월 3일부터 5일까지 또는 북한의 준비 상황에 맞춰 10월 중순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 등의 이번 방북 추진은 “남과 북은 10·4 선언 11주년을 뜻깊게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을 의의있게 개최한다”는 평양남북공동선언에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과 서명한 '10·4 선언'에 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 있기에 평양남북공동선언에서 이를 기념하자는 말이 들어 있을까. 10·4 선언의 공식 명칭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다.

    10·4 선언의 주요 내용은 ▲6·15 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 ▲남북은 사상과 제도 차이를 초월해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간다 ▲남북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 보장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 ▲남북은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 선언을 추진하는데 협력한다 ▲남북은 경제협력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발전시켜 나간다 ▲남북은 역사, 언어, 교육, 과학기술, 문화예술, 체육 등의 교류 협력을 발전시키고, 백두산 관광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 ▲남북은 국제무대에서 민족의 이익과 해외 동포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 등이다.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명한 ‘평양 남북공동선언’의 주요 내용은 ▲남북 간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남북 간 교류협력 증대 및 민족 경제 균형발전을 위한 실질적 대책 강구 ▲남북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인도적 협력 강화 ▲남북 간 화해·단합 분위기 고조시키고 민족의 기개를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 적극 추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의 진전 노력 ▲2018년 내 김정은의 한국 방문 등이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종전선언’

  • ▲ 지난 9월 19일 평양 남북공동선언문을 교환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월 19일 평양 남북공동선언문을 교환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두 공동선언 내용 가운데 거의 비슷한 대목은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한반도 주변국까지 포함화는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구축 ▲남북 문화·경제 교류협력 강화 ▲남북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적 협력 강화 등 4가지다. 이 중에서 두 가지는 국제적으로, 다른 두 가지는 국내에서 논란이 되는 대목들이다.

    故노무현 前 대통령과 김정일이 2007년 서명한 10·4 선언 속의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는 2012년 10월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서북도서와 NLL 포기” 논란의 원인이 됐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평양 남북공동선언 속 '군사적 긴장 완화'(비무장 지대 GP 철수 등)는 유엔사령부 권한 충돌 가능성 등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해외 군사전문가들은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완화 합의 가운데 서북도서 일대 완충수역과 군사분계선 일대 비행금지구역, 사격 및 기동훈련 금지구역 등이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평화협정’ 체결까지 간다는 내용은 2007년 10월 당시에도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다. 평양 남북공동선언에서는 '종전선언'이라는 단어가 빠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중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을 한 뒤로 한국은 물론 미국 사회에서도 '북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맞교환' 거래에 대해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미국의 ‘친한파’ 정치인과 군 관계자, 전문가들이 “북한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위험하다”는 주장을 연일 언론에 내놓고 있다.

    '유무상통'과 '민족 경제의 균형발전'

    2007년 10월과 2018년 9월 선언에 모두 들어간 ‘남북 문화·경제 교류협력 강화’는 학술·체육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일본, EU, 호주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할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문구 가운데 10·4 선언에서 "공리공영과 유무상통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한다"는 부분과 "민족 경제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대목은 남북한이 경제적 성과를 모두 섞어 둘로 나누는 식으로 '남북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즉 '퍼주기식 경제협력'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어 향후 사회적 논란이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남북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에 거주하는 이산가족의 생사 및 건강 확인을 한국 쪽 가족이 확인할 수 없는 점, 북한이 ‘이산가족 상시 상봉장’으로 금강산 관광시설을 지목, 한국 측 가족들이 이곳에서 달러를 사용하면서 북한 당국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국내와 해외의 우려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적극 지지하는 일부 언론은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 “남북 간 긴장이 해소되면서 10·4 선언이 부활했다”며 이를 환영하기도 했다. 10·4 남북공동선언과 평양 남북공동선언을 찬양하는 일부 진영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두고 당사자인 우리민족끼리 합의한 것인데 왜 외세가 왈가왈부 하느냐”며 국내와 국제 사회의 우려를 외면하고 있다.